삼성이 전문가 총동원해 결론 낸 1억원 투자 포트폴리오

요즘 핫한 ETF 제대로 투자하려면

투자자가 요즘 투자할 맛이 나는 상품군 중 하나가 ETF(상장지수펀드)다. ETF는 펀드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주식·채권·부동산 등 여러 자산을 조합해 꾸준한 수익을 만들 수 있어 인기가 높다. ETF 시장 규모는 5월 말 145조원을 넘겼다. 2020년 말 52조원에서 3배 커졌다.

ETF ‘판’이 커지다 보니 국내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매달 다양한 ETF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보수율까지 파격적으로 낮추고 있다. 치열한 ETF 전쟁 속에서, 어떤 ETF 상품을 골라 투자해야 하는 걸까.

‘보수율 인하’로 ETF 시장 1인자 굳히기에 나선 삼성자산운용 김도형 ETF컨설팅본부장을 만났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ETF를 처음 출시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약 150조원)에서 약 60조원을 차지한다. 김 본부장에게 현명한 ETF 투자 방법은 무엇인지를 들었다.

5월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현황. /그래픽=이지혜 더비비드 디자이너

◇ETF 시장에서도 존재감 막대해진 개미 투자자

김도형 본부장은 개인 투자자를 비롯해 은행, 증권사 등 리테일을 대상으로 한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15년 경력을 쌓았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2019년 4월 삼성자산운용으로 이직해 작년 4월 본부장이 됐다.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진 않지만 금융상품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최대한 알기 쉽게 컨설팅하고, 콘텐츠를 만든다.

김 본부장이 삼성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이유는 ETF 때문이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가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늘었는데 삼성자산운용이 가장 열심히 하는 회사다”며 “개인 투자자가 ETF 시장의 중심이 되면서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투자자 상대로 홍보, 설명하는 업무의 중요성이 커졌고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실제 여러 자산운용사가 개인 투자자를 위해 유튜브를 운영하고 가이드북, 웹 세미나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든다.

요즘 자산운용사에서 집중하는 건 ‘월배당 ETF’다.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ETF에선 주식 배당금, 채권 이자, 현금운용수익 등을 모아 특정 시기에 투자자에게 분배한다고 해서 ‘분배금’이라 한다. 편의상 분배금을 ‘배당금’이라고 흔히 부르는데, ‘월배당 ETF’는 이 분배금을 월별로 나눠주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김도형 ETF컨설팅본부장. /더비비드

- 월배당 ETF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왜 이렇게 늘었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 증시가 많이 떨어졌던 상태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며 수익이 많이 나니 재미를 본 투자자가 많았다. 하지만 2022년 들어 금리 상승과 함께 주가 횡보 시기가 겹쳤고, ‘주식 매매 차익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과 함께 ‘인컴(income) 수익’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분배금을 주는 ETF 시장도 함께 커졌다.”

인컴(income)이란 채권 이자나 주식 배당금처럼 일정 기간에 고정된 이익을 얻는 전략을 뜻한다. 이전에 노후 대비 수단이 똘똘한 상가 한 채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였다면, 요즘 50~60대 장년층 사이에선 매월 받는 분배금을 늘려나가는 게 노후 대비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낮은 임금을 보완하는 새로운 현금 창출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 월배당 ETF 현황은?

“올 5월까지 신규 월배당 ETF 상품이 18개 상장됐다. 시장규모로 8조5000억원이다. 2022년 말 1조2000억원에서 2년도 안 돼 크게 성장한 것이다. 전체 ETF 시장 규모(약 150조원) 비하면 아직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다양한 상품을 찾는 수요와 월배당 ETF 공급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중이다.”

◇ETF 상품만 900개 육박, 이런 ETF 골라야

국내에선 악 870개 ETF가 상장돼있다. 운용사 별로 달마다 2~3개 신상품을 내놓고 있어서 머지않아 1000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시장 팽창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상품이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장 폐지 기준인 순자산 50억원 미만 ETF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 수많은 ETF 상품 중에서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ETF의 특징은?

“결국 ETF가 추종하는 기초자산이 튼튼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투자하기 전 구성 종목은 어떤지, 분배금을 마련하는 전략은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유튜브와 Kodex ETF 홈페이지에 늘 상세 내용을 올려둔다. ‘분배금을 많이 줘서’ 한다 식의 투자는 금물이고 그보다 총수익 개념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월배당 ETF에서 ‘커버드콜’ 전략이 핵심인데 커버드콜에 대한 이해없이 투자하면 안 된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얻은 이익을 분배금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콜옵션은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얻고 주가가 내려가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되는 파생상품인데, 이를 매도하면 매수자에게 비용(프리미엄)을 받는다. 요즘처럼 금리 인하 시기가 불분명할 때 채권 커버드콜 전략을 쓰면, 미국 장기채권 투자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커버드콜 전략은 주가, 채권 가격 등이 횡보할 때 유리한데, 기초자산의 100%에 콜옵션을 행사해 상방이 막혀있다는 한계가 있다.

타겟프리미엄 전략을 설명하는 그림. /삼성자산운용

- 커버드콜 전략은 장기적으로 불리하지 않나?

“100% 커버드콜 전략의 하락장에서 손실 방어 효과와 횡보장에서 수익 효과는 장기적으로 안 좋을 수 있다. 이를 완충하는 장치가 ‘타겟 프리미엄’이다. 기초자산을 100% 매수하고, 매월 목표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는 비중만큼만 콜옵션을 매도한다. 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도 옵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커버드콜 전략'이다. 그래서 최근 삼성자산운용에서 타겟 프리미엄 전략을 활용한 3종 상품을 새로 내놨다. Kodex 미국배당+10%프리미엄다우존스, Kodex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H)다.”

- 타겟 프리미엄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상품명에 있는 숫자는 콜옵션을 매도해 실현하려는 연간 옵션 프리미엄의 목표 수준을 말한다. 목표로 하는 프리미엄을 달성하기 위해 매달 매도하는 콜옵션 비중을 조절한다. 기초자산마다 적합한 옵션 프리미엄율이 있고, 콜옵션 매도 비중은 매달 기초자산 변동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함께 변한다.”

◇1억원으로 꾸준한 현금흐름 만들려면 이렇게

- 미국 금리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 금리 인하 시기가 확실치 않은 요즘 어떤 ETF에 투자해야 하나?

“금리 인하 시기를 고려하기보다 ‘대비’하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결국에는 실적이 중요하고,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산업과 기업을 봐야 한다.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 안 된다. 실적이 중요하다. 인하가 되더라도 가파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의 경우 첫날 완판되면서 하루 거래대금으로 역대 4위(Kodex ETF 기준)를 기록했는데, 결국 이 ETF가 추종하는 10개 AI 기업에 대한 관심이 동력이었다. 종목이나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 중 시가총액이 높고, LLM(거대언어모델,  텍스트를 인식하고 생성하는 AI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업 위주로 구성했던 게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자사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ETF 구조, 투자법, 노하우 등을 전달하는 김도형 본부장. /유튜브 캡처

- 그럼에도 불구, 1억원으로 ETF에 투자한다면?

“최근에 상장한 3종과 더불어 Kodex에서 가장 많이 팔린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을 추가해 20%씩 매수하는 거다. 주식 60%, 채권 20%, 대체자산 20% 구조다. 리츠의 경우, 실제 서울 도심 오피스 임대료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 ETF 중 맥쿼리인프라를 최대 비중(25%)으로 담았는데, 올해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자산운용사 최대 격전지가 된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점유율로 보면 삼성이 38.7%, 미래가 36.5%로 2%p차다. 삼성자산운용은 4월 19일 ‘KODEX미국S&P500TR’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4개 총보수를 0.0099%로 내렸다. 1억원을 투자하면 연간 수수료가 9900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어 미래에셋운용은 5월 10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TIGER(타이거)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098%로 내리며 맞불을 놓았다.

- 격화된 ETF 경쟁에 대한 생각은?

“ETF 시장이 이제 질적으로 성장할 때라고 본다. 선도 운용사로서 개인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법을 안내하고 부자로 만들어드린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진짜 좋은 투자 상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이게 정말 좋은 거예요’라고 강요하는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투자자에게 유익하면서도 그들이 열광할 만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