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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금융·증권주를 진단하고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살펴봅니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신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중단한 배당을 3년 만에 재개했지만 낮은 배당성향으로 주목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금융사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맞춰 상장 이후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화생명 실정은 녹록지 않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과 배당 관련 불확실성 해소, 주주환원 의지 등을 언급하며 이런 문제가 잘 풀린다면 향후 회사 주가도 충분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한화생명의 평균 목표가는 3747원으로, 직전 6개월 평균인 3600원보다 4.1% 높아졌다. 이날 종가 기준 주당 2910원임을 감안하면 20% 이상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기점으로 연중 최고가인 3815원을 기록했다. 다만 1분기에 이어 상반기 실적발표에도 한화생명만의 밸류업 로드맵이 빠지자 실망매물이 속출하며 주가는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명보헙 업계 상위권인 삼성생명이나 DB손해보험 등이 연일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셈이다. 한화생명 측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화생명 주가가 2021년 5월 4590원을 기록한 후 지금까지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시가총액도 2조5000억원대에 머물러 20조원을 바라보는 삼성생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문가들은 한화생명 주가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역대 최고가를 경신 중인 상장 보험사들의 추이를 근거로 한화생명 역시 '턴어라운드'의 계기만 있으면 반전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점진적으로 개선 의지를 내비친 지급여력비율(K-ICS)을 바탕으로 한 건전성 제고 노력에도 주목했다.
경쟁사보다 유독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주목할 대목으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주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화생명의 PBR은 0.17~0.18배를 오가 삼성생명(0.44배)은 물론 미래에셋생명(0.28배)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PBR이 낮다는 것은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저조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PBR이 낮은 것은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다는 데 기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판매한 장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비중은 약 30%로 업계 평균인 25%보다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상품들이 대부분 최저보증이율 5%를 상회하며 상반기 기준 운용자산이익률(3.73%)보다 높아 고객에게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돌려줘야 할 보험금 부담이 더 커지는 역마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역마진이 커지면 그만큼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K-ICS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생명은 이 여파로 상반기 잠정 K-ICS가 국내 생명보험사 평균인 200%대에 한참 못 미치는 163%로 추산됐다.
한화생명 측은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고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가용자본을 확대해 K-ICS를 175%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요구자본 관리 강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흑자가 지속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한화생명이 보험사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 만든 GA 영업채널이다. 초반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흑자전환해 회사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흑자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은행 금융지주 중 최근 들어 주가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메리츠금융지주 사례를 제시하며 한화생명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주가가 정점을 찍었을 때인 2010년대 초반에는 자사주 매입이 시행됐고 배당성향도 높았다"며 "2015년 이후 자사주 매입이 전무한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