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부터 (여자)아이들까지. 오래전부터 함께했지만, 아직 생소한 샘플링 기법이 케이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이팝 신 샘플링의 간략한 역사와 대표곡을 통해 재창조의 즐거움을 더 깊이 느껴보자.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하여 가져오는 것은 저작권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등 솔로 가수들의 히트곡부터 H.O.T의 ‘빛’, god의 ‘어머님께’, 신화의 ‘TOP’ 등 1세대 케이팝 그룹들의 대표곡까지 대중에 널리 알려진 클래식 선율에 빚을 졌다. 이후로도 21세기에 들어서도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씨야의 ‘사랑의 인사',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 여자친구의 ‘여름비' 등 클래식 샘플링 케이팝의 역사가 이어졌다.
2022년에는 레드벨벳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가져와 ‘Feel My Rhythm’을, 블랙핑크가 프란츠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선율을 샘플링하여 ‘Shut Down’을 선보였다. 블랙핑크의 곡은 우리에게 ‘라 캄파넬라'로 익숙한 멜로디다. 대중에 익숙한 클래식 선율로 관심을 환기하여 좋은 반응을 이끈 곡들이다.
대중음악 샘플링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이다.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노래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생략할 경우 무단 샘플링 혐의를 적용받아 지난한 법적 공방과 추가 지출, 음악 커리어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게 된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원곡의 매력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창작을 통해 근사한 결과물을 남기고자 하는 제작자들의 열망은 여전하다. 케이팝의 특기할만한 샘플링 곡을 소개한다.
싸이 - ‘챔피언'
Sampling by 해롤드 팔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 - ‘Axel F’
‘엽기 가수'라는 칭호와 함께 등장한 싸이는 1969년 네덜란드 그룹 쇼킹 블루(Shocking Blue)의 ‘Venus’를 샘플링한 ‘새'로 근사한 데뷔를 이뤘다. 그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히트곡 ‘챔피언' 역시 샘플링 곡이다. 1980년대 신시사이저로 전세계 음악 시장을 평정한 해롤드 팔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가 1984년 영화 ‘베벌리 힐즈 캅(Beverly Hills Cop)’에 선사한 주제가 ‘Axel F’의 핵심 선율을 따온 것. 영화 ‘탑 건'의 주제 선율을 작곡했고 도나 섬머,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블론디, 패티 라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협업한 해롤드 팔터마이어는 ‘Axel F’로 빌보드 HOT 100 차트 3위에 오르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엄정화 - ‘D.I.S.C.O’
Sampling by 델레게이션(Delegation) - ‘Heartache No.9’
2008년 가수 엄정화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싱글 ‘D.I.S.C.O’는 2008년 YG엔터테인먼트의 테디와 쿠시가 영국 트리오 델레게이션의 ‘Heartache No.9’를 샘플링한 곡이다. 1976년 렌 콜리(Len Coley, Rick Bailey, Roddy Harris) 3인조로 구성된 델레게이션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켄 골드(Ken Gold)에 의해 결성된 팀이었다. 켄 골드와 미키 덴(Micky Denne) 작곡 듀오는 아레사 프랭클린, 클리프 리처드 등 슈퍼스타들과 작업하는 등 잘 나갔지만, 디스코 소울 열풍에 편승해 만든 영국 그룹은 델레게이션은 이렇다 할 히트곡 없이 잊혔다. 2008년 엄정화의 노래가 히트하자 켄 골드는 YG 엔터테인먼트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어거스트 디(Agust D) - ‘Agust D’
Sampling by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 ‘It’s a Man’s Man’s Man’s World’)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솔로 페르소나 어거스트 디는 2016년 첫 믹스테이프 ‘Agust D’를 통해 BTS에서 들려주지 않았던 공격적인 랩과 진솔한 메시지를 펼쳐 보였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동명의 곡에서 어거스트 디는 소울 음악의 상징 제임스 브라운의 대표곡 ‘It’s a Man’s Man’s World’를 샘플링했다. 역사상 가장 많이 샘플링된 아티스트라는 명성답게 이 노래도 어거스트 디 이전 아이스 큐브, 제이 딜라, 에이셉 몹(A$AP Mob), 릭 로스 등 다수 힙합 아티스트들의 선택을 받았다. 1966년 빌보드 HOT 100 차트 8위까지 오른 곡이며,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명곡이다.
아이오아이(IOI) - ‘Whatta Man’
Sampling by 린다 린델 - (Linda Lyndell) ‘What a Man’ & 솔트 앤 페파(Salt-N-Pepa) - ‘Whatta Man’)
2016년 엠넷 ‘프로듀스 101’ 첫 번째 시즌 최종 11인으로 선발된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첫 유닛 활동 싱글이다. 발매 당시 린다 린델의 ‘What a Man’ 샘플링 사실을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린다 린델은 백인 가수임에도 제임스 브라운, 아이크 & 티나 터너 등 당대 최고의 소울 가수들과 협업을 이어가다 스택스 레코드(Stax Records)에서 활동할 기회를 잡았는데, ‘What a Man’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었다. 린다 린델과 이 노래를 세상에 알린 그룹은 전설적인 힙합 그룹 3인조 여성 힙합 그룹 솔트 앤 페파로, 1993년 원곡을 샘플링하여 엔 보그(En Vogue)와 공개한 ‘Whatta Man’은 빌보드 HOT 100 차트 3위까지 오르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 자리를 차지했다. 아이오아이 역시 린다 린델보다는 솔트 앤 페파 버전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에디터 Kim Doheon
아이브의 'After Like'와 (여자)아이들 - 'Nxde'의 샘플링곡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