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자꾸 거기를 비비는거냐”…자위와 ‘현타’가 일상인 동물계 ‘색마’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4. 10. 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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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 36] 핑크빛의 반들반들한 피부, 한번 보면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생명체. 핑크 돌고래로도 불리는 아마존 강돌고래 이야기입니다. 삐쭉 내민 주둥이에 작은 눈 역시 귀여움의 극치이지요.

더없이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속지 마시길. 녀석들의 성생활은 ‘색마’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짝이 없더라도 혼자서도 즐길 정도로 왕성한 성욕을 자랑합니다. 돌고래의 침실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침 10월 24일이 국제민물돌고래의 날이어서입니다(궁색한 구색 맞추기용 맞습니다).

“이게 진짜 기사거리야?” 분홍빛 아마존강 돌고래. [사진출처=디오고 루이스]
서로 그곳 문질러주는 녀석들
녀석이 서식하는 아마존강입니다. 수컷 녀석 둘이서 꾸러기처럼 서로 뒤엉켜 장난을 치는 중이지요. 어찌 된 일인지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 녀석이 지느러미를 이용해 다른 녀석의 ‘그곳’을 문질러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창 즐거운 표정인 녀석이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이 다른 녀석에게 ‘립서비스’(?)를 하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돌고래들이 동성끼리 ‘전희’활동을 하고 있던 셈이지요.

“물속에서 일은 비밀이에요.” [사진출처=Auch - Flickr]
돌고래들의 성욕은 인간만큼이나 왕성하기 그지없습니다. 짝이 없을 때도 혼자서 즐기는 경우도 왕왕 목격됩니다. 수초에 그곳을 문지르는 녀석, 먹잇감인 물고기를 ‘기구’로 활용하는 녀석. 그 양태도 다양하지요. 절정에 달했을 때 바닷속에 쾌락의 결과물을 쏟아냅니다. 만족해하는 녀석은 깨달음을 얻은 철학자처럼 사색에 잠깁니다.

자위행위는 수컷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암컷 핑크돌고래 역시 수컷처럼 혼자 즐기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팔과 손은 없지만, 그곳을 문지르는 여러 방법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친구끼리 그곳을 문질러주면서 서로에게 만족감을 선물합니다. 쾌락을 위한 섹스는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돌고래가 반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초에 닿았을 뿐인데...왜 기분이 이상하지...” 아마존 강돌고래. [사진출처=Oceancetaceen]
다양한 성행위는 사회적 지능을 방증한다
다양한 성행위는 돌고래의 높은 지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른 돌고래들의 성기를 문질러 준다는 것은 이들이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쾌락을 위해서 서로가 협력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동물이 돌고래입니다.

서로에게 기쁨을 준 돌고래들은 먹이를 잡을 때도, 짝짓기에 나설 때도 함께 합니다. 여러 개체가 공동으로 새끼를 양육하는 모습도 목격돼 놀라움을 자아냈지요. 인간 다음으로 가장 똑똑한 생명체를 꼽을 때 돌고래가 빠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사진출처=Raularaque]
돌고래의 놀라움은 오직 침대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닙니다. 물속에서 의사소통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는 휘파람을 불 듯 소리를 내곤 하는데, 부르는 돌고래가 다를 때마다 다른 소리를 냅니다. 정교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방증이지요.

두목 돌고래는 휘파람 소리를 통해 먹이 위치를 공유합니다. 감성은 또 어찌나 풍부한지. 다친 동료를 보호하고 보살피는 일에도 마음을 다합니다.

인간의 친구, 돌고래
인류는 오랜 시간 돌고래가 범상치 않은 동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멋진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지능은 언제나 경이를 자아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돌고래를 도우미로 여겼을 정도였지요.

사랑의 전령 큐피드는 종종 돌고래를 탄 소년으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돌고래가 사랑과 연관이 있다는 걸 고대인들도 잘 알고 있던 셈이지요, 힌두 신화에서도 핑크돌고래는 갠지스강의 신인 강가가의 동물로 묘사됩니다.

고대 그리스 크레테 섬에서 발견된 돌고래 프레스코화. 기원전 1600년 전 작품이다.
옛 프랑스 왕위 계승자를 ‘도팽’(Dauphin de France)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돌고래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남동부 비엔누아 지역을 통치하던 기 백작이 자신의 가문 문장과 칭호로 돌고래를 사용한 데서 유래합니다.
프랑스 왕위 상속자인 ‘도팽’의 문장. 돌고래가 상징이다. [사진출처=Odejea]
이 지역이 나중에 프랑스 왕가에게 매각되면서 왕자의 칭호로 ‘도팽’이 도입된 것이지요. 돌고래와 우리 인간의 교류가 깊고도 깊은 셈입니다. 고로,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그들의 존재가 영원하기를.
또 다른 민물 돌고래인 인도태평양 흑등 돌고래. [사진출처=Chem7]
<세줄요약>

ㅇ민물에서 서식하는 핑크돌고래는 자위를 할 줄 아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ㅇ때로는 동성끼리 성기를 자극하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는데, 이는 이들의 높은 사회성을 방증한다.

ㅇ쾌락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명(生)의 색(色)을 다루는 콘텐츠 생색(生色)입니다. 동물, 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성을 주제로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지식을 전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마다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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