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승3패 맞대결… LPBA 결승 김가영 vs 김민아, 새 시즌 첫 우승의 주인공은?

LPBA 여제 김가영과 뚝심의 김민아가 2026-27시즌 첫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준결승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두 선수는 23일 밤 9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결승 무대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최다 우승 기록을 향한 여제의 질주와 설욕을 벼르는 도전자의 뚝심, 그 충돌이 새 시즌 첫 장면을 장식할 준비를 마쳤다.

프로당구 LPBA가 2026-27시즌 개막과 동시에 강렬한 서막을 올렸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은 시즌 첫 투어대회로, LPBA 전체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이른바 '기준점' 같은 대회다. 초반 분위기와 우승자가 그 시즌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팬들이 이번 대회에 쏟는 관심은 남다르다.

디펜딩 챔피언 김가영(하나카드)은 이 대회를 지난 시즌에도 제패하며 왕조를 이어갔다. 현재 LPBA 통산 우승 횟수 18회, 남녀를 통틀어 최다 우승 보유자인 김가영은 이번 결승에서 승리할 경우 19번째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된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LPBA 역사 자체를 쓰고 있는 선수가 또 한 페이지를 넘기려는 순간이다.

반면 김민아(NH농협카드)는 지난 시즌 결승에서 두 차례 연속 무릎을 꿇었다. 2024-25시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과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잇따라 패하며 쓴맛을 봤다. 설욕 동기가 누구보다 강한 이유다. "가영 언니가 항상 결승전에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것 같다. 그 자리를 내가 깨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 한마디에는 단순한 경쟁심 이상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22일 열린 준결승 첫 경기에서 김가영은 서한솔(휴온스)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결승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1세트 11-8, 2세트 11-10, 3세트 11-6으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다만 이날 애버리지는 0.805로 평소 1점대에 비해 낮았다. 김가영 본인도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완승이었다. 특히 2세트 18이닝까지 이어진 장기전에서 11-10으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챙기며 서한솔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상대가 주춤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경기 장악력, 이것이 김가영이 18개의 트로피를 쌓아온 본질이다.

두 번째 준결승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될 만했다. 이화연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통산 8시즌 동안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고, 이번 대회 이전까지 사실상 팬들의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이화연이 준결승까지 올라와 통산 랭킹 4위 김민아를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1세트를 11-4로 따내며 기선을 잡았고, 2-2 균형 상황의 파이널 5세트에서도 7-3으로 앞서며 결승 진출 코앞까지 갔다.

김민아는 3-7로 밀린 벼랑 끝에서 하이런 6점을 터뜨렸다. 10이닝째, 이화연의 스트로크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 그 순간을 김민아는 놓치지 않았다. 9-7 역전, 결승행 티켓은 다시 김민아의 손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 누적 통계만 놓고 보면 김가영이 우위다. 애버리지 1.147에 뱅크샷 비율 29.9%로 안정성과 공격력을 모두 갖췄다. 김민아는 애버리지 0.955, 뱅크샷 비율 26.9%로 수치상으로는 뒤처진다. 준결승까지 풀세트 혈투를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부분도 부담이다.

그러나 통산 맞대결 전적은 3승 3패 완전한 균형이다. 결승 한정으로는 김가영이 2승 1패로 앞서 있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25-26시즌 3차 투어 16강에서는 김민아가 3-2로 승리했다. 여기에 더 주목할 수치가 있다. 김가영의 결승 진출 시 우승 확률은 무려 78.2%. 23회 결승 진출에 18회 우승이며, 현재 결승 13연승 중이다. 마지막 결승 패배는 2023-24시즌 개막전, 상대는 다름 아닌 김민아였다.

결승 13연승을 끊은 선수와, 그 연승을 이어가려는 선수가 다시 결승에서 만났다. 이 구도 자체가 이번 대결에 특별한 서사를 부여한다.

이번 결승이 유독 주목받는 건 두 강자의 맞대결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시즌 첫 대회라는 타이밍, 새 시즌 서열을 가르는 상징적 의미, 그리고 이화연이 준결승에서 보여준 돌풍이 팬들의 감정 온도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라는 점이 맞물렸다. 이화연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결승에서 마무리되지 못했지만, 그 여운은 고스란히 결승전 흥행 기대감으로 전환됐다. 당구 팬 커뮤니티에서는 "이화연 덕분에 이번 시즌 LPBA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쏟아질 만큼, 이번 대회는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는 역할도 해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결승의 핵심 변수는 김민아의 체력과 멘탈 회복력이다. 풀세트 혈투를 치르고 나온 김민아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간격 안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맞붙을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반면 김가영은 3-0 완승으로 체력 소모가 적다.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준결승에서 0.8대에 머물렀던 애버리지가 결승에서 1점대로 올라온다면 김민아 입장에서는 훨씬 험난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김민아에게는 벼랑 끝 역전극을 경험한 직후의 자신감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바닥을 찍고 올라온 선수의 에너지는 수치로 측정하기 어렵다.

23일 밤 9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5,000만 원의 우승 상금과 폴스타4 1년 이용권이 걸린 이 결승전은 통계가 아닌 감각과 의지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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