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는 가장 큰 걱정
실제 오너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불안
자동차 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전기차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주행거리는 늘 소비자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광고나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수치가 실제 도로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불신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 배터리가 방전되어 길 한복판에서 견인차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전기차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와 전기차 오너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면, 이런 걱정은 생각보다 현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전기차를 직접 타본 이후,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끼지 않게 된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구매 전에는 걱정, 소유 후에는 감소


배터리 상태 분석 스타트업인 리커런트(Recurrent)는 연말 결산 형식으로 전기차 관련 주요 데이터를 정리하며, 주행거리 불안과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기차를 실제로 소유하고 운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행거리 불안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비영리 단체 플러그인 아메리카(Plug In America)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단계에서 지속적인 주행거리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8%에 달했다. 그러나 전기차를 실제로 소유한 이후 이 비율은 22%로 크게 낮아졌다. 즉, 절반 가까이 존재하던 불안이 실제 경험 이후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 변화는 일회성 결과가 아니다. 리커런트는 2023년 말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도 전기차 오너의 78%가 “운전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주행 패턴을 이해하게 되면서 주행거리 불안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플러그인 아메리카의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전 단계에서의 주행거리 불안 자체도 2024년 대비 21.7% 감소했다.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충전 인프라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소비자 인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생각보다 적게 쓰는 '실제' 주행거리

주행거리 불안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주행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으로 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길어야 30~40마일 수준이다. 반면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평균 주행 가능 거리는 약 300마일에 이른다.
리커런트가 분석한 데이터는 이 간극을 수치로 보여준다. 전체 전기차를 기준으로 한 가중 평균 주행거리 사용률은 12.6%에 불과했다. 심지어 1회 충전 주행거리 350마일 이상인 ‘장거리 전기차’ 오너들조차도, 일상 주행에서는 배터리 용량의 88% 이상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연기관차에서 일상 주행 중 연료탱크를 바닥까지 비우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장거리 여행, 이른바 로드트립에서는 조금 더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 확충과 전기차 성능 향상으로 장거리 주행의 부담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기차 오너들은 주행거리 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배터리를 가득 채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기차를 처음 구매했을 때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하던 운전자들도, 생활 패턴이 자리 잡히면 80% 충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주행거리 불안은 기술적인 한계라기보다, 경험 이전의 심리적 장벽에 가까운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자동차가 일상 주행부터 장거리 여행까지의 모든 상황을 완벽히 커버해주길 기대해 왔다. 전기차는 이제 그 기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더 긴 주행거리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주행거리 불안’이라는 표현 자체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