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달리는 자전거야 네 이름이 ‘공유’ 맞니?

이오성 기자 2025. 10. 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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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삼기에는 요금이 부담스러운 데다 무단 방치와 사고 위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한 시민이 페달을 밟으면 작동하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직장인 이 아무개씨는 거래처에 들렀다가 퇴근 시간에 맞물렸다. 퇴근길 혼잡시간대를 피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거래처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발견했다.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씨는 요즘 거리에 부쩍 늘어난 공유 전기자전거에 호기심이 일던 차였다.

자전거 뒤쪽에 달린 ‘첫 달 무료’라는 팻말에 혹했다. 그 자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니 잠금장치가 풀리고 운행이 가능해졌다. 자전거는 페달을 살짝 돌리면 전동장치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오토바이처럼 손잡이를 당기면 작동하는 ‘스로틀(throttle)’과 달리 페달을 밟으면 전기 공급이 이루어지는 파스(PAS: Pedal Assist System) 방식은 일반 자전거로 분류돼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서 약간 겁이 났지만, 확실히 힘을 덜 들이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자전거를 반납할 때는 핸들 바의 화면을 확인하면 됐다. 반납 가능 구역에 다다르면 녹색, 불가능 구역이면 주황색이었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녹색불이 커졌다. 그 일대 아무 데나 주차하면 끝이었다. 조금 꺼림칙했지만 ‘알아서 피해 다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1시간 남짓한 전기자전거 첫 주행을 마쳤다.

그런데 이튿날 자전거 이용요금 약 1만2000원이 결제된다는 앱 메시지가 왔다. 의아해서 업체에 문의해보니 이용요금이 아닌, ‘잠금 해제’ 비용만 1개월 동안 무료라는 답변이 왔다. 잠금 해제란, 이용자가 자전거에 탑승할 때 잠금장치를 풀어주는 걸 말한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1분을 타든 1시간을 타든 일종의 기본요금으로 약 500~600원(지역에 따라 다르고 심야에는 800~1500원으로 오른다)을 내야 했다. 말하자면 ‘자전거 자릿세’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첫 달 무료’ 위에 작은 글씨로 ‘잠금 해제’라고 적혀 있었다. 얄팍한 속임수 같았지만 꼼꼼히 따지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이용요금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1분당 150(주야간)~180원(심야) 정도다. 1시간을 타면 이용요금이 9000~1만800원가량 나오는 셈이다. 1시간에 1000원인 따릉이와 비교하면 약 10배 비싸다. 가까운 거리를 하루 10분만 탄다고 해도 잠금 해제 비용 포함 왕복 4000원이 넘는다. 이씨는 “잠깐씩 재미로 탈 수는 있겠지만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삼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유 전기자전거 등 전기를 이용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쏘카일레클’ ‘카카오 T 바이크’ ‘스윙’ 등 민간 PM 업체의 회원 수는 해마다 크게 증가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공유 전기자전거 사업을 시작한 쏘카일레클의 경우 2022년 10월 회원 수가 약 90만명이었는데, 2023년 10월에는 180만명, 2024년 상반기에는 340만명으로 늘었다. 2025년 8월 기준 쏘카일레클의 기기 수는 5만 대가 넘는다.

문제는 늘어난 숫자만큼 부작용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삼기에는 부담스러운 요금 수준 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단 방치다. 지하철역 입구, 버스 정류장, 점자블록 등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고 세워진 자전거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사고 위험을 유발한다.

관계 법령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무단 방치할 경우 즉시 견인이 가능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에 따라 10일 이상 방치돼야만 조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전동 킥보드에 대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전거의 경우 견인 대상이 아니라고 공지하고 있다.

사고 시 부상 위험도 크다.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25㎞/h 제한속도가 걸려 있지만 일반 자전거의 평균속도인 15㎞/h에 비하면 빠르다. 바퀴는 일반 자전거처럼 얇은 반면 배터리 무게로 중량이 무거운 탓에 움푹 팬 곳 등에서 넘어지면 큰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자전거와 비교한 개인용 이동장치 사고의 손상 심각성 및 사고 유발 요인’)에 따르면 일반 자전거에 비해 PM(개인형 이동장치) 사고에서 중증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보행자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는 말이 있다. ‘목적지까지 남은 1마일’이라는 뜻으로 걷기에는 멀고 대중교통으로 연결이 안 되는 거리를 의미한다. 이런 라스트 마일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유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였다. 더욱이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공유 PM은 승용차를 대체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길거리에 방치되어있는 전기 공유자전거. ⓒ시사IN 신선영

공유 PM은 따릉이 같은 ‘공공 공유자전거’의 성공 기반 위에서 시작했다. 2015년 시작된 따릉이는 일 평균 이용 건수가 2017년 1만4000건에서 2023년 12만 건으로 크게 늘면서 사업성이 확인됐다. 공유 전기자전거는 구릉지에서도 수월하게 달릴 수 있고, 지정 거치대에 세울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따릉이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일각에서는 PM의 성장세가 따릉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따릉이 이용률이 떨어질 경우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감수하며 ‘시간당 1000원’ 정책을 고수하는 따릉이 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자전거 ‘페달로’를 운영했던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운영 적자와 시민 편의를 고려할 때 공공자전거를 폐지하고 민간 서비스 도입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사업을 폐지한 바 있다. PM 산업의 성장이 따릉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예민한 문제라 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공익재단 숲과나눔의 정현미 자전거 정책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따릉이와 PM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릉지 등 보행 취약지역에서 전기자전거의 구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현미 위원장은 “무단 방치가 심각한 곳은 칸막이형 거치대를 설치하는 등 업체나 지자체의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유’를 통한 친환경 효과가 실제로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2022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교통계획및시스템연구소가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자동차, 자전거 등 이동수단 8종에 대해 생산-운영-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의 탄소배출량을 추산한 결과 공유 전동 킥보드가 1㎞에 107g으로 가장 많았고, 공유 전기자전거가 83g으로 그다음이었다.

반면 ‘개인 소유’ 전기자전거의 배출량이 34g으로 가장 적었고,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 역시 42g에 불과했다. 개인 소유 PM이 공유 PM보다 수명이 3배 긴 데다, 실제 이동에서 자동차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김윤정 싸이클러블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경우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공유 전기자전거가 등장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환경에서 보행자를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기기 생산 및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감안하면 친환경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9월9일 쏘카일레클은 하루 100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4개월권(1만9900원), 12개월권(4만9900원)을 구매하면 구독 기간 내 전기자전거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단, 서울 및 충청에서만 이용 가능하고 매번 탈 때마다 15분이 한계다. 초과 시에는 분당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쏘카일레클 측은 “등하교·출퇴근 등 짧은 거리의 반복적인 이동에 드는 비용 부담을 크게 낮췄다”라고 밝혔다. 난립하는 공유 시장에서 PM 업체들이 공유경제의 취지에 걸맞은 운행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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