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멀티골! 리그 7, 8호골 작렬

손흥민이 또 한 번 LA를 들썩이게 했다. 세인트루이스 원정에서 리그 7·8호골을 연달아 넣으며 팀의 3대0 완승을 완성했고, 본인은 리그 4경기 연속골이자 A매치를 포함해 6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 갔다. LAFC 입단 후 8경기 8골. 숫자만 보면 “적응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 경기는 ‘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은 정상빈(세인트루이스)과의 맞대결이기도 했지만, 흐름을 바꾼 선수는 결국 손흥민이었다.

첫 골 장면은 LAFC가 요즘 가장 잘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전반 추가시간, 전방 압박 뒤 빠른 전환, 그리고 손흥민의 폭발적인 침투와 마무리.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파고든 뒤 오른발로 정확히 찔러 넣었다. 이 한 방은 ‘원샷 원킬’ 그 자체였다. 후반 15분 두 번째 골은 다른 결의 장면. 박스 안에서 수비를 앞에 두고 템포를 살짝 늦췄다가 공간이 열리는 순간 낮고 빠르게 차 넣었다. 코스·힘·타이밍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슈팅으로, 요즘 손흥민의 결정력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잘 보여준다. 두 골 모두 아르템 스몰랴코우의 전진 패스와 크로스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측면-중앙 연결 고리가 안정되니 손흥민의 움직임이 더 빛난다.

전술적으로 보면 LAFC는 3-4-3과 4-3-3을 유연하게 오가며, 전방에서는 부앙가의 적극적인 1차 압박과 손흥민의 뒷공간 탐색을 짝으로 묶는다. 부앙가가 상대 빌드업을 흔들고, 그 틈을 손흥민이 파고드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날도 전반 15분 부앙가의 선제골이 압박 유도로 시작됐고, 손흥민의 추가골이 그 흐름을 굳혔다. 결과적으로 부앙가(23골)와 메시(24골)가 득점왕 레이스를 펼치는 사이, 손흥민은 “결정적 순간에 경기를 끝내는 두 번째 칼날” 역할을 완벽히 수행 중이다. 상대 수비 입장에선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솟아난다. 그래서 LAFC의 최근 4연승은 단순한 폼 상승이 아니라, 구조가 만들어낸 성과에 가깝다.

손흥민 개인의 컨디션 관리도 주목할 대목이다. 9월 A매치를 미국에서 치른 덕에 시차 부담이 적었고, 연전 속에서도 스프린트 질과 슈팅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토트넘 시절 2021년 12월 이후 3년 9개월 만의 리그 4경기 연속골이란 기록은, 리그가 바뀌어도 ‘결정력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더 인상적인 건 효율성이다. 불필요한 터치 없이 첫 터치-슈팅으로 마감하거나, 템포를 살짝 죽여 각을 만드는 식으로 상황별 해법을 섞어 쓴다. 덕분에 팀이 앞서 있을 때는 승부에 쐐기를, 밀릴 때는 흐름 전환을 만들어 낸다.

세부 디테일도 좋아졌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 때 동료와 간격을 8~12m로 유지해 ‘원-투’와 슈팅 모두 가능한 위치를 잡고, 세컨드 볼이 흘러나올 지점에는 틸만·델가도가 따라 들어와 세컨드 찬스를 만들었다. 세트피스에서는 손흥민이 코너키커와 박스 침투 역할을 번갈아 맡아 수비의 시선을 흔든다. 이런 작은 조정들이 결국 ‘많이 때려서 한 골’이 아니라 ‘적게 때려도 두 골’로 연결된다.

상대팀 관점에서의 처방도 분명하다. 첫째, LAFC의 전방 압박이 걸리는 초반 15분을 안전하게 통과해야 한다. 이날도 선제골·추가골이 전반 초반과 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둘째, 손흥민의 왼쪽 하프스페이스 침투에는 측면 풀백 한 명만 세우지 말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컷백 라인’을 함께 차단해야 한다. 셋째, 스몰랴코우 쪽의 전진 패스를 끊지 못하면 결국 박스 안에서 손흥민-부앙가 둘 중 하나가 자유를 얻는다. 빌드업 시작점이 아닌 연결 허리를 끊는 게 해법이다.

LAFC가 이 흐름을 끝까지 가져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손흥민-부앙가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점을 대비해 교체 자원의 직선 주력과 세트피스 득점 루트를 더 늘려야 한다. 둘째, 앞서 나선 경기 운영에서 중원 탈압박의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손흥민의 연속 득점이 멈추는 날에도 1-0, 2-1로 이길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는다.

정상빈에게도 이 경기는 배울 점을 남겼다. 꾸준히 뒷공간을 노리고, 슈팅 전에 각을 만드는 첫 터치의 질을 끌어올리면 결정력은 따라온다. 손흥민이 보여준 건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의 사용법’이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손흥민은 이미 MLS에 완전히 적응했다. 지금의 손흥민은 골로만 팀을 이끄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지휘자다. 부앙가와의 호흡, 스몰랴코우와의 연결, 그리고 본인의 효율.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한, LAFC의 연승은 기록이 아니라 습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 팀의 공격은 ‘누가 넣느냐’가 아니라 ‘언제 마무리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가장 잘 아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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