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티투닷 이상한 M&A] ②정의선의 송창현 무한 신뢰, 2000억+사장+고가전세집

현대차 전기차 충전 모습(출처=지속가능보고서)

현대차와 포티투닷의 M&A 거래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점은 공시 상 부정확한 M&A 거래 수치 뿐 만이 아니다. 송창현 포티투닷 설립자(현 현대자동차 타스 본부장, 사장)에게 부여된 현대차그룹 내 파격적 지위와 거액 지분 매각 기회도 다른 M&A 거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그 규모가 크고 이례적이어서 현대차 투자자들도 알고 있어야 할 정보로 판단된다.

24일 <블로터>가 그동안 기사화 된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송창현 사장이 2019년 포티투닷을 설립할 때 시드(Seed) 자금을 댔고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그 과정에 깊게 관여했을 뿐 아니라 이번에 포티투닷이 엑시트(EXIT : 투자금회수)할 때도 엑시트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2021년 그룹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타스(TaaS;Transportation-as-a-Service) 본부'를 신설해 송 대표에게 본부장(사장)을 맡긴다. '포티투닷'이라는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을 현대차 내부 사장 자리에 앉힌 것으로, 원칙적으로 외부 겸직이 불가능한 현대차그룹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송 사장은 지금도 현대차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기술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고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일은 미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해 볼만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논란이 많았다. 포티투닷 인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경영진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이 반대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도 현대차그룹 내부 임직원 중 상당수가 포티투닷 인수 타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수에 반대하는 경영진을 향해 "안 따라오는 임원들은 사표 쓰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포티투닷의 기술력이다. 국내 자율주행 관련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포티투닷이 이루어놓은 업적과 확보한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한다.

국내 대표적인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는 스트라드비젼, 라이드플럭스, 포티투닷 3개사를 들 수 있다. 이 중 기술력으로 가장 앞선 기업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스트라드비젼의 경우 누적특허출원건수가 2021년 기준 600여건이 넘는다. 자율주행 분야 기술 전반에 걸쳐 골고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스트라드비젼은 특허 1건을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국에서 모두 특허를 출원하는 전략을 펴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을 갖고 있다는 뜻도 된다. 2021년까지 누적투자유치금액이 400억원대였으나 2022년들어 1500억원대로 급증했다. 심지어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미국 앱티브마저 이 회사 시리즈3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업체들과 비교해 포티투닷이 기업가치 약 6000억원(지분 100%)을 인정받을 만한 기술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물론 포티투닷도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특허건수 등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데이터가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투자금으로 약 1500억원 가량을 투자유치받았다. 또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서울시 자율주행차 운송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돼 있다.

이날(24일)도 서울시와 한 행사에 포티투닷 송창현 대표가 참여하기도 했다.

11월24일 서울 시청 인근 청계천 앞 서울시와 자율주행버스 행사 모습, 왼쪽에서 4번째가 송창현 사장(사진=강승혁 기자)

또 하나의 논란은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기술과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서로 잘 섞이지 않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포티투닷은 테슬라처럼 라이다(LIDAR)없이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카메라를 통해 자율주행을 펼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라이다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구현해 왔다. 두 회사가 합치게 되면 어느 한 기술은 사장될 수 있다. 또 포티투닷의 기술에 맞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하므로 현대차는 기존 자율주행차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고가에 인수했다. 그리고 포티투닷으로 현대차 타스본부 직원들을 이직시키려 한다.

지난 8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포티투닷의 기술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기술진척이 꽤 되었나 보네요"라는 글도 있었다. 반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도, 자율주행 기술도 수준이... 맵팀은 아예 없고 3년째 제대로 된 상품 못내놓은 상황"이라는 글도 있었다. 이 외 더 험한 비평글도 많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M&A 특이점으로는 현대차그룹이 굳이 사주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포티투닷 다른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마저 지난 8월 대거 사줬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포티투닷 주주 중 SK텔레콤, LIG넥스원, IMM인베스트먼트 등은 주당 3만원대에 포티투닷 우선주를 취득해 4배가 넘는 주당 12만9000원에 이를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2년도 안돼 엄청난 수익을 벌고 엑시트에 성공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보유 주식에 송창현 사장의 주식만 모두 사들여도 지분율 50% 가까이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들 재무적투자자의 지분까지 모조리 사주는 과감성을 보였다.

포티투닷과 송창현 사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 내외부 인사들의 판단이다. 송창현 사장은 현대차가 전세권을 설정한 20억원대 고가 전세집까지 제공받았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정 회장의 지지 뒤에 다른 뜻은 없다. 그는 선대 회장(정몽구 명예회장)과 다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젋고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다. 늘 보수적인 회사 문화를 깨려 하고 디자인 뿐 아니라 기술(technology) 측면에서도 앞서 나가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송 사장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 안에 혁신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송창현에 대한 신임은 사실 밸류에이션 등 관련 말이 많지만 그 쪽(송창현 사장)에 대한 신뢰가 확고할만큼 혁신을 해보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