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산전시회 마덱스(MADEX)에서 해병대용 120mm 박격포가 주목받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해병대만을 위한 상륙작전용 다연장 로켓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해병대는 육군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해병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드디어 해병대만의 전용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장비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어떤 무기 체계이길래 이런 관심을 받고 있을까요?
해병대가 육군 장비에서 독립하는 이유
지금까지 해병대는 상륙장갑차 등 일부 특수 장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육군이 사용하는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해병대는 육군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모든 장비를 배에 실어서 상륙작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죠.
이번 마덱스에서 SNT다이나믹스가 전시한 '상륙전용 소형 전술차량 탑재형 120mm 박격포 체계'는 이런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해병대의 상륙작전에 최적화된 화력지원 장비를 도입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죠.
하지만 박격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해병대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로 해병대 전용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덱스에서 조용히 공개된 해병대 전용 다연장 로켓
이번 마덱스 해병대 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놓친 중요한 전시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성능 다연장'이라는 이름의 차량이었죠.

무인차량 등 화려한 전시품들에 가려져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차량이야말로 해병대의 미래를 보여주는 핵심 장비입니다.
현재 이 시스템은 184억 9천만 원을 투입해 '해병대용 상륙형 다연장 발사대 체계통합 기술개발' 사업으로 개발 중입니다.
주로 발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하지만 전시된 모델의 설명란에는 거의 모든 수치가 '공개불가'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은 이게 무슨 장비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해병대를 위한 별도의 다연장 개발 소식은 2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져 왔습니다.
처음에는 별도의 차량 없이 거치대만 있는 무인 발사대 형태로 구상되었었죠.
상륙함에서도 다연장을 발사할 수 있고, 흔들리는 함선의 롤링과 피칭을 파악해서 정확하게 탄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이었습니다.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시스템
해병대용 다연장 후보로는 세 가지 시스템이 거론되어 왔습니다.

첫째는 무인 발사대 형태, 둘째는 미국의 하이마스처럼 천무 다연장의 발사대를 두 개에서 하나로 줄인 한국형 하이마스, 셋째는 한화가 각종 전시회에서 선보인 무인 다연장이었죠.
그런데 해병대가 선택한 시스템은 놀랍게도 이 세 가지의 특징을 모두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유인차량에 탑재되지만, 다연장을 발사할 때는 외부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무게는 상륙작전을 위해 최대한 경량화해서 17톤을 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는 무게 31톤인 천무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륙함선에 올려진 상태에서도 발사가 possible하다는 점입니다.
발사기는 하나만 탑재하지만, 천무와는 다른 새로운 규격을 사용합니다. 천무보다도 더 다양한 탄을 발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다목적 발사기'인 셈이죠.
당연히 현재 개발 중인 280mm 대함탄도미사일도 이 다연장에서 운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이 벌써 관심을 보이는 이유
웃긴 이야기지만,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이 해병대 전용 다연장에 벌써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필리핀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현재 서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은 접근거부 전략(A2AD)을 펼치고 있고, 이에 대응해 미해병대는 중국의 제1도련선 안에 있는 작은 섬에 소규모 해병대를 상륙시켜 AML(자율이동발사기) 같은 장비로 중국 해군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필리핀도 이런 미해병대의 작전을 모방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미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있는 무인도들을 점령하고 불법적으로 군사시설을 건설했기 때문이죠.
전쟁이 나면 필리핀은 해병대를 파견해서 이 섬들을 되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완전히 무인화된 차량을 운용하려면 고도화된 네트워크 시스템이 필요한데, 필리핀군에는 그런 능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미국의 AML은 너무 비싸서 필리핀이 도입하기 어렵죠.
한국 해병대용 다연장이 필리핀에게 완벽한 대안인 이유
필리핀이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는 사람이 운용할 수 있지만 능력은 미국의 AML과 비슷한 장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해병대용 다연장인 것이죠.
우리 시스템은 경량화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상륙능력이 떨어지는 필리핀 해병대도 운반할 수 있고, 상륙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80mm 대함탄도미사일을 탑재해서 중국 해군을 견제할 수 있으며, 완전히 무인화되지 않아서 고도의 네트워크 없이도 운용 가능합니다.
물론 필리핀에는 인도로부터 도입한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있지만, 해병대가 작은 섬에 이런 대형 미사일을 상륙시켜서 운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 시스템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미국의 AML에 탑재되는 프리즘 대함탄도미사일은 우리의 280mm 미사일보다 크기도 크고 사거리도 더 길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비싸서 필리핀이 사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필리핀이 관심을 갖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리의 해병대용 다연장과 280mm 대함탄도미사일인 것입니다.
해병대 전력 증강과 미래 전망
이런 수요는 필리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해병대 상륙작전용 다연장은 개발이 끝나기 전부터 이미 관심을 보이는 해외 국가들이 있는 셈이죠.

현재 우리는 본격적으로 해병대를 위한 상륙작전에 최적화된 새로운 다연장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발사대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차량에 탑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중형 전술차량의 장갑형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병대용 다연장은 해병대에게 있어서 엄청난 전력 증강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육군 장비를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해병대만을 위한 상륙작전에 특화된 장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 다연장은 서북도서 등에도 배치되어서 대함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북한 해군을 공격하는 데도 사용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미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의 지대함미사일 기능도 같이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병대용 다연장이 해병대에 배치되면 해병대의 전력이 대폭 증가할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 하나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해병대가 진정한 독립적 전투력을 갖추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