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AI·취업난…'복합적 위기'가 유쾌한 시너지 만들어" "건강한 자산 형성과 착한 업장의 생존 돕는 플랫폼 지향"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절약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파편화돼 있는 외식비 절약 정보를 한 데 모아 시각화한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절약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최성수 대표는 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거지맵'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만든 '거지맵'은 메뉴 하나의 가격이 1만원 이하인 가성비 식당을 지도 위에 시각화한 참여형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매장을 등록하고 수정·삭제하며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구조로, 일종의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지난 달 20일 출시한 이후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누적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 92만 명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거지맵' 갈무리
■ "거지는 비하 아닌 유쾌한 돌파구"…청년 세대의 '당당한 절약' 담아
다소 투박해 보이는 서비스명 '거지맵' 그 이면에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 대표는 '거지'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비하나 자조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절약이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닌,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끼리 유쾌하게 풀어내는 일종의 '놀이 문화'로 승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소 거친 표현일 수 있지만,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며 "과거에는 '거지'라는 단어가 마냥 부정적이었다면 이제는 위기를 유쾌하게 정면 돌파하려는 청년들의 '당당함'을 상징하는 키워드로서 긍정적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의 서사와 맥을 같이 한다. '거지맵'의 뿌리가 된 거지방은 익명의 이용자들이 모여 지출 내역을 공유하고 서로의 소비에 '지독한 훈수'를 두는 곳이다. 가령 누군가 "버블티가 먹고 싶다"고 하면 다른 이들이 "컵에 동그란 스티커를 붙여 마셔라"라거나 "그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냐"라고 응수하며 절약을 독려한다. 현실의 팍팍함을 웃음으로 치환하는 유쾌한 공감대가 서비스의 핵심 동력이 됐다.
최 대표는 서비스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배경으로 고물가·고유가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과 AI 도입에 따른 취업 시장 위축 등 '복합적 경제 위기'를 지목했다. 지출을 반드시 줄여야만 하는 절박한 현실이 젊은 세대 특유의 해학적 정서와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사진= '거지맵' 갈무리
■ 집단지성이 만드는 '자정 효과'…"데이터의 힘겨루기가 핵심"
누구나 정보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 특성상 허위 정보나 광고성 게시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비스 초반에는 일부 업주들이 저렴한 사이드 메뉴를 '미끼 상품'으로 내세우는 등 데이터 오염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힘의 균형'을 핵심 원리로 제시했다. 그는 "거지맵에는 가격이나 품목별 상한선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가장 강력한 통제 장치는 사용자들의 보편적 기준"이라며 "부적절한 광고글이 올라오더라도 절대다수의 이용자가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를 밀어내는 힘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하려는 힘과 정제하려는 힘 사이의 팽팽한 균형이 곧 데이터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거지맵'에 등록된 식당에는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추가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화요일·금요일만 영업한다", "위생 상태는 보통 수준" 등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후기가 이어지고, 메뉴판 사진 등을 직접 올리며 정보를 보완하는 식이다.
특히 '위키트리'나 '나무위키'와 같은 참여형 지식 공유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사용자들의 직접 참여로 이뤄지는 집단지성 기반의 실시간 검증 과정이 오히려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단순 절약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 꿈꿔
최 대표는 '거지맵'이 단순한 저가 식당 찾기 서비스를 넘어, 사용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사용자들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똑똑하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동시에 광고비 부담 없이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착한 업장들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시장의 다양성이 지켜졌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