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카드가 지난해 12월 조좌진 대표이사의 사임 이후 처한 경영 공백을 해소한다. 주인공은 정상호 전 롯데카드 부사장으로, 약 2년 만에 경영 현장에 복귀한다. 여러 카드사를 거치며 마케팅·영업 역량을 인정받아온 정 전 부사장이 롯데카드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할지 주목된다.
25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정 전 부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정 후보는 3월1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거친 뒤 롯데카드 대표로 공식 선임된다.
1963년생인 정 후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LG카드(현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삼성카드를 거쳐 롯데카드에 합류했다. 특히 주로 마케팅과 영업 부문 임원을 맡아온 점이 눈에 띈다.
정 후보가 대표로 선임되면 2023년 12월 롯데카드 부사장에서 퇴임한 뒤 2년 3개월 만의 복귀다. 당초 롯데카드 차기 대표는 금융과 유통 업권 전직 CEO가 하마평에 오르며 외부 수혈이 점쳐졌지만, 이사회가 장기간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내부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었다.
이는 롯데카드 차기 대표가 마주할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당장 지난해 9월 벌어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리더십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취임 직후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에 대응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실시한 피해 보상의 노력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에서 정보 보안 예산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해킹은 규모 면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 없겠지만 적극적인 사후 대응 노력을 보였다는 점이 제재 수위에 참작될 수 있다"며 "새로 꾸려지는 경영진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도 중요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롯데카드의 체질 개선에 힘을 모으는 것도 과제다. 실적 측면에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0% 감소한 814억원에 머물며 고전 중이다. 상품 수익이 감소하고 대손 비용은 증가한 영향이다. 한동안 해킹 사태 수습을 위한 일회성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이익 감소를 상쇄할 전략이 요구된다.
롯데카드 이사회는 정 후보가 다양한 카드사를 거치며 쌓아온 전문성이 '위기 관리형 리더'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마케팅 전문성이 빛을 발하고, 현장을 누비며 축적한 노하우를 개인·법인 영업에 이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카드 내부에서도 차기 대표로 정 후보가 내정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감지된다. 한동안 침체돼 있던 조직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 후보 체제가 본격 가동된 이후 조직 구성과 사업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전환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정 후보는 신용카드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영업, 마케팅 등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롯데카드에서 향후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수익성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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