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맘 먹고 결혼한 자식 부부와 여름 여행을 떠났다가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깊어진 채 돌아오는 부모들이 정말 많다.
자식들은 부모를 배려해서 좋은 곳에 모셔왔다고 생색을 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철저히 자식들의 취향과 스케줄로만 채워진 자식들만을 위한 여행이기 일쑤다.
좋았던 관계마저 서먹하게 만들고 평생 잊지 못할 섭섭함만 남기는 여행지에서의 지극히 현실적인 비극을 알아본다.

자식들은 좋은 숙소와 비싼 음식점을 예약했다며 큰 효도를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지만 정작 부모의 체력이나 입맛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부모를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핫플레이스나 유행하는 코스에 부모를 들러리로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
부모가 원하는 편안한 휴식이나 따뜻한 한식은 구닥다리라며 묵살당하고, 자식들의 여행 만족도를 채워주기 위해 억지로 끌려다니느라 온몸이 골병이 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면 길바닥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다리가 떨려도 자식들이 여기 진짜 어렵게 예약한 곳이라고 하니 차마 가자고 말도 못 한 채 벌을 서듯 마냥 기다려야 한다.
기껏 오랜 대기 끝에 들어간 식당은 노인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느끼한 서양식이나 퓨전 요리뿐이라 속만 부대끼고 체력은 통째로 방전된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여행을 왔다면 밀린 대화도 나누고 도란도란 정을 쌓아야 마땅하지만 자식들의 시선은 온통 스마트폰 액정에만 꽂혀 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물론이고 음식을 기다리는 순간이나 숙소에 들어와서도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무미건조한 대답만 늘어놓는다.
눈앞에 부모를 앉혀두고도 각자 방구석에 있는 것처럼 대화 단절이 이어지니, 부모는 내가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눈치를 보고 있어야 하나 깊은 소외감과 불통의 벽을 느낀다.

여행지의 매력을 눈과 마음에 담는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고, 오직 SNS에 올릴 그럴싸한 사진을 건지기 위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기괴한 여행이 이어진다.
여기 서 봐라, 저기 서 봐라 하며 자식들의 요구대로 포즈를 취하느라 정작 부모는 풍경 한 번 편하게 감상할 자유조차 누리지 못한다.
모든 일정이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 위주로 짜이다 보니 여행이 아니라 마치 자식들의 행복한 일상을 증명하기 위한 화보 촬영장에 강제 동원된 기분이 든다.

자식들은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부모에게 다정한 포즈나 과장된 미소를 지으라고 끊임없이 다그치고 억지 텐션을 요구한다.
사진 속 부모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지만 실제 속마음은 피로와 서운함으로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진심 어린 대화와 교감은 쏙 빠진 채 오직 보여주기식 인증샷에만 집착하는 자식들의 철없는 모습에 부모는 밤마다 숙소에서 씁쓸함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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