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시한폭탄’ 무조건 칼 대진 않는다

김태훈 기자 2023. 6. 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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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진단과 치료
혈관 파열 위험 희박하면 치료 없이 추적관찰 가능…조기진단이 관건
절개하는 결찰술·절개 없는 색전술 등 판단은 신중히, 치료는 신속히
코일 색전술 시술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의료진이 환자의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A씨(60)는 최근 건강검진 중 뇌 자기공명 혈관영상(MRA) 검사를 받은 뒤 ‘뇌동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평소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으나 의사는 빨리 뇌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줬다. B씨(55) 역시 건강검진에서 컴퓨터단층촬영 뇌혈관조영술 검사를 받다 5㎜ 크기의 뇌동맥류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혈관 파열 위험이 있으니 코일 색전술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유했다. 두 사람 모두 갑작스러운 진단에 수술·시술에 관한 정보도 없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는 뇌동맥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질환이다. 혈관 벽이 약해진 동맥류가 터지면 뇌 거미막하 출혈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약 20%는 파열 후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생명을 위협하는 뇌혈관질환이지만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잘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조기 진단과 함께 진단 후 즉시 치료를 할 것인지 또는 추적관찰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하면서도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 권정택 중앙대병원 뇌혈관센터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로 진단되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파열되지는 않고 위치, 모양, 크기, 환자의 연령, 건강 상태에 따라 파열 위험이 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센터의 남택균 교수도 “뇌동맥류가 진단됐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뇌동맥류의 크기, 위치 등을 고려해 코일 색전술이나 클립 결찰술 등을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뇌동맥류 치료 방법은 머리를 열어 시행하는 ‘동맥류 결찰술’(클립 결찰술)이다. 동맥류 결찰술은 오랫동안 시행되어 기술적으로는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다.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작게 연 뒤 수술에 들어가는데, 수술 현미경을 통해 뇌동맥류를 드러내 동맥류의 입구에 혈류를 차단하는 클립을 끼우는 치료 방법이다.

혈관을 통해 접근해 치료하는 뇌혈관 내 치료 방법으로는 ‘코일 색전술’이 있다. 코일 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동맥류를 치료하는 비침습적 시술법에 해당한다. 여러 단계의 카테터(도관)를 허벅지(서혜부)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접근하게 한 뒤 문제가 된 뇌동맥류에 백금코일을 채우는 방식이다. 역시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맥류로 흐르는 혈류를 차단한다. 동맥류 입구가 넓은 경우 혈관 내 스텐트나 풍선을 이용해 입구를 지지한 상태에서 코일 색전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두 치료법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든 한 방법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수술 또는 시술을 결정할 요인이 다르므로 우선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두 가지 치료법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클립 결찰술은 수술 중 동맥류가 파열될 때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뇌신경을 압박하거나 모양이 복잡한 동맥류에도 비교적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개두수술을 하므로 수술시간이 4~5시간 정도, 입원기간 역시 10일 안팎이어서 코일 색전술보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반대로 코일 색전술의 장점은 비교적 짧은 수술 시간(2~3시간)과 입원 기간(5~6일), 그리고 수술로는 접근이 어려운 깊은 위치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남택균 교수는 “코일 색전술은 개두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이어서 시술 시간도 3시간 이내로 비교적 짧으며, 치료 후 1~2일 이내에 퇴원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일 색전술은 클립 결찰술보다 재발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도 있다. 뇌동맥류 때문에 코일 색전술을 시술받은 경우엔 시술 후 6개월, 1년6개월, 3년6개월, 5년6개월에 추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치료 시 스텐트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코일 색전술을 시행했다면 최소한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까지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남택균 교수는 “코일 색전술은 통계적으로 10명 중 1명은 재치료가 필요한 경우여서 재발 확인을 위해 시술 후 추적검사를 자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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