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세계 스포츠용품 1위 위상 흔들리나…경쟁 심화로 고전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의류 회사 나이키가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온(ON)과 호카 오네오네와 같은 신생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는 가운데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나이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오는 6월 시작하는 2025 회계연도의 1~2분기에 매출이 한 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4%와 6% 증가였다. 다만 나이키는 연간 매출과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회계연도 3분기(지난해 11월~올해 2월)에 나이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24억3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122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북미 중국 매출은 각각 3%와 5%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나이키가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6.90% 내린 93.86달러를 기록했다.

나이키는 지난 2021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후 지난 3년 동안 주가가 40% 넘게 하락했다. 또 지난 12개월 동안은 22% 하락했다. 이는 S&P500지수가 기록한 32.55%의 상승률과 비교된다. 경쟁업체인 아디다스도 힙합스타 예(옛 칸예 웨스트)와 결별하고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독일축구협회와의 파트너십 종료 등 여러 악재를 맞았지만 같은 기간 주가는 약 40%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수십 년 동안 운동화 시장을 지배해온 빅2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온과 호카의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특히 나이키의 경우 “에어 포스1과 같은 클래식 농구화에 대한 회사의 의존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TD코웬의 존 커넌 애널리스트는 “경쟁 환경과 채널 역학 관계는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도전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스포츠 의류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이키는 소비자들로부터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바클레이스의 애드리언 이 애널리스트는 “아디다스, 반스, 나이키의 문제는 똑같은 제품을 계속해서 판매하다는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지루해지고 있고 이들은 온과 호카와 같은 업체들의 ‘밑창 전쟁’에 참여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나이키가 잠재력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에 다시 집중하고 더 많은 신제품을 빨리 개발하고 도매 파트너와 함께 판매를 늘리고 더 공격적으로 광고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지난 12월 향후 전 세계 인력의 2%에 달하는 1500명을 감원하는 등 향후 3년간 20억달러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매출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앞으로 오래된 제품을 정리하고 신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클래식 모델로 꼽히는 에어 포스1와 페가수스 운동화 생산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키의 클래식 운동화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신흥 경쟁사와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키는 지난 몇 년간 과잉 재고로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제품을 대폭 할인 판매해서 수익이 타격을 입고 신제품 출시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진이 재고 정리에 집중하면서 지난 분기에 재고 수준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분기 나이키의 재고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77억달러로 월가 예상치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나이키는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마케팅에 투입하는 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분기 마케팅 비용은 10억달러를 기록 했는데 이는 전

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것이다.

트루이스트의 조셉 시벨로 애널리스트는 “주요 제품의 공급을 제한해서 혁신에 집중하고 도매 채널을 더 많이 활용하는 나이키의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러한 전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쉽게 점유율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푸남 고얄 애널리스트는 2025 회계연도 상반기에 대한 전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신제품 출시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의 폴 레주에즈 애널리스트는 “나이키가 혁신을 위한 피벗을 준비하고 있고 이것이 주식에 단기적인 고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낮추기 위해 일부 모델 생산을 축소하더라도 혁신과 수익성에 대한 집중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