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이코노미]⑥ 젊은 브랜드 전략…농심·기아 'e스포츠' 활용법

대회·중계·리그·자본의 연결고리를 따라 e스포츠 판의 변화와 이해관계를 들여다봅니다.Ⅰ구단②

/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e스포츠 구단 운영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LCK 참가 구단 중 다수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 기업 농심과 자동차 기업 기아는 e스포츠를 선택했다. 브랜드를 젊게 유지하고 미래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두 기업의 셈법은 다르다. 농심은 구단을 직접 운영하며 손익을 떠안는 반면 기아는 스폰서십을 이용해 리스크를 통제한다.

농심, 적자에도 직접 구단 운영

'농심 레드포스'는 농심이 설립한 자회사 농심이스포츠가 보유·운영하는 구단이다. 장기간 적자구조를 이어왔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흑자전환하며 흐름이 달라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이스포츠는 2022년 기준 영업손실 약 37억원, 당기순손실 약 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약 30억원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모회사 농심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자체 수익만으로는 선수단 운영비와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2024년에는 실적이 반등했다. 농심이스포츠는 매출 약 39억8000만원, 당기순이익 약 12억70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스폰서십 수익과 LCK 프랜차이즈 리그 수익 분배가 매출의 양축으로 작용했다.

다만 흑자전환이 곧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농심은 같은 해 농심이스포츠 투자 주식에 대해 약 41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동시에 약 4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지분율을 95% 이상으로 확대했다. 회계적으로는 투자가치 하락을 반영했지만 실제 경영 판단은 ‘지속 운영’에 가까웠다.

농심에 e스포츠는 단기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브랜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라면과 스낵 중심의 소비재 기업이라는 특성으로 브랜드 노후화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한 핵심 소비자층과 접점을 유지하는 통로다. 이에 천문학적인 선수 연봉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수단 운영과 팬 접점 확대에 무게를 둔다.

/사진=농심레드포스 홈페이지 갈무리

기아, 손익 없는 ‘스폰서십’ 전략

기아는 e스포츠 구단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디플러스 기아(Dplus KIA)'는 에이디이스포츠(AD ESPORTS)라는 별도법인이 운영하고 기아는 2023년부터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기아와 구단의 동행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아는 2020년 12월, 당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하며 e스포츠 판에 본격 진입했다. 이후 팀명은 ‘DWG KIA’로 변경됐고 기아의 신규 로고가 유니폼에 적용됐다. 2023년 구단이 디플러스 기아로 리브랜딩한 후에도 기아는 타이틀 스폰서 자격을 유지하며 5년째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기아의 e스포츠 비용은 계약된 후원금으로 한정된다. 구단이 흑자를 내든 적자를 기록하든, 그 성과는 기아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후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CK 타이틀 스폰서십을 연간 수십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기아가 e스포츠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노출 효과 때문이다. 자동차는 구매주기가 길어 당장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 20대에게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단일 글로벌 리그 구조이며 월드챔피언십 같은 국제대회는 누적 시청이 수억회에 달한다.

전통 스포츠 대비 비용 부담이 낮고 젊은 층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는 효율적인 글로벌 마케팅 채널이다. 기아에 e스포츠는 사업이 아니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가깝다. 이에 직접 운영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지지 않고 있다.

/사진=디플러스 기아 페이스북 갈무리

대기업의 e스포츠 활용법

농심과 기아의 사례에서는 e스포츠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농심은 적자를 감내하며 구단을 ‘자산’으로 축적하고 기아는 리스크를 덜어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취하는 ‘효율’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두 모델이 리그 생태계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단 운영의 기준을 흑자 여부보다는 일관된 유지에 두고 있다는 관점이다. 직접 운영하는 모기업의 자본은 구단의 재무적 존립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기업의 스폰서십은 리그 전체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사회공헌(CSR)이나 단순 홍보 차원에서 구단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철저한 계산에 따른 비즈니스적 판단이 우선”이라며 “농심처럼 확실한 타깃(MZ세대) 마케팅을 하거나, 기아처럼 글로벌 효율을 추구하는 등 목적이 명확해야만 장기적인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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