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채 상병’과 김 여사를 묶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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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채 상병 특검법에 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얘기가 아니다.
채 상병의 순직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을 '쌍특검법'으로 한데 묶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이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의지가 있었다면 '쌍특검법'을 들고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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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채 상병 특검법에 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얘기가 아니다. 법안이 부결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규탄대회를 열고 이 나라가 김건희 왕국이 다 됐다며 야단법석을 떨 줄 알았다는 말이다. 당장은 국정감사에 집중하겠지만 특검법이 통과될 그날까지 몇 번이고 계속 발의하겠다는 엄숙한 선포도 잊지 않았는데 이제 와 쳇바퀴가 세 번을 돌든, 네 번을 돌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쌍특검에 김 여사 조합한 ‘필패 카드’ 쓰다니
민주당은 더 이상 ‘채 상병’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로지 ‘특검법’에만 혈안이 되어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채 상병의 순직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을 ‘쌍특검법’으로 한데 묶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이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의지가 있었다면 ‘쌍특검법’을 들고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절차적으로 도저히 책잡힐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해 여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한편으론 치밀하게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이미 제21대 국회에서 대장동-김건희 쌍특검법으로 경험했듯 쌍특검에 김건희 조합은 필패 카드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충직했던 군인의 애꿎은 죽음까지 도매금으로 엮을 이유는 없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공동체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기회를 이렇게 또 잃었다. 비단 채 상병뿐일까. 황망하고 억울한 죽음이 매일같이 들려온다. 심지어 이제 한국에서는 죽음을 예견할 수 있다. 택배를 나르다, 폭염과 혹한을 견디다, 과로를 참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람들이 죽는다. 202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재라고도, 사회적 타살이라고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어떤 죽음도 충분히 해명되지 못했기에 애도는 늘 미완으로 남는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발언권 없으면 죽어도 ‘나중에’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사건이 아닌 배경이다. 의제가 되지 못하고 레토릭에 머문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애도보다 온갖 말이 먼저 쏟아진다. 재발을 막겠다는 다짐이 아닌 상대를 흠집내려는 지난한 정치 공방이 이어진다. 살아 있을 때도 자기 자리가 없었을 고인은 죽고 나서도 머물 자리가 없다. 정작 말을 하고 싶은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을 독점해온 이들의 설전만 난무한다. 늘 그래왔듯 이들은 가장 먼저 입을 열어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고, 가장 많이 말하면서 논의를 장악하며, 가장 늦게 말함으로써 문제를 종결한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 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자격과 조건을 떠나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맞을 죽음의 운명을 체감하고, 그들과 지금-여기-같이 있음을 새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본령이다. 다르지만 같은 이들의 공존.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듯 결코 개별적으로 죽지 않는다. 탄생과 달리 죽음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대개 외부에서 온다. 그래서 죽음은 삶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어떻게 죽을 지를 고민할 수 있는 사회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성찰하게 한다. 일면식 없던 타인의 죽음을 정성껏 애도하는 공동체는 자리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정치가 탄생시키고, 정치가 오염시켰으며, 끝내 정치가 소멸시켰다. 이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한 사람은 절대 먼저가 되지 못한다. 살아 있을 때도, 죽고 나서도.
신성아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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