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0대 임신 심각…산전 케어, 건강 상담 지원"[르포]
월드비전과 손잡고 2021년부터 사업…누적 2500명 다녀가
대안교육프로그램 개발…..필리핀 청년 교육 기회 확대
코이카 개발 ALS프로그램, 필리핀 400만명 학생 혜택
[타클로반(필리핀)=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지난 2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650여km 떨어진 동부 비사야지역 레이테주 타클로반시. 타클로반시의 다니엘z.로무알데즈 공항에서 차로 30분여를 달리자 작은 마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란색 외벽에 푸른색 지붕의 조그만 한 집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이곳은 불로드 바랑가이(한국의 ‘동’)다. 현재는 2013년 슈퍼 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집을 잃은 이주민 766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타클로반 지역은 슈퍼태풍 하이옌이 덮치면서 인구의 5%인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한때 ‘절망의 도시’로 불렸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이 지역 복원을 위해 월드비전과 손잡고 2021년부터 모자(母子)보건 사업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불로드 지역에 건립한 보건센터다.
보건센터 전담 의사인 로웨나 베이라(56·여)씨는 “교통비, 진료비 문제로 큰 병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주로 온다”며 “임산부의 산전 케어를 주로하고, 예방 접종, 건강 카운슬링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보건센터에는 △의사 1명 △간호사 1명 △조산사 1명 △지역보건 및 영양요원 11명 등 총 14명이 근무한다. 매일 평균 15~20명의 환자가 방문하고 있으며, 개원 이후 누적 환자수는 약 2500명이다.
이날 만난 임신 8개월차인 16세 레아 빵안씨는 “가까운 사람 중에 임신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마을 보건요원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 보건요원으로 일하는 아그네스 아헤또(51·여)씨는 “이 이주 단지 내에만 레아와 같은 10대 임산부가 3명 있다”며 “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래도 혈압기나 디지털 체중계가 자주 망가지니깐 보충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아헤또씨와 같은 보건요원은 비사야 지역 곳곳의 낙후지역을 직접 찾아 산모와 아동을 돌본다. 월드비전은 상담서비스(TTCF)를 개발해 3000명 이상을 교육시켰고, 이중 상당수가 보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년 상담을 받은 가구수는 작년에만 1만8000가구다.
전지환 월드비전 차장은 “지역보건요원이 2세 미만 아동이 있거나 임산부가 있는 가정을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통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년의 혼전 조기 임신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코이카는 타클로반 내 또 다른 사업으로 ‘지역 학교 밖 소녀를 위한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난한 형편으로 인해 학교를 다닐 차비와 식비조차 없는 청년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난 24일 코이카가 설립한 타클로반시 대안교육센터에서 만난 다르미엘 바힌팅(29·여)씨는 “하이옌 태풍으로 인해 집이 가난해졌고 생계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다 보니 학업을 그만뒀다”며 “학교 밖으로 내몰린 어린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어서 지원하고 이수하게 됐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만학도인 리사 아세딜로(44·여)씨는 “남편은 죽고 21살, 15살, 8살의 아이 셋을 혼자 키우고 있는데 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논리적 사고 기술,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시민 수업 등 중등과정을 듣고 있다”고 했다.
코이카가 개발한 ALS 중고등학교 커리큘럼과 교재는 2018년부터 타클로반시 253명 학생에게 시범적용됐고, 작년부터 필리핀 전역에 확대됐다. 현재 필리핀 전국 ALS 과정에 등록한 학생은 400만명이다.
또 코이카는 2022년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연면적 1728㎡ 규모의 대안교육센터를 건립했다. 센터는 교실(3개), 도서관, 과학실, ICT/수학실, 기술교육훈련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18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대안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사 28명도 양성됐다. 본격적인 수업은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
알프레도 카페(51) 대안교육센터 교육 프로그램 총괄은 “태풍 당시에 학교에서 교육자료들이 없어졌고,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당장 살 집이 없는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생계가 됐다”며 “센터를 열어준 코이카와 유네스코 덕분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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