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폐배터리 시장, 누가 선점할까
동박, 양·음극재 등 소부장 기업들도 총출동
올해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이슈로 떠올랐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경제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가 올해 7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대, 2050년 600조원대로 급성장한다고 전망했다. 16일(현지시각) 발표되는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에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에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황금알 낳는 거위 될 것”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가 2030년 411만대에 이어 2040년에는 4227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는 2030년 338GWh(기가와트시), 2040년 3339GWh 규모다.
늘어나는 폐배터리 수가 이를 방증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355개 수준인 국내 폐배터리는 2025년 8300여개로 증가하고 2029년에는 8만개 수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사업이다. 니켈이나 리튬 등 희소금속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천연광물 상태보다 정제비용이 절감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발맞춰 포스코케미칼은 인터배터리에 참여,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지난 1월 폴란드에 위치한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상공정 양산을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남 광양에 하공정 설비를 마련하고 폐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에 필요한 광물을 수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공정’은 전기차에서 폐배터리를 회수·분쇄해 열처리를 거쳐 이를 중간 원료(블랙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공정’은 블랙파우더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리튬 등을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에코프로그룹도 자회사 에코프로 CnG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니켈과 코발트 등 광물은 현재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라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전부 내재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인터배터리엔 폐배터리 재활용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참가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을 비롯해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Li-Cycle)도 부스를 꾸렸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광물 구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며 “현재 여러 기업들이 폐배터리 사업을 통해 핵심 광물을 내재화하고 수익성을 높일 계획을 세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만들려면 우리가 필수
이번 전시회엔 소재·부품사들도 대거 참가해 배터리 생태계 기술 완결성을 높였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번 행사에서 광물 가공-전구체-양·음극재 제조에 이르는 핵심 공정을 소개했다. 국내서 유일하게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케미칼 전시관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을 비롯해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다양한 양극재 핵심 소재가 자리했다. 천연흑연·인조흑연·저팽창 음극재와 현재 개발 중인 실리콘 음극재도 함께 전시됐다.
에코프로는 고성능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 제조기술을 선보였다. 그래픽을 통해 양극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새로 개발한 양극재는 충·방전을 반복해도 형태의 변형이 적어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려아연 부스 가운데엔 회사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을 보여주는 모형이 자리 잡았다. 니켈 제련, 황산니켈 제조, 전구체 및 동박 생산 등 전반적 사업 흐름을 모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제련·생산하는 영상도 소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였다.
SKC의 동박 계열사 SK넥실리스는 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동박 실물을 전시했다. 동박은 음극재 소재인 분리막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소재다. 때문에 동박은 배터리 성능과 직결된다. 분리막이 얇을수록 음극재에 활성재를 많이 담을 수 있어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어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최근 동박 시장에 많은 업체들이 진출했지만 자사만 유일하게 6㎛보다 얇은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자신있다 있다”며 “현재 SK넥실리스는 4㎛ 두께 동박까지 개발했으나 너무 얇은 탓에 오히려 음극재 제조 업체들이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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