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수들이 선호하는 구종은?

최민규 2022. 8.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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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안과 밖] 올해 한국 프로야구 투수들이 가장 자주 선택한 공은 패스트볼이다. 시계열로 살펴보면 포심보다 투심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플리터는 주요 구종 가운데 가장 낮다.
7월1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공을 던지는 키움 히어로즈의 에릭 요키시 선수. 올해 투심 구사율이 가장 높다.ⓒ연합뉴스

투수의 투구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구종을 어떤 코스로 던질지를 공 하나하나 단위로 결정해야 한다. 선발투수는 평균적으로 한 경기에 공 90개를 던진다. 90번의 결정이 잘 먹혔느냐 여부에 따라 성패가 정해진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투수들이 가장 자주 선택한 공은 패스트볼이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KBO리그 10개 구단 투수들은 평균 51.0% 비율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패스트볼은 야구공의 실밥(이음매) 네 개를 잡고 던지는 포심과 두 개를 잡는 투심으로 크게 나뉜다. 포심은 속도와 타자 눈에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수직 무브먼트가 중요하다. 투심은 스피드보다는 아래로 떨어지거나, 옆으로 꺾이는 변화가 우선시된다. 빗맞은 타구로 범타를 노리는 공이다.

시계열로 살펴보면 포심보다 투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그림 참조). 2015년 포심 구사율은 50.9%, 투심은 3.3%였다. 올해는 포심 42.2%, 투심 8.8%다. 구단들이 투심을 잘 던지는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 올해 투심 구사율이 가장 높은 투수는 키움의 에릭 요키시(52.0%)다.

포심의 감소와 투심의 증가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포심은 투구의 기본이지만 KBO리그에서는 그렇게 효과적인 공이 아니었다. ‘구종 가치(Pitch Value·PV)’라는 통계가 있다. 야구는 공 하나하나 단위로 기대득점이 달라지는 경기다. 볼카운트 0-2보다는 3-0이 공격 팀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수가 높아진다. 경기 기록에서 패스트볼만 따로 떼어내 기대득점 변화의 합산을 구하면 패스트볼의 PV가 된다. 특정 구종이 얼마나 팀의 승리 가능성을 높였는지 보여준다. 값이 클수록 효과적인 투구였다는 의미다.

최근 8시즌(2015~2022년) 동안 PV에서 포심이 투심보다 높았던 시즌은 2016년과 올해 딱 두 번이다. 올해는 2016년보다 더 특별하다. 2022년 포심 100구당 구종가치(PV/C)는 0.19로 이 기간 가장 높다. 2016년엔 -0.49였다.

올해 포심의 명예 회복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4.2㎞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높다. 2015년 대비로는 무려 시속 2.9㎞ 증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구속 혁명’이 일본을 거쳐 한국 야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포심 평균구속이 시속 150㎞가 넘는 투수는 키움 안우진(153.5㎞)을 비롯해 모두 8명이다. 외국인 투수는 두 명뿐이다. 내국인 투수 6명은 24세 이하로 젊다.

야구장에서 두 번째로 자주 볼 수 있는 공은 슬라이더다. 올해 KBO리그 투수들은 23.4% 비율로 슬라이더를 던진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개발됐고, 일본에는 1940년대, 한국에는 1960년대에 등장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오랫동안 변화구의 대명사기도 했다. 이후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면서 인기가 다소 꺾였다. 효과도 떨어졌다. 2015년 PV/C는 0.02로 주요 6개 구종 가운데 4위였다. 하지만 2017년엔 0.21로 전체 1위였다. 2019년에 0.58(2위)로 뛰어올랐고, 올해는 0.63으로 1위다. 슬라이더의 강세는 메이저리그에서 2000년대 이후 지속된 현상이다.

슬라이더는 왼손 투수의 가장 좋은 무기이기도 하다. 슬라이더 구사율은 왼손 투수가 27.8%, 오른손은 22.1%다. 올해 10개 구단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는 KIA 왼손 이준영(61.3%)이다. 선발투수 가운데는 SSG 김광현이 40.4%로 1위다. PV는 롯데의 찰리 반스가 18.8로 전체 1위다. 오른손 투수 가운데는 두산 로버트 스탁이 16.9로 가장 높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다음으로 구사율이 높은 공은 체인지업(9.9%)이다. 투구하는 손 모양을 OK 모양으로 만들어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은 KBO리그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공이다. 2019년까지는 커브가 구사율 3위였지만 2020년부터 체인지업이 역전했다. KBO리그에서 유독 많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한 게 이유로 꼽힌다.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2015년 10.3%에서 올해 21.3%다.

커브 잘 던지는 투수는 거의 외국인

50이닝 이상 기준으로 NC 사이드암 투수 이재학이 체인지업 구사율 49.6%로 1위다. 같은 유형인 KT 고영표가 47.5%로 그다음이다. 3위는 KIA 사이드암 임기영(37.7%), 4위인 NC 신민혁은 사이드암이 아닌 오버핸드 투구폼이다. 신민혁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 스윙이 같다는 장점이 있다. 체인지업 PV 1위는 역시 고영표(22.1)이다. 2위는 삼성의 ‘영건’ 원태인(15.2). 원태인의 체인지업은 도쿄 올림픽에서 해외 스카우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왼손 투수 가운데는 KIA 에이스 양현종(12.3)이 가장 효과적인 체인지업을 던진다.

커브는 야구에서 가장 오래된 변화구다. 하지만 의외로 잘 던지기 어려운 공이다. 2015~2016년엔 리그에서 PV/C가 가장 낮은 공이었다. 그래서 올해 구사율(9.1%)은 네 번째에 불과하다. 50이닝 기준 커브 구사율이 가장 높은 투수는 요키시의 24.6%다.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는 거의 외국인이다. 커브 PV 1위인 NC 드류 루친스키(7.8)를 비롯해 상위 4명이 모두 외국인 투수다. 내국인 가운데는 NC 김시훈(6.1)과 키움 최원태(5.6), 한화 신정락(5.6)이 효과적인 커브를 던진다. 한국 투수들은 전통적으로 회전이 많지만 느린 커브를 선호해온 반면 미국 출신 투수들은 패스트볼과 비슷한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는 커브를 주로 던진다는 차이가 있다.

두 손가락을 벌려 던지는 스플리터는 올해 구사율 6.4%로 주요 구종 가운데 가장 낮다. 하지만 PV/C는 0.61로 슬라이더 다음으로 높았다. 최근 8시즌 PV/C 순위는 6개 구종 가운데 2~3위였다. 패스트볼처럼 오다가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는 헛스윙과 삼진을 이끌어내기 가장 좋은 구종이다. 하지만 부상 우려 등으로 구사율이 높지는 않다. 특히 왼손 투수는 구사율이 2.4%에 불과하다. 오른손 투수들은 상대가 좌타자일 때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유인구로 스플리터를 자주 던진다.

NC 마무리 이용찬이 올해 스플리터 구사율 47.7%로 1위다. 구사율 40%가 넘는 투수 다섯 명은 모두 구원투수다. 선발 가운데는 한화 장민재(39.3%)가 1위다. PV 1위는 김광현(14.5)이다. 김광현은 2018년까지 스플리터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2019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스플리터를 던지기 시작했다. 2020년 세인트루이스에서 김광현의 스플리터 PV/C는 5.05로 30이닝 이상 기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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