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변호사, 주말엔 농부" 5도2촌 농막 생활자 장한별

세종시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장한별 변호사는 주말이면 공주시에 있는 190평 밭으로 향한다. 아파트에 살며 주거 공간의 한계를 느낀 뒤 5도2촌의 삶을 선택했다는 그는 주말마다 아늑한 농막에 머물며 텃밭을 가꾼다. 지난해 2월에는 농막 생활에 관한 실용적인 조언을 담아 <주말엔 여섯 평 농막으로 갑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3년째 5도2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농막 생활의 매력과 노하우를 물었다.
장한별 변호사 부부. ⓒ 장한별

5도2촌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외갓집이 있는 전남 보성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농촌 생활에 대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2평 크기의 텃밭에 2년간 농사를 지어 본 경험도 있다.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시골 생활을 좋아하기도 하고 텃밭 농사 경험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5도2촌 생활로 마음이 기울었다.

충남 공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먼저 5도2촌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의 경험담을 찾아보니, 세컨하우스나 농막까지의 이동거리나 시간이 짧아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거리가 가까워야 자주 가게 되기 때문이다. 공주시 의당면은 내가 살고 있는 세종시에서 차로 25분 정도 떨어져 있어 가깝고, 한적하면서 농지 가격도 저렴하다. 여러가지 조건이 잘 맞아 공주를 선택하게 됐다.

5도2촌 생활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아내는 수도권에서 살아서 농촌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국내 여행을 같이 다니며 농촌의 매력을 많이 보여줬다. 내가 워낙 취미 농사나 오두막에 몰두해 있는 걸 알아서였는지, 아내가 땅과 농막을 사는 데 별다른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아내는 처음엔 5도2촌 생활에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농작물을 수확할 때 함께 농막에 온다.

세컨하우스가 아닌 농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컨하우스는 농막에 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크고 유지 보수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주택자가 되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데, 이 점도 부담스러웠다. 물론 농어촌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특례제도가 있긴 하지만, 요건이 까다롭고 1회만 적용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 농막을 선택했다.

현재 농막에서 숙박이 가능한가?
농막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상시 거주할 수 없는 공간이고, 전입신고를 해서도 안 된다. 생계 문제로 차광막을 친 비닐하우스에 컨테이너 농막을 가져다놓고 장기간 기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설건축물인 농막은 방재기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거주하면 안 된다. 다만, 다음날의 농작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숙박하는 것은 무방하다.

농막 정면 모습. ⓒ 장한별
농막 외부 원경. ⓒ 장한별

농지는 어떤 방식으로 구입했나?
공동주택 임대차계약이나 신규분양계약은 경험해봤지만 아무런 시설이 없는 농지 구입은 해본 적이 없어 막막했다. 처음에는 경매와 공매 물건을 통해 시세를 파악했고, 토지전문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나온 농지 물건을 보면서 땅의 장단점을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 농막이 있는 밭은 이장님을 통해 매수했다. 중개수수료도 들지 않고 마을과 접점이 생기기 때문에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농막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매일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고 내구성 있는 제품을 찾고 싶었다. 또 농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야 더 자주 찾게 될 테니, 아파트와는 다른 감성의, 쾌적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열이 부족하고 누수나 합선의 위험이 있는 컨테이너는 배제하고, 업력이 긴 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 인테리어로는 최대 3.9m의 높은 층고와 옹이 없는 편백나무 천장, 자작나무 합판 벽, 원목 마루 등을 선택했다. 층고를 60cm 높이는 데만 추가 운반비용을 포함해 600만 원이 더 들었고, 농막을 만드는 데 총 4,300만 원이 들어갔다. 꽤 큰 금액을 지출했지만 그 결과 아파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개방감을 느낄 수 있고,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한 공간이 완성돼 매우 만족스럽다.

농막 설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로 정화조 설치를 꼽았다
지자체마다 규정이 다르고, 연면적 합산 문제도 있어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다. 농막 내 정화조 설치를 허용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보통 농막은 헛간이나 창고 같은 개념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컨테이너 형태가 많은데, 농지 군데군데 컨테이너가 들어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지자체들은 관리 차원에서 정화조 설치를 아예 불허하기도 한다. 그런 지역에서는 생태변기를 쓰거나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공주는 농막 설치면적에 정화조 면적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농막을 18제곱미터까지만 만들고, 배관과 정화조를 합쳐서 2제곱미터를 채웠다. 농막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지역의 농막 내 정화조 설치 가능 여부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다.

농막 내부 모습. ⓒ 장한별
농막 내부 모습. ⓒ 장한별
농막 주방 모습. ⓒ 장한별

농막 내부가 아기자기하다. 원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
처음으로 집을 분양받으면서 집 꾸미기의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아파트는 야외 공간이 없고, 상자처럼 생긴 곳이다 보니 꾸미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 농막은 작지만 현대적인 도시인의 오두막 같은 느낌으로 구성돼 있다. 폴딩도어와 통창으로 자연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줬고, 1923년산 영국산 접이식 2인 식탁과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식탁 의자, 원목 이지체어 등으로 클래식한 감성을 더했다. 여기에 한지팔각함, 골동 소반 등을 오브제처럼 놓아 포인트를 줬다.

5도2촌 결심부터 농막 완성까지 몇 개월이 걸린 것인가?
2019년 처음 세컨하우스에 관심을 가진 뒤, 2020년부터 약 1년 동안 적당한 농지를 찾았고, 2021년 6월에 농막을 설치했다. 농막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이지만, 지금도 더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가고 있다.

ⓒ 장한별
텃밭과 닭장에서 수확한 재료로 만든 샐러드. ⓒ 장한별

현재 농막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
실외에서는 목공 작업을 해 간단한 가구를 만들고, 실내에서는 음악을 듣는다. 농막이 목조로 되어 있다 보니 흡음 효과가 좋아 음악을 조금 크게 들어도 괜찮다. 마당에선 채소 밭을 가꾸고 닭도 기른다.

‘텃밭약국’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기 힘들었는데, 취미 농사를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농막 현관 옆에 ‘Farmacy(Farm+Parmacy)’, ‘텃밭약국’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190평 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공간은 7평 정도 된다. 아내와 나 두 식구 뿐이라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하다.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닌 농가정원으로 꾸미고 싶어 밭에서 흔히 보이는 검정 비닐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잡초도 많고 생장 속도도 조금 더딘 편이다. 나머지 공간에는 블루베리, 복분자, 감, 살구, 사과, 대추, 포도 등 35그루 이상의 유실수를 심어 가꾸고 있다. 10제곱미터 크기의 닭장에서는 암탉을 키워 임대료로 달걀을 받아 먹고 있다(웃음).

텃밭 농사나 가축을 기르는 것에 있어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다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어서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퇴비를 너무 많이 줘서 모종들을 말려 죽이기도 했고, 백봉오골계와 청계를 합사시켰다가 성질이 드센 청계에게 시달려 백봉오골계들이 죽어나가기도 했다. 뒷집에 사시는 70대 전업농부 부부께서 이것저것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신다.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참고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 장한별

농막 생활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90%가 도시에 거주한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사람 많고 북적이는 도시의 삶도 좋지만, 때로는 자연 속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쉬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농막은 캠핑이나 등산과는 달리 자연 속에 온전히 머물며 나만의 공간을 가꿔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관리부담도 적고, 밭에서 농사를 짓거나 20마리 이내로 닭도 키울 수 있다. 농막 생활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두 번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졌다.

추후 귀농 의사도 있나?
전업농부 분들이 밭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해 농업 소득이 적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인지 아직 귀농 의사는 없다. 최소한 15~20년은 더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귀농은 10년 후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아파트와 농막을 오가면서 5도2촌 생활을 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책에서 ‘농지법’이 아니라 ‘치유농업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유농업이란 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람의 신체와 정신, 사회의 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를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치유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지에 관한 권리 행사에 대해 일반 토지보다 강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농지에서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과 어긋난다. 러시아의 ‘다차’,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이 그 예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농사도 짓지만, 농사 이외의 다른 활동들도 한다. 우리나라도 규제 중심의 농지법에서 진흥법인 치유농업법으로 나아가 치유농업을 도시민에게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농막 관련 규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작년에 농림부에서 불법 농막 엄단을 위해 농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백지화가 됐다. 기존의 규제를 강화하면 사람들에게 농촌의 매력을 알리기 어렵다. 반면 치유농업이 활성화되고 농막 규제가 완화되면 사람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된다. 농지의 상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농사 뿐 아니라 여가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농막을 통해 부담 없이 5도2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농촌을 찾는 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농막생활자가 전하는 농막 노하우

5도2촌 생활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은?
땅과 농막을 매수하는 것은 수 천 만 원에서 수 억 원이 지출되는 투자행위다. 내가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개념 설계가 있어야 한다. 5도2촌 생활이 성향과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여가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지, 내 취향에 맞는 야외 공간은 어떠한 곳인지, 내 성격과 맞는지 파악한 후 5도2촌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가족의 동의를 얻어 시골의 빈 농가주택을 1~2년 임차해 잠시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땅 구입 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집이나 직장으로부터의 이동거리, 가용예산, 원하는 땅의 면적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부동산 정도 앱 등을 통해 실거래가 정보를 확인하고, 축사 등의 시설과의 거리와 소음·진동·악취 여부도 반드시 확인한 후 매수해야 한다. 외지인 주말농부에 대해 마을주민들이 배타적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농막을 올릴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공장에서 제작 후 농지에 설치되는 농막의 특성상 설치장소까지의 이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시골의 현황도로는 폭이 좁고 담장이나 나무와 같은 장애물들로 인해 보통 폭이 3m인 농막을 실은 트럭이 진입할 수 없는 곳도 있으니, 구매 계약 이전에 설치장소까지의 운송에 문제가 없는 지 반드시 확인하자. 농막 무게가 3~4톤은 나가기 때문에 부등 침하로 인해 농막이 기울어지거나 구조체가 깨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농막을 설치할 장소에 미리 충분한 지내력을 확보해야 한다.

농막 생활 시 필수품은?
3년 가량 농막 생활을 해 보니 농막 바닥난방으로는 온수패널보다 전기필름이 적합하며, 층고가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냉난방겸용 벽걸이형 인버터 에어컨이 매우 요긴했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쉐어하는 USB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하면 도착 전에 미리 냉난방을 해둘 수 있다. 야외조명은 태양광 충전조명 제품이 저렴하고 편리하다.
온실을 만들 경우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비닐하우스를 추천한다. 순간온수기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농사일을 한다면 동파 방지 야외 수전과 밭 너비에 맞는 최대 길이의 풀 커버 호스릴이 필수다. 호미, 장갑, 버클형 엉덩이 방석, 모자와 장화도 갖춰야 한다.

<주말엔 여섯 평 농막으로 갑니다>
ⓒ 사이드웨이

농막 생활을 시작하고는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초보들을 위한 책.
시골 땅 사는 법부터 농막 고르는 법, 전기·수도·정화조 설치에 이르기까지
장한별 변호사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 ‘농막사용설명서’이자,
농막 생활과 5도2촌 라이프를 꿈꾸고 있는 이들의 필독서!


Copyright ©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