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21 / 출처 : KAI
한국형 전투기 KF-21이 군용 적합성 비행시험을 완료하며 실전 배치를 목전에 뒀다. 2022년 7월 첫 비행 이후 약 3년 7개월간 1,600여 회의 시험비행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마무리한 것은 국내 항공기 개발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다.
공군 시험평가단은 13,000여 개의 세부 평가 항목을 검증하며 전술기동, 공중급유, 대규모 편대훈련 등 실전 운용성을 완벽히 입증했다.
이번 시험 완료로 KF-21은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에 순차 배치된다. 1974년부터 운용해온 F-5E/F 전투기의 퇴역이 임박한 상황에서, 블록 I 40대가 2028년까지 도입돼 노후 전력을 대체한다.
총 사업비 8조 1,000억 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2032년까지 120대 도입을 목표로 하며, 한국을 세계 소수의 초음속 전투기 독자 개발국 대열에 합류시켰다.
특히 시험비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들을 조종사들의 숙련된 판단으로 극복한 사례는 시스템 안정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비대칭 외장 착륙 시 활주로 이탈 위기를 후크다운으로 해결한 순간은 실전 환경에서도 KF-21이 예측 가능한 대응력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1,600회 무사고 완료가 말해주는 것

KF-21 / 출처 : KAI
개발 단계에서 1,600회 비행을 사고 없이 완수한 것은 설계 신뢰성과 제작 품질의 동시 검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신형 전투기는 개발 단계에서 수백 건의 크고 작은 결함을 겪는다.
그러나 KF-21은 2018년 예비설계, 2019년 중요설계 검토를 거치며 축적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실제 비행 안정성으로 이어졌다.
225개 국내 업체, 10여 개 정부출연연구소, 15개 대학이 참여한 협업 시스템도 무사고 달성의 배경이다.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제약 속에서도 2015년 87%였던 기술 확보도를 자체 개발로 끌어올린 결과, 부품 호환성과 통합 시스템 안정성이 향상됐다.
이는 단순 조립이 아닌 설계부터 제작까지 통제 가능한 생산 체계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수출 시장이 주목하는 검증된 성능

사우디 공군사령관, KAI 방문 / 출처 : KAI
지난달 사우디 공군사령관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KF-21의 수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발 비행시험 완료는 구매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 지표다. 페이퍼 스펙이 아닌 1,600회 실비행 데이터는 운용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구매자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4.5세대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의 균형점을 찾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5세대 전투기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스텔스 형상 설계와 향상된 생존성을 갖췄다.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수출 성공 시 양산 규모 확대로 단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120대 도입 계획에 더해 해외 주문이 추가되면 생산라인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블록별 진화 전략과 남은 과제

KF-21 / 출처 : KAI
현재 양산 중인 블록 I은 공중우세와 기본 지상 타격 능력을 갖춘 4.5세대 수준이다. 그러나 진정한 목표는 블록 II와 III를 거쳐 완전한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하는 것이다.
블록 II에서는 광범위한 공대지·대함 무기 통합이 예정돼 있고, 블록 III에서는 내부 무장창 장착으로 스텔스 성능이 극대화된다.
가장 큰 과제는 국산 터보팬엔진 개발이다. 현재는 미국 GE의 F414 엔진을 사용하지만, 2030년대 중후반 F414급 국산 엔진이 완성되면 기술 종속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 부품 교체가 아니라 추력 조절, 연료 효율, 정비 체계까지 자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산 확보도 관건이다. 블록 II와 III 개발, 추가 양산을 위해서는 수조 원대 공군 예산 증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1,600회 무사고 시험 완료는 이러한 투자가 결코 도박이 아니라 검증된 자산 확보임을 입증했다.
KF-21의 군용 적합성 시험 완료는 한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다. 3년 7개월간 축적한 비행 데이터와 기술력은 향후 블록 업그레이드와 후속 개발의 토대가 된다.
무엇보다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전투기가 하늘을 지키게 되는 올해 하반기는, 국방 자주권 확립의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