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섬뜩하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 한복입은 소녀 그림
한국 세 번째 찾은 일본 호러 거장
3개월 연장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
한국 최초 팬미팅 성황리에 열려
차기작 호러버전 '모비딕'
기괴한 그림체 속에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반전 매력과 충격과 공포, 기묘한 이야기의 서사는 현대인의 불편한 내면을 제대로 파고든다. 그로 인해 발현되는 인간의 고독과 공포는 이토 준지만의 독특한 상상과 만나 독자들을 열광하게 한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최초 한국에서 진행되는 팬미팅에 참석해 ‘이토 월드’, ‘이토 호러’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라이브 드로잉를 진행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인간의 좋지 못한 성질 내포,
우주의 근원
-한국 방문 소감이 궁금하다.
“3번째 방문이다. 처음은 저의 첫 해외 여행지이기도 했는데 1999년 <토미에>가 영화화되면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감독, 배우와 함께 찾았다. 두 번째는 2014년 10년 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에 초대받아왔다”
-공포 만화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처음 공포 만화를 그린 계기와 공포 만화 비법,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5살 때 ‘우메즈 카즈오’, ‘고가 신이치’의 만화를 보고 낙서처럼 그린 게 처음 공포 만화를 그린 일이다. 공포 만화는 현실에서 설명되지 않는 기묘하고 무서운 설정을 처음에는 수수께끼처럼 보여준다. 이후 사건을 해결하는 듯하다가 해결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공포심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리얼한 방식을 쓴다. 소재나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얻는 편이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채택하고 비틀기도 하고 반대로도 해본다. SF나 호러가 될 수 있는 갈림길에서 최대한 호러 쪽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37년간 연재하며 만들어낸 캐릭터 중 나와 가까운 캐릭터와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자면. 덧붙여 한 에피소드에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어디에 들어가고 싶나.
“저와 닮은 캐릭터는 뒤틀린 성격을 풀어낸 ‘소이치’다. 저의 유년 시절이 투영되었다. 모든 캐릭터에 애착이 있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는 ‘토미에’다. 데뷔작이라 특별히 애착 간다.
하지만 어디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고, 음.. 목매는 기구 에피소드에 스릴이 있어서 들어가 보고 싶긴 하다. ”
-캐릭터 ‘토미에’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아름다운 모습과 기괴한 모습이 상반된 매력, 변신도 인상적이다.
“중학생 때 동급생 친구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기억이다. 아직도 미스터리한 일을 호러의 소재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토미에는 죽어도 계속 살아나는 재생 능력이 있다. 오묘하고 이상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낸 캐릭터라 하겠다. 일본 호러 장르의 시작은 우메즈 카즈호 선생에서다. 순정만화 잡지 연재가 시초라 순정물이면서 반드시 미소녀가 등장한다.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이 합쳐지는 기묘함이 토미에의 특별한 매력이다”
차기작 호러버전 모비딕 준비
-세밀한 그림체가 공포감을 더한다. 그릴 때 중점 부분은.
“호러 만화뿐만 아닌, SF, 초자연적 장르물 특징을 살펴보면 된다. 모두 현실에 없을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 있을 법한 사실적인 그림체다. 입체감과 질감을 살려 진짜라고 믿을만한 그림체인 이유가 설득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길거리를 걷다가도 건물의 분위기에서 영감받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봤는데 옛날 건물에서 역사가 느껴졌었다”
-이토 준지 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어디에서 나오나.
“데생이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나 계속 체크한다. 반대로 뒤집어 보거나 빛을 비춰 봤을 때도 고려한다. 계속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업해서 스타일이 만들어진 거 같다. 일본어 중에 ‘괴기하다’는 말이 있다. 단어 자체로는 죽음을 연상하지 않지만 결국 연결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곰팡이나 벌레가 잔뜩 꼬여 있는 상황을 보면 공포스러운데. 그게 훗날 병에 걸려 죽음으로 연결되는 거다. 저는 그것을 캐치하는 편이다. 음침한 숲속의 안개에서도 공포를 분위기를 (독자가) 최대한 느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무서워하는 건 뭔가. 작품 중에 가장 무서운 작품은 무엇인가.
“무서운 게 많지만 죽음을 부르는 모든 게 무섭다. 호러 스토리를 만들면서도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났을 때와 그 현상 사이 다른 초자연적 현상이 생겨, 결국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중첩되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저의 단편 중에 자살을 추천하는 <악마의 이론>이 있는데 저도 설득당해 죽음을 향해갈까 무섭다. 주인공이 이론을 듣고 죽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설정이 무서웠다”
-몇 편이 영상화되었다. 한국에도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를 시리즈화하기도 했는데, 한국 크리에이터와 협업 가능성이 있는가.
“1998년에 <토미에>가 영화화되었다. 제작에도 뜻이 있어서 영화화에 긍정적이다. 실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다.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 협업한다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한국에도 미래의 이토 준지를 꿈꾸는 꿈나무가 많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저도 어릴 때 공포 만화가 무섭고 섬뜩했다. 그래도 계속 보고 있었던 두근거림이 아직도 동기 부여로 작용한다. 유년 시절의 무서웠던 느낌이 중요하다. 만화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 (회화, 소설, 영화, 음악)를 두루 섭렵하면 좋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가장 좋다. 최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다”
-바다 건너 한국에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스스로 이유를 생각해 봤나.
"글쎄.. 잘 모르겠다. 나라마다 공포를 느끼는 영역은 다르겠지만 인간 자체의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타협하지 않고 마감까지 고민한다. 대충 하지 않으려는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는 웹툰의 인기가 크다. 특히 공포 장르는 스크롤을 아래 다음 장면이 보이지 않아 스릴감이 극대화된다. 만화의 가로 읽기를 채택했지만 시대에 맞게 웹툰의 세로 읽기 방식을 시도해 볼 의사는 없나.
“웹툰은 컷 하나에 장면을 넣어야 하기에 공포 장르에 어울린다. 특히 영화 같은 특유의 템포도 살아 있다. 예전에 웹툰 방식 논의가 있었는데 잘 나오지 못했다. 그림으로 계속 승부 보고 싶다”
-추가 연재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공포 만화 전문가지만 개그 장르에도 일가견이 있다.
“<토미에>는 비정기적으로 그려 속편 제작 예정이다. 또한 <모비딕> 호러 버전을 준비 중이다. 제 나이가 벌써 61세라 앞으로 그릴 시간이 많지 않다. 남은 시간 동안 호러 쪽에 최대한 정진할 예정이다. 다만, 개그 만화를 계속 그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웃음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한계가 보였다. 그래도 기회를 만든다면 또 다른 것들도 그려나가고 싶다”
한편, 6월부터 진행된 체험 전시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가 3개월간 9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얻었으며, 이에 힘입어 11월까지 연장, 이어 부산 전시도 계획되어 있어 이토 호러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 사진 :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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