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수원 KT전, KIA는 9회초까지 9-4로 5점 차 리드를 잡고 있었다. 마무리 성영탁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만 해도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솔로 홈런, 2루타, 볼넷, 안타가 줄줄이 이어지며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5점 차였던 경기는 결국 9-10 끝내기 패배로 끝났다.
데뷔 후 최악의 하루

이날 성영탁의 투구 내용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힐리어드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후 김민혁과 12구 접전 끝에 2루타를 맞고, 류현인에게 볼넷, 오윤석에게 안타, 안치영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장점이었던 투수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흔들림이었다. 시즌 성적은 27경기 2승 1패 1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26으로 여전히 나쁘지 않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최악의 경기였다.
마운드를 내려가며 보인 눈물

경기 후 성영탁이 눈물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이 갈렸다. 다 잡은 경기를 끝내기로 내준 마무리 투수가 자책감에 눈물을 보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나약하다거나 보기 불편하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장 안에서, 그것도 상대팀과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는 모습이 프로답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분하면 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반응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성영탁은 22세, 정식 데뷔 2년 차 투수다.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팀의 연승을 끊은 책임감, 그리고 본인이 가장 막고 싶었을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승부욕이 없는 선수는 애초에 그런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분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건 경기에 대한 책임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블론세이브 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종종 나온다. 눈물 자체를 약함의 상징으로 단정 짓는 시각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그동안의 활약을 함께 봐야 한다

성영탁은 올 시즌 KIA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마무리 보직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왔다. 단 한 번의 최악의 경기로 그동안 쌓아온 활약 전체를 깎아내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 못 막은 결과에 대한 비판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조롱으로 번지는 건 다른 문제다. 분하면 울 수도 있다. 그게 프로답지 못한 일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