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야간수업 금지’ 지침에 대학가 혼란…지방 경제도 타격

홍다영 기자 2023. 7. 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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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대학서 오후 6시 이후 외국인 유학생 수업 금지’ 지침 개정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오는 9월부터 오후 6시 이후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외국인이 유학생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와 편법으로 취업해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다. 유학생들이 낮에 일을 하고 야간에 수업을 들으면 출국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유학생은 부업보다 본업인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지방 대학은 벌써부터 유학생 이탈로 재정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방 경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일러스트=손민균

6일 교육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 사증 발급 및 체류 관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오후 6시 이후 시작하는 야간 수업을 수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기존에도 대학에서 유학생이 야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았다. 다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해 교육부와 협의한 뒤 이번에 관련 내용을 지침에 추가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개정된 지침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이 오후 6시 이후 대학에서 야간 수업을 들으면 원칙적으로 체류 허가가 제한될 수 있다. 유학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 계속 체류하려면 야간 수업을 듣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관할 출입국관서장은 유학생이 조정 권고를 지키지 않으면 출국을 명령할 수 있고, 해당 대학에 실태 조사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주간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는 제외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 비자 취지에 맞게 공부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 같은 새 법무부 지침으로 유학생 비중이 높은 지방 대학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지방 대학은 그동안 생존을 위해 ‘유학생 모시기’에 주력했다. 학생수를 늘려 등록금을 받아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12년 8만7000여명에서 2022년 16만7000여명으로 10년간 두 배로 뛰었다.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유학생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꼼수’도 발생했다.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지만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지 못할 것 같으면, 일단 유학 비자로 입국한 뒤 몰래 취업하는 것이다. 외국인 체류를 관리하는 한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 일부 대학은 아예 기숙사 스쿨버스가 유학생들을 태우고 공장으로 가서 (정부가) 단속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외국인이 국내에 취업할 목적으로 유학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데 대해서는 “학비를 제외해도 본인이 일해서 (월급을 받으면) 남는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뒤 수업은 듣지 않고 취업해 돈을 벌다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법무부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학생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불법 취업 등을 이유로 불법 체류자가 된 외국인 비율은 2018년 1% 수준에서 2022년 7% 수준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불법 체류자는 1000여명에서 9000여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한 제조업체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46명이 불법 취업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법무부가 새 지침을 내려 보내면서, 유학생이 많은 일부 대학은 2학기를 앞두고 수업을 주간 중심으로 조정하고 있다. 한 사립대는 최근 야간에 유학생 수업을 금지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오후 6시에만 수업을 진행하라는 내부 공문도 돌렸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면서 일부 대학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에 수업을 들어야 하면 유학생들은 제조업체 등에서 일하기 어려워지고, ‘등록금을 내고도 돈이 남는다’는 전제가 흔들린다. 이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이탈하면 등록금을 받을 수 없어 재정이 어려워진다.

한 지방 대학에서 국제교류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배려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일부 수업은 폐강될 수도 있다. 한 사립대 교수는 “경영학, 사회학 계열은 주로 유학생이 많이 듣는 수업인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야간 수업을 금지하면 주간에 수업할) 교수도 새로 채용해야 한다”며 “(유학생이 일해서 버는 수입과 등록금을 비교했을 때) 수지 타산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학적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지방의 영세한 제조업체와 농촌에서 일해온 외국인 유학생이 사라지면 일손이 부족해질 수 있다. 지역에서 돈이 돌지 않아 경제에 타격이 오는 셈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살아남기 위해 유학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주간에 일하는 것은) 지역의 부족한 인구와 노동력, 경제 활동과 맞물린 일인데 정부는 유학생을 잠정적인 불법 체류자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유학생도 사전 허가를 받으면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취업을 주 25시간 할 수 있고, 한국어 성적 등을 제출하면 최대 주 30시간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생의 국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시간제 취업 시간을 확대했고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도 가능하다”며 “유학생 비자를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침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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