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디자인세미나] “집은 곧 삶의 이야기의 집적입니다”

건축가 12인의 하우스 디자인 세미나_⑧
이성범건축사사무소 이성범

강한 조형성과 유려한 라인으로 평가되는 이성범 소장은 “건축은 우선 쉽고 재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집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주택은 그 무엇보다 재밌어야 한다. 그리고 재미는 내부와 외부 공간의 관계성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이 전한 핵심이다.

그는 주택을 지을 때 건물 매스를 세워두고 남는 공간에 마당을 만드는 형식을 지양한다. 외부의 시선을 피하고자 블라인드를 치고 살게 되는 구성에서 외부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에는 ‘집은 삶의 보석상자’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는 그 대사를 인용하며 집을 삶의 시간과 기억을 담는 보석상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클라이언트들의 보석상자를 만들기 위해 3장 정도의 긴 설문지를 요청한다. 그들이 경험했던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도출해 내고, 클라이언트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과정이다. 그렇게 집적된 삶의 이야기는 가족마다, 집마다 제각각이다. 그의 작품들이 서로 닮지 않았으면서도, 그 안에서 일관된 철학이 엿보이는 이유다.세 가지의 주택 작품을 함께 살펴보며 그가 해석하는 주택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 해안동 주택은 자연의 요소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중정을 둘러싼 주택은 대지의 안쪽 경사 위에 위치해 아늑하고 위요한 건축공간을 지닌다. 주차장이 있는 바깥 매스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길은 ‘누하진입방식’으로 계단을 오르고, 측정을 바라보며 매스의 덩어리 감을 함께 느끼는 특유의 시퀀스를 만들어낸다.화성 ‘화담채’ 역시 중정 방식을 택해 건축물 자체로 벽을 구성하도록 계획했고, 모든 공간이 중정과 접점을 만드는 구조로 집 안이 산책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콘셉트였다.

마지막으로 제주 ‘트믐’에서도 외부 공간과의 연계를 고민했는데 건축물을 대지의 가운데에 두고 주변 땅을 모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건축물 내부에서도 사용 공간을 가운데에 모으고 바깥쪽은 모두 유리창으로 열어서 외부 공간과 자연스럽게 맞닿게끔 했다. 이렇게 생긴 테두리 공간을 선회하면서 산책할 수 있는 동선이 탄생했다.세 주택 모두 각각의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외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을 오가며 산책하듯 연계시키는 방향성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건축사로, 한양대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건축과 여러 아뜰리에에서 다년간의 실무를 쌓았다. 공공성을 바탕으로 일상의 가치를 탐구하고, 건축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아천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상 및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 경상북도건축문화상 최우수상 등을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시 및 대전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삼육대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http://leesungbeom.com

구성_ 조재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2월호 / Vol.310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