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차 작업하던 화물기사 또 깔림 사망 재해
김해에서 60대 화물차 기사가 상하차 작업 과정에서 콘크리트 기둥에 깔려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신호수나 작업 지휘자가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중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전 7시 39분 김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공장 신축 현장에서 60대 화물차 기사 ㄱ 씨가 깔림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ㄱ 씨는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화물차 기사였다. 그는 길이 10m, 무게 1.5t짜리 원형 콘크리트 기둥에 깔려 사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설명을 종합하면, ㄱ 씨는 25t 화물차 지입차주로 이날 경북 문경에서 콘크리트 기둥 10여 개를 싣고 왔다. 콘크리트 기둥은 기초 공사에 쓰이는 자재였다. ㄱ 씨는 지게차 기사와 함께 콘크리트 기둥을 내리고 있었다. 지게차 기사가 화물차에서 내린 콘크리트 기둥을 옮기러 간 사이 사고가 일어났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담당 조사관은 "사고 현장에 신호수나 작업 지휘자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일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ㄱ 씨가 납품업체에서 건당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 어디에 소속돼 근무했는지, 하역 작업이 업무 범위에 포함됐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화물차 산재 사망사고는 적재나 하역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화물차 산재 사망사고 127건 가운데 71.7%(91건)가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1일 홈플러스 함안물류센터에서 40대 화물차 기사가 고임목을 제거하다가 사망했다. 2023년 7월 18일에는 50대 화물차 기사가 하역 작업 현장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화물운송사업법에 규정된 화물차 기사 업무 범위에는 상하차 작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
25년 넘게 화물차 기사로 일하는 정충훈(48)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나서 대기업에서는 화물차 기사에게 상하차 작업을 아예 맡기지 않고 있다"며 "화물차 기사에게 상하차 작업 현장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거나, 차 안에 타고 있게끔 한다"고 전했다.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지만, 현장에서 변화는 미미하다. 일부 운송업체는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화물차 기사에게 상하차 작업을 맡기고 있다. 화물차 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건마다 수익을 얻고 있어서 무리한 작업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화물차 기사가 신호수 없이 지게차 기사와 상하차 작업을 떠맡는 경우가 여전하다. 지게차 운전 자격증이 있는 화물차 기사를 고용하는 식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운송업체도 있다.
강성진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는 상하차 업무가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교육하면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화물차 기사가 계약 관계에서 불이익을 얻을까 봐 상하차 작업을 떠맡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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