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코리아! 맛있어요"… 세계는 지금 'K-전통시장' 열풍

유찬우 기자 2024. 9. 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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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접한 전통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었다. 사진은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 대학생 츠루씨(오른쪽)와 그의 남자친구. /사진=유찬우 기자
서울 도심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도심 속 유명 관광지 명동거리와 북촌 한옥마을 등에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K-전통시장'도 주요 관광 코스로 자리잡으며 외국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밀레오레 건물 건너편에서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오전부터 계속 내린 비로 2층 버스 옥상엔 관광객이 거의 타지 않았다. 하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2층 공간과 1층 등에는 적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미 설레는 표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구경을 위해 시티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진은 노랑풍선 시티버스 외관. /사진=유찬우 기자


설렘 가득한 시티투어, 이들이 향한 곳은 전통시장


기자가 탄 버스는 '전통문화코스'를 도는 여정이었다. DDP를 시작으로 광화문광장·종각·인사동·명동·광장시장 등에서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는 코스다.

해당 버스 기사 강석호씨(48)는 "예전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계 관광객이 많았는데 요즘엔 서양 사람들도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다음 전통시장으로 가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트렌드를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판매업에 종사하는 니니씨(41)는 TV로 접한 한국이 궁금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TV와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봤다"며 "한국은 이것저것 먹을 것이 많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방문이 두 번째라고 밝힌 그는 "한국에 처음 여행 왔을 때 먹은 '닭 한 마리'가 잊혀지지 않아 또 왔는데, 이번엔 먹을거리가 많은 광장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버스에 탄 외국인 관광객 8명 중 6명이 광장시장에서 내렸다. 기자는 이들을 따라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티버스 안에선 안내방송과 함께 서울 도심을 돌 수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서 판매업에 종사하는 니니씨 일행의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들… 더위를 삼킨 뜨거운 한류 열풍


가을 늦더위와 장대비로 시장 안은 한여름과 같은 꿉꿉한 공기였다. 하지만 이내 향기로운 음식 냄새와 곳곳에서 들리는 외국어는 시장의 더운 바람을 뜨거운 한류 열풍으로 느껴지게끔 했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오후 3시20분쯤 시장 안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광장시장 근처에 거주한다는 김모씨(58)는 "요즘 시장을 찾는 사람 중 80%가 외국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시장 안은 외국의 한 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일본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츠루씨(21)는 고기 빈대떡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츠루씨는 "BTS와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성인이 된 후 첫 해외여행 장소로 한국을 골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오늘 광장시장에 들러 육회와 산낙지를 먹어봤는데 입맛에 맞아 만족스러웠다"며 "맛을 생각하면 가격도 그렇게 비싼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요스트씨(37)는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를 보고 한국에 관심이 생겨 여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에서 한국은 굉장히 친숙한 이미지고 첨단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도 경험하고 싶어 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한다는 네덜란드인 로엘씨 이날이 한국에 온 첫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자친구가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아시아에 처음 왔다"며 "여행 가이드가 찹쌀도넛과 순대를 추천해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예전과 달리 많은 서양권 관광객들이 광장시장 안을 채우고 있다. 사진은 자리에 앉아 한국 전통음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이젠 서양에서도 찾는 광장시장… '바가지 논란' 인식 개선해야


특히 시장 안에는 노상 좌석 대부분을 비아시아 관광객이 주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과거 아시아권에서 유행하던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했음을 느낄 수 있을만한 대목이다. 코로나19로 OTT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장 상인 정선종씨(49)는 "예전엔 아시아인들이 이곳을 주로 찾았는데 작년쯤부터 서양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장사가 잘되는 날엔 하루에 수백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바가지 논란'이 적지 않았던 광장시장 가게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음식 정량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 관광객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특히 한국 전통시장에 찾는 외국인의 빈도도 크게 늘어난 만큼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시장의 부흥을 위해선 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온 상점의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유찬우 기자 threeyu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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