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UV 대량 발주…“내년 P5 첫 클린룸 준공”
노광장비 보유 70여대로 대폭 늘려
초미세공정 강화로 HBM 생산 확대
차세대 1d 개발 경쟁도 우위 기대
1구역 클린룸 내년 1분기엔 구축

삼성전자가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의 초미세공정을 위한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약 20대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에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포함하면 노광장비의 발주 규모만 총 70여 대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숫자의 노광장비를 갖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초미세공정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6일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P5)의 1구역(phase1)에 70여 대의 노광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ASML과 일본 캐논에 구매주문서(PO)를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약 20대로 발주 금액만 10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비는 D램 전용 10나노급 6세대 공정(1c)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투입된다. 1c 공정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생산량도 증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해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에 공급한 바 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에 탑재된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출시될 루빈은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공급되며 약 1조 달러(1500조 원) 이상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루빈의 출시에 맞춰 화성 H3 17라인과 평택 P3·P4 팹에서 HBM4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발주한 EUV가 ASML에서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삼성전자는 D램과 HBM4 생산 물량이 동시에 늘어나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발주한 노광장비들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P5 내 1구역의 클린룸 구축 시점에 맞춰 도입될 예정이다. 반도체 장비 운송에 통상 1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EUV를 포함한 노광장비들을 P5의 클린룸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전자의 1c D램과 HBM4의 생산능력이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노광장비 발주를 시작으로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HBM 시장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ASML과 약 12조 원, 20대 안팎의 EUV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EUV 장비를 40대가량 확보해 초미세공정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약 20대의 EUV 장비를 새로 발주하면서 양 사의 초미세공정을 둘러싼 장비 격차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SK하이닉스의 2배 수준인 40여 대의 EUV 장비를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EUV를 포함해 총 70여 대의 노광장비가 도입되면 SK하이닉스와 초미세공정 체제 경쟁에서 계속 앞서 나갈 수 있다. 나아가 HBM5E부터 적용될 10나노급 7세대 D램(1d)의 개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평택 P5에 EUV 장비 약 20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P5에 4개 구역을 D램 생산라인으로 구성하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2배 이상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신규 팹은 낸드 플래시 라인부터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HBM4 예상 출하량 증가에 따라 D램 라인부터 증설을 결정했다”면서 “내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EUV 장비들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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