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중단, 출하 차질, 건설 스톱…파업 7일째 현장 아우성(종합)
정부, 화물차 기사 350명 대상 명령서 송달로 압박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운송거부)에 들어간 지 7일째를 맞으면서 물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화물연대가 삭발투쟁으로 맞서면서 '강 대 강'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화물차 기사 3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하는 등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레미콘 생산 곳곳 중단…시멘트 출하 평소 절반 수준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은 24일 시작한 파업을 30일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는 전날 전국 16개 거점에서 결의대회를 한 뒤 지도부 삭발로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정부의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에도 화물연대 조합원은 응하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는 "즉각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화물운송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업무개시명령 거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파업이 이어지면서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강원지역 시멘트 하루 출하량은 9만t에서 5만2천t가량으로 기존의 57%가량만 나가고 있다.
충북 단양과 제천의 시멘트 업체들의 출하 물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강경 대응 입장을 천명했지만, 지난 28일부터 경찰의 에스코트 속에 시작된 시멘트 육송 출하를 물리력으로 저지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어제 철도를 포함한 전체 출하량이 4천900t으로 평소의 20% 수준에 불과했다"며 "지난 이틀간은 재고 조절을 위해 시멘트 생산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여파로 출하량이 평일 기준 10%에도 못 미쳐 하루 18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 출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레미콘공장 가동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 강원도내 132개 레미콘 공장 중 109개 공장이 멈춰 82.6% 중단율을 보였다.
현재 춘천과 원주, 동해, 삼척 등 일부 지역 소규모 공장만 가동되고 있다. 이마저도 12월 1일이면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의 시멘트 가공업체 39곳도 대부분 재료가 동났고, 일부 공장은 문을 닫았다.
3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5천㎥이었던 광주 지역 레미콘 생산량은 이번 주 0인 것으로 파악됐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오늘까지 입고가 되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도내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현장도 위기…"공기 맞추기 어려워"
레미콘 생산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각 건설현장도 위기를 겪고 있다.
8개 건설사, 전국 459개 건설 현장 가운데 256개 현장(56%)에서는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 관계자는 "대규모 건설사는 오늘 중으로 레미콘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소규모 건설사는 이미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배기 대전세종충청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생산 공정에 필요한 시멘트 물량이 평상시의 20~30% 수준으로만 들어오고 있다"면서 "충남에만 100개가 넘는 레미콘 회사가 있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경우 저장해둔 시멘트는 모두 사용한 상태고, 유명 건설사 아파트 건설 현장 공사도 공사를 멈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콘트리트 타설 작업은 '올 스톱' 됐다"며 "이대로라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다들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원에서는 교량 등 공사현장 4곳의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고, 경북에서도 건설현장 86곳 중 31곳에서 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또 동해와 원주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만·물류기지 물동량 급감
파업 여파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비롯해 부산, 울산, 광양, 인천 등 전국 주요 항만과 물류기지 물동량이 뚝 떨어졌다.
의왕ICD에 따르면 지난 29일 하루 반출입량은 385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파업 전 화요일 평균 반출입량인 4천322TEU의 9.1%에 불과했다.
의왕ICD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51.4%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점차 나아지는 추세이나 3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2만3천28TEU를 기록해 평소의 63%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하는 장치율은 62.6%로 평시(64.5%)와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다.
부산항은 이날 컨테이너 처리량이 1만9천819TEU로 평소의 77.5% 수준까지 올라섰으나 광양항(8TEU), 평택·당진항(98TEU), 울산항(243TEU) 등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평택·당진항도 물류 유통이 거의 멈춰선 상황이다.
평택·당진항의 장치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49%로, 10월 평균 장치율이 59%였던 것과 비교할 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지난 27일 장치율 48%와도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는 파업 여파로 인해 물류 차량이 멈춰서면서 반출되는 물량뿐 아니라 반입되는 물량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철강·타이어·유류 등 산업계 전반 영향
철강업계 출하량은 평일 하루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날 기준으로 출하 지연 물량이 총 60만t(톤), 금액으로는 8천억원어치에 이른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포항공장을 비롯한 현대제철 전국 공장에서도 하루 5만t 가량의 제품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포항철강산업단지 철강기업체도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탁송차량 '카 캐리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로 탁송이 어려워지자 배송센터 직원들에 더해 일당제 기사까지 고용하며 신차를 출고센터로 '로드 탁송'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인건비 등 추가 비용 부담은 하루 4억원대 수준이다.
광주의 금호타이어는 천연고무 등 원재료와 부재료 반입이 중단된 데다가 주말부터는 사전에 확보해 놓은 재고까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생산된 타이어도 정상적인 출하가 이뤄지지 못해 공장 내 물류창고에 쌓여 있고 일부는 야적에 들어갔다.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수도권 등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부족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70% 수준이다.
재고가 동난 주유소에 대해서는 군 탱크로리까지 동원한 공급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파업이 길어질수록 일선 주유소의 재고 부족은 심화할 전망이어서 업계는 '기름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현대오일뱅크도 파업 첫날부터 하루 150∼200대가량의 탱크로리가 한대도 못나가 석유류 운송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 명령서 송달로 압박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30일 오후 2시께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면담을 했다. 지난 28일 면담에 이어 이틀만이자, 시멘트 운수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공식 대화다.
양 측은 40분가량 대화를 나섰지만,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차 면담도 성과 없이 종료되고 정부가 시멘트 외 철강, 정유 등 다른 분야로까지의 운송개시명령을 확대를 검토하는 등 압박 수준을 높이고 있어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은 당분간 이뤄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사상 처음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개별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직접 송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시멘트 운송업체를 상대로 즉각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차 기사 305명에 대한 명령서를 전달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된 시멘트 분야 화물 기사 2천500여명 중 14%인 350명에 대해 먼저 집단운송거부를 한 것으로 특정했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이날도 운송업체 현장조사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명령서 전달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명령서 송달을 회피해 효력 발생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조합원이 명령서를 송달받는 대로 법원에 업무개시명령의 취소와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낼 예정이다.
경찰은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운송 방해 행위가 발생하자 수사에 나서는 한편, 호송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 20분께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에서 정상 운행 중인 비노조원 트레일러를 향해 마이크 1개를 투척한 화물연대 소속 지부장 A씨가 붙잡혔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 점검차 방문한 인천 신항 주변 도로에서는 못 700여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윤 청장은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부산에서 이동 중인 화물차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사한 일이 있었다"며 "사실상 테러에 준하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곧 행위자에 대한 검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 사건을 포함해 현재 11건 21명을 수사하고 있다"며 "운송 방해나 보복 폭행이 이뤄질 경우 행위자와 배후자, 주동자까지 처벌되도록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국기, 임기창, 박초롱, 김상연, 차지욱, 강수환, 임채두, 권정상, 김재홍, 이상학, 김근주,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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