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관광객이 온다...대세 된 中 '싼커'
외국인 관광객 과반 싼커
전세버스보다 대중교통 선호
"치킨 먹고 올영 가고"
중국인 관광객이 달라졌습니다. 여행 형태, 소비 패턴, 선호하는 방문지까지 변화하고 있습니다. 연령도 'MZ세대'가 주를 이룹니다.
전세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다니던 중국인 관광객 '유커(旅客)'는 제주에선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그 자리는 여행 캐리어를 끌고 시내 곳곳을 누비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 '싼커(散客)'가 대체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라는 공식은 옛것이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41만 535명이었는데, 이 중 91.5%가 개별 관광객 '싼커'였습니다. 유커 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지난해 제주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70만 9,35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과반이 싼커라는 의미입니다.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큰 비중(21.0%)을 차지한 국내 전체 시장 상황과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작년 제주 방문 중국인 10명 중 9명이 MZ세대였습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시기 제주를 찾은 외국인의 78.6%가 'MZ세대'로 분류되는 연령대였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MZ 비율은 89.0%로 주요 내방객 국적 중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국내 방문객은 56.6%가 MZ였습니다.
MZ세대 외국인 관광객의 86.1%가 개별여행을 했다는 점에서, 개별 여행이라는 여행 행태로 묶인 싼커와 MZ세대 관광객의 교집합이 상당 부분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잡으려면 MZ 관광객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게 된 셈입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여행지라는 부동(不動)의 지위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외국인들은 제주에 오면 무엇을 타고 다닐까. MZ 관광객의 경우 지난해 절반 이상이 버스(27.1%)와 택시(29.6%)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전세버스는 12.5%에 그쳤습니다. 비MZ의 경우 35.7%가 전세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제주자치도는 외국인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중화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연동되는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지난달부터 버스에 도입했습니다.
이들이 많은 돈을 쓰는 주요 소비 지역 역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 좋은 시내권이었습니다. 제주관광공사가 분석한 올해 1분기 중국인 관광객들의 카드소비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이 카드 결제를 한 지역은 제주시 연동(34%)과 노형동(17%), 용담2동(6%) 순이었습니다. 모두 대중교통으로 제주공항과 20분 이내 닿을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1분기 중국인 관광객 카드 결제액은 318억 5,700만 원으로, 중국 포함 상위 15개국 외국인이 결제한 카드금액의 44.3%에 달했습니다. 카드 사용 관광업종은 음식점업(52%), 소매업(35%), 숙박업(10%) 순이었습니다.
실제 외국인들이 붐비는 신제주 연동의 한 올리브영 매장은 마감시간인 밤 11시까지 물건을 구매하려는 행렬로 장사진을 치는 모습이 일상입니다. 바로 인근 배우 전지현이 모델인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중국인들로 북적거립니다. 근처 감자탕집들도 문전성시입니다.
제주목관아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습니다. 올해 8월까지 제주목관아를 방문한 입장객은 모두 8만 9,481명인데 이 가운데 중화권 방문객은 2만 8,233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1만 698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입니다.
대신 '유커 시절' 활황이었던 면세점들은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주요 고객이었던 단체객들이 거의 사라지면서 매출에 직격타를 맞은 것입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세기 띄워도 현지 모객이 이뤄지지 않아 항공편을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업계는 현재 상황을 명백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 업체의 경우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등을 삭감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인 관광시장이 재편되면서 다른 과제가 돌출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낮은' 재방문율입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32.9%에 달하던 외국인 재방문율은 지난해 8.9%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무자격 '드라이빙 투어'도 골칫거리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업하는 드라이빙 투어는 여행업을 등록하지 않고 일정 기간 부분 패키지 형태로 운송, 관광지 안내, 식당 알선 등을 해주는 식입니다. 최근 이러한 불법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국인이 처음으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구속된 중국인이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챙긴 금액이 2억 3,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드라이브 투어의 주된 홍보 경로도 중국의 카카오톡인 위챗이나, SNS인 샤오홍슈(小紅書)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중국인도 중국 내 온라인 플랫폼에 버젓이 광고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은 합법 여행업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무등록 여행업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줄면 광고를 보고 제주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특히, MZ 외국인 관광객 과반(51.5%)이 자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행 정보를 검색해 제주를 찾은 만큼 이들을 겨냥한 홍보 방안이 절실합니다.
이외에도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 행위에 대한 대책도 요구됩니다. 지난 6월에는 제주시 연동의 한 길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도로 옆 화단에 용변을 보는 사진과 영상이 일파만파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는 이후 경찰의 무질서 행위 단속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행위가 속출하면 관광 이미지 제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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