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은 막아야 하는데 헤즈볼라는…이란의 딜레마 [세모금]
“대리 세력 개입 가능성 있어도 이란 개입은 어려울 것”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이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레바논 근거지 곳곳에 폭격을 가하는 가운데, 이란이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직접 개입을 할 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라고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란이 군사적 개입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의 군사 대응을 유발해 이란이 직접 공격받는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개입에 나서지 않으면 내부 보수 강경파와 동맹들의 반발을 사고, 이는 역내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로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를 달래기 위해 레바논에 특사를 파견했다. 한 고위 정권 인사는 “이란이 헤즈볼라를 달래면서도 분쟁에 더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오랫동안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대리 세력들 중에서도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헤즈볼라를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는 주요 억지력으로 삼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이란은 헤즈볼라가 보유한 첨단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 각종 무기의 공급처다. 미국은 이란이 연간 7억달러(약 9235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란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군사적 개입을 하는데 소극적인 배경에는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제제 완화를 목표하고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 하는 ‘온건 개혁파’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영향도 있다. 저항의 축을 이끌고 지지하는 큰 틀에선 변함이 없지만, 페제키시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기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과 2015년 이란핵협정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유럽 서명국들이 이 협정의 복원과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한 때 이란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서다.
다만 아직까진 이란이 헤즈볼라를 돕는 등 이스라엘과의 분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진 않고 있다. 하니예 암살 사건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공언한 것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한 이란 정부의 인사는 “이란이 히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등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란은 서방과의 대화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스스로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황을 처리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자제할 경우 중동에서의 영향력에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는 “이란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일으키고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위기 상황에서 이란이 자국의 생존과 이익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는 신호로 다른 대리 세력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 이란의 영향력과 지역 전반의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저항의 축’의 또 다른 대리 세력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라크의 시아파 군사조직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헤즈볼라를 군수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란의 정치 경제 전문 개혁주의 분석가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이란은 값비싼 전쟁을 치를 재정적 자원이 부족하다”며 “대리 세력들이 이란의 개입을 원하더라도 실제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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