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약국서 바로 산다…응급피임약, 한국은 왜 처방 필수일까
약사 대면·현장 복용으로 오남용 차단
해외선 일반화, 한국은 여전히 전문약
전문가 “응급수단일 뿐 사전 피임이 핵심”
성관계 중 콘돔이 찢어지는 등 피임에 실패했을 때 찾게 되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 한국에선 의사 처방이 필수지만 일본에선 2일부터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의 변하는 응급피임약 처방 제도와 한국 현황을 정리했다.

2일 일본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은 2일부터 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약국과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0월 여성이 긴급 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응급피임약 ‘노레보’를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품 목록으로 옮겼다. 병원이 멀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 병원에 가기 어려운 여성이 응급피임약 복용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해당 제품은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1회 복용하면 80% 확률로 임신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약을 토했다면 1알을 다시 먹어야 하고 3주 뒤에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나이 제한이나 부모 동의 없이 약국을 방문하면 된다.
일본 정부는 ‘직접 구매’와 ‘즉시 복용’ 원칙을 통해 약물 오남용을 방지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은 복용을 희망하는 사람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 약사와 대면한 상태에서 복약지도를 받은 뒤 그 자리에서 복용해야 한다. 약사 또한 응급피임약 처방을 위한 전문 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판매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대부분 국가가 처방전 없이도 응급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 2021년 응급피임 국제컨소시엄(ICEC) 자료에 따르면 147개 국가에서 응급피임약을 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19개국에선 처방전 없이 자유롭게, 76개국에선 의사 개입 없이 약사의 안내에 따라 응급피임약을 구매하도록 한다.
OECD 가입국 32개국 가운데 한국과 헝가리, 터키 등 일부 국가만 응급피임약을 구매할 때 처방전이 필수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2012~ 2016년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지만 무산됐다.

국내 의료계는 응급피임약이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모든 의약품은 편리성보다 건강상 해로움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반피임약의 10배 이상의 고용량 호르몬을 함유한 응급피임약은 유용성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라고 말했다.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약 50%는 메스꺼움을, 20%는 구토 증세를 경험한다.
오히려 약물 사용을 부추기고 실질적인 임신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노르웨이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바뀐다고 해도 인공임신중절 수술률은 줄지 않는다”며 “사전피임약 사용률을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현지 매체들도 응급피임약은 어디까지나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예비책이라고 설명했다. 피임 성공률이 사전피임약 등 타 피임방법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은 남성용 콘돔(82~98%)과 사전피임약(91.3~99.7%)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
김 회장은 “편리함도 좋지만 여성의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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