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놓친 공장 위험, AI가 잡는다

박지민 기자 2026. 3. 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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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의 AI 기반 CCTV. 위험물 저장고에 안전모를 쓰지 않은 작업자가 들어가자 곧바로 알림과 함께 해당 장면을 나타낸다. /LG디스플레이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의 통합 상황실. 공장 내 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이곳의 수십 개 모니터에는 공장 내 주요 지점의 보안 카메라(CCTV)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한 작업자가 위험물 저장소에 안전모를 쓰지 않고 진입하자, 곧바로 CCTV 화면의 해당 작업자에 빨간 네모가 표시되며 “안전모 미착용이 감지되었습니다”라는 경고창이 떴다. 작업자가 쓰러지거나 안전 경계선을 침범하는 경우를 비롯해 불꽃과 연기 등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위험 상황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CCTV 화면을 분석해 자동으로 상황실에 알려준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위험 구역 500곳의 상황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알려준다”며 “하루 평균 20~30건의 경고를 울려주니, 만에 하나 있을 사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 현장의 안전 관리에도 AI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현장은 화학물질과 고온 설비, 자동화 장비가 함께 사용되는 복잡한 작업 환경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수천 대의 CCTV를 직접 모니터링하며 위험 상황을 판단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위험을 감지하는 체계가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사람이 놓친 위험, AI가 잡는다

LG디스플레이는 시각언어모델(VLM)을 모든 CCTV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가 상황 전체를 이해하고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컨대 공장에서 근로자가 쓰러졌다면, AI가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파란색 방진복을 입은 사람 1명이 쓰러져 있음. 근처에 다른 사람 1명 있음. 주변에 다른 위험 요소 없음’처럼 상세한 상황을 전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게차가 보행자 근처에서 후진하는 것을 AI가 포착하면, 위험하니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문자를 바로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안전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하고 있는 VLM(영상시각언어) 기반 CCTV. 화면을 분석해 '지게차가 지정 구역 내 정차 상태로 대기 중' 등 텍스트를 내놓는다. /LG디스플레이

사업장 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현재는 LG전자 로봇 ‘클로이’에 센서와 카메라 등을 장착한 안전 순찰 로봇 2대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누비며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고위험 지역이나 CCTV 사각지대 등 순찰 경로를 AI로 학습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영상과 가스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관제실로 전송한다.

LG디스플레이는 카메라와 산소·이산화탄소 센서가 부착돼 현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안전 조끼’와 작업자가 AI에 안전 위험 요소 등을 물어볼 수 있는 AI 기반 글라스(안경)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AI로 해외 사업장 안전 관리

AI의 또 다른 역할은 글로벌 법인 안전 관리다. 예전에는 해외 법인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통역을 거쳐야 해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었는데,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번역해 준다. 파주에서 “중국 공장에서 화재 감지기가 작동했는데 발생 장소는 어디인가요”라고 물으면, 이 내용이 곧바로 중국어 자막으로 현지에 전달된다. 현지 공장에서 중국어로 대답하면 ‘2층 사무실’이라고 한국어 자막이 나오는 식이다. LG의 AI모델인 엑사원을 결합해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LG 계열사와 공공기관, 기업 관계자들은 AI 안전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간 10여 차례 LG디스플레이 통합 상황실을 찾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생산 현장 곳곳에 최첨단 AI 기술을 더해 안전한 공장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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