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은이 '정년이'로 비로소 입증한 가치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유독 TV 드라마에서 쓴맛을 자주 본 배우가 있다. 술술 풀릴 듯하다가 푹 하고 고꾸라졌다. OTT는 되는데, TV만 참 안 된다. 악몽에 갇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그러나 '정년이'로 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배우 신예은이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를 통해 인생캐(인생 캐릭터)로, 김태리와 함께 주말 시청자들의 눈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신예은은 '정년이'에서 허영서 역을 맡았다. 허영서는 매란국극단 연구생이다. 허영서는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하다. 그를 두고 국극단 단원들은 '성골 중의 성골'이라고 부른다. 대단한 집안의 딸로 실력까지 갖췄기 때문. 배경, 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고, 먼저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없기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윤정년을 매몰차게 대한다. 물론, 자신보다 낮은 급이라 여기는 오만함도 보여준다.
삐딱하게 보면 참 밉상인데, 어머니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살아온 삶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허영서의 도도하고, 차가움이 매력적이다.
이런 허영서는 신예은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극 중 윤정년 역의 김태리와 함께 주목 받고 있다. 소리뿐만 아니라, 윤정년과 대립하는 신경전까지 극 전개를 한층 더 극적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정년이'의 신드롬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감정이나 표정 연기도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것보다 한층 더 몰입하게 한다. "진작에 이런 캐릭터를 하지"라고 호평할 정도로 신예은은 과거 신예은을 지웠다. 덕분에 인생캐를 써내려가고 있는 상황. 극 중 무대에서 쏟아낸 소리만큼이나 시원하고, 감격스러운 꽃길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신예은은 데뷔 후 이어져 온 TV 드라마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정년이' 4회가 시청률 12.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신예은이 TV 드라마에 여주인공 또는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3주차(10월 14~20일)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3위에 올랐다.
'정년이'로 좋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신예은. 데뷔 후 TV 드라마로 이 같은 결과물을 이뤄낸 것은 처음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신예은은 2018년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했다. 데뷔 당시 '에이틴'으로 발랄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신예'로 주목 받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2019년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TV 드라마 데뷔 신고식을 치렀는데, 일부 시청자들이 연기력 지적을 하면서 쓴맛을 봤다.
이후 2020년, KBS 2TV 드라마 '어서와', JTBC '경우의 수'('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경우의 수') 에서 주연을 맡아 시청자들 앞에 섰다. 두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신예은은 또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어서와'에서 신예은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크게 실패했다. 작품을 둘러싸고 스토리, 주연 배우의 연기 등이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 결과, '어서와'는 방영 당시 자체 최저 시청률 0.8%(23회, 2020년 4월 30일)를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이 외면했던 작품이다. 이 안에서 신예은 떠나가는 시청자들을 돌릴 정도의 파워풀한 연기력을 뽐내지는 못했다. 이어 '경우의 수'까지 시청률 1%대를 기록, 주목 받는 신인에서 외면 받은 신인으로 추락했다. '에이틴' 때 받았던 관심은 증발했다.
TV 드라마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신예은. 2022년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 이후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다시 한번 주목 받았다. 극 중 임지연 아역으로 학창시절 박연진 역을 소화했다. 표독스럽고 독기 가득한 연기로 이목을 끌었다. 욕설을 부르는 신예은의 연기였다.
'불꽃 연기'로 다시금 자신의 존재를 입증했던 신예은. 2023년 SBS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로 다시 한번 TV 드라마로 시청자들과 재회했다. 그러나 또 한번 악몽에 빠졌다. '꽃선비 열애사'에서 열연을 펼쳤지만, 극 중반까지 강력한 한방이 없는 느낌. 1회 4%대 시청률 기록 후, 중반까지 3%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로맨스 사극 여주인공으로 나선 신예은에게 거는 기대감은 무너졌다. 이미 다른 로맨스 사극 작품에서 본 여주인공의 매력인 유쾌, 발랄, 시대 상황과 다른 당찬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그렇게 신예은은 또 한번 TV 드라마의 악몽을 겪어야 했다. '더 글로리'의 후광도 없었다.
악연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TV 드라마로 '성공'의 맛을 느끼지 못했던 신예은이다. 그러나, 드디어 악몽에서 깼다. 타이틀롤은 아니지만, 여주인공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주연 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악몽을 벗어나 '정년이'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신예은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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