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시범경기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필승조 투수들이 마지막 리허설에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사이 KIA로 떠난 김범수는 시범경기 홀드 공동 1위에 오르며 절정의 투구 감각을 과시하고 있어 한화의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김범수는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6회초 구원등판해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영웅을 병살타로 잡아낸 뒤 박세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KIA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3년 20억원이라는 계약금이 결코 큰 금액이 아니었는데 왜 잡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달라진 김범수의 모습

경기 후 김범수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팔이 빠르게 벌어지며 첫 타자에게 제구가 흔들렸지만, 빠르게 밸런스를 잡아 두 번째 타자부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전에는 선두타자에 볼넷을 허용한 뒤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3홀드를 수확하며 3.1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한화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자신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커브를 장착한 이후 마운드에서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밝혔다.
한화 불펜의 참담한 현실

같은 날 한화는 대전에서 NC를 9-8로 이겼지만, 투수들의 투구 내용은 문제가 많았다. 김경문 감독이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불펜투수들을 고르게 기용하겠다고 밝혔던 것은 개막 엔트리 결정에 앞서 투수들의 컨디션을 마지막으로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볼넷 9개, 몸에 맞는 공 1개 등 4사구 10개를 NC 타선에 헌납하면서 게임 흐름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화는 시범경기 기간 팀 평균자책점 5.86을 기록해 10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마무리 김서현이 5경기 4⅔이닝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박상원은 평균자책점 24.00, 황준서는 5.79, 주현상은 13.50, 이상규는 12.71을 기록하며 주축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베테랑 공백의 아쉬움

한화가 2025시즌 통합준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바탕에는 탄탄한 마운드와 안정적인 필승조가 큰 뒷받침이 됐다. 한화 불펜의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은 3.63으로 10개 구단 중 2위였다. 하지만 2026시즌 준비 과정에서 베테랑 우완 한승혁이 강백호의 FA 보상 선수로 KT로, 좌완 김범수가 3년 20억원에 KIA로 FA 이적하면서 불펜 전력 출혈이 적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조금씩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년 차를 맞은 파이어볼러 특급 유망주 정우주, 3년 차 황준서 등의 성장과 분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KIA는 김범수를 필승조로 활용할 계획이며, 7~8회 상대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막는 게 그의 임무다. 김범수가 새 팀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한화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