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X 톺아보기]① 사세확장? 비상탈출? 투믹스서 수성웹툰까지 눈에 띄는 지배구조 변화
NPX프라이빗에쿼티(PE)를 운영하는 사무엘 황 대표가 코스닥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황 대표는 증시에 등장한 지 3년 만에 그룹사 수준으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논란이 될 만한 자금흐름이 발견되고 있다.
사세확장의 시작 'NPX홀딩스'…스타트업 투자자로 등장
NPX홀딩스는 지난 2008년 7월 1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삼아 '엠앤에이리더'라는 사명으로 설립됐다. 이후 사명은 뉴패스웨이벤쳐스코리아(2015년), NP에쿼티파트너스(2016년), NPX(2021년), NPX홀딩스(2023년) 등으로 변경됐다. 황 대표가 이 회사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은 2015년 11월이다. 기존 회사를 인수했는지, 애초에 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은 불확실하다.
처음에는 인수합병(M&A) 컨설팅, 법인 컨설팅, 분할합병 컨설팅을 사업목적으로 삼았다가 이후 하나둘씩 늘어났다. 2015년 세무·금융 컨설팅, 부동산임대업을 더했고 올해 6월에는 국내외 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 및 자금 대여 기타융자업, 국내외 기업에 대한 경영자문업, 투자자문업, 부동산매매업, 교육 콘텐츠 개발업,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업, 부가통신사업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현재 NPX홀딩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황 대표와 최주용 공동대표다.
NPX홀딩스 사내이사가 된 황 대표는 2018년 12월 NPX PE를 설립한다. 처음에는 엔피인베스트먼트였지만 2021년 8월 NPX PE로 변경했다. 현재 황 대표 외에 사내이사로 천상현, 이조영 씨가 있고 민응기 씨가 감사를 맡고 있다.
황 대표는 NPX PE로 회사 이름을 바꾼 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시작은 코핀커뮤니케이션즈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는 2019년 8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유영학 대표가 만든 콘텐츠 기업으로 웹툰 제작, 벤처투자업 등 사업목적은 다양하지만 콘텐츠 영역에 집중하고 있었다.
NPX PE는 2021년 9월 코핀커뮤니케이션즈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2022년 1월에는 약 5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는 NPX PE의 투자를 받은 후인 2022년 7월 사명을 '테라핀'으로 변경했다.
지배구조를 보면 NPX PE는 테라핀스튜디오를 통해 테라핀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말 기준 테라핀의 최대주주는 테라핀스튜디오로 지분 96.14%를 보유하고 있다. 테라핀스튜디오는 2021년 9월 설립됐다. NPX PE가 코핀커뮤니케이션즈에 처음 투자했던 때와 맞물린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 창업자인 유 대표는 테라핀스튜디오 지분 18.81%를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황 대표가 테라핀스튜디오를 통해 테라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NPX PE가 테라핀스튜디오를 어떻게 지배하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테라핀스튜디오의 주요주주로는 황 대표 외에 'NPX콘텐츠펀드2 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합자회사'와 'NPX 테라핀 액세스 엘엘씨'가 있다. 각각 테라핀스튜디오 지분 30.98%, 13.63%를 보유하고 있다. NPX콘텐츠펀드2 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합자회사의 무한책임사원(GP)은 NPX PE다. 즉 NPX PE가 조성한 펀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황 대표는 '사무엘 황→NPX PE→테라핀스튜디오→테라핀'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황 대표는 테라핀스튜디오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 다음 타깃은 투믹스다. 투믹스의 주요 사업은 성인 웹툰이다. NPX PE가 투믹스를 202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힌 시기는 2022년 7월이다. NPX PE는 투믹스 인수 이전인 2022년 4월 투믹스홀딩스를 설립한다. 투믹스홀딩스 설립 시기를 보면 사실상 협상은 이전에 이미 많이 진척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투믹스홀딩스는 투믹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투믹스홀딩스 지분 83.05%는 테라핀스튜디오가, 16.95%는 테라핀이 가지고 있다. NPX PE가 투믹스홀딩스를 통해 투믹스를 지배한 셈이다. 이에 '사무엘 황→NPX PE→테라핀스튜디오→테라핀→투믹스홀딩스→투믹스'로 이뤄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코핀커뮤니케이션즈 인수에 이용했던 테라핀스튜디오를 사실상 지주사로 활용한 것이다. 투믹스를 인수하며 투믹스글로벌과 라라툰은 관계기업이 됐다.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로…NPX홀딩스 직접 나서
황 대표는 투믹스 인수 이후 코스닥 상장사에까지 손을 뻗친다. 2023년 6월 투믹스홀딩스는 수성샐바시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서 지분 32.3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수성샐바시온은 올해 2월 사명을 수성웹툰으로 바꾼다.
황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2월 김완수 전 바이옵트로 대표가 가지고 있던 바이옵트로 지분 6.95%를 장외매수로 인수했다. 여기서 NPX홀딩스가 등장한다. 황 대표는 투믹스홀딩스가 아니라 직접 지배하고 있는 NPX홀딩스를 통해 바이옵트로를 사들인다. 바이옵트로를 인수할 때 NPX PE 지분 100%를 NPX홀딩스가 가진 것도 드러났다. NPX홀딩스는 NPX PE 외에 테라아크도 자회사로 두고 있었는데 올해 6월 흡수합병했다.
NPX홀딩스는 바이옵트로의 구주 인수와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2.4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바이옵트로의 사명을 NPX로 변경했다.
NP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 전 대표의 지분을 매입했을 때만 해도 83.54%를 보유하고 있던 황 대표였다.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때는 황 대표와 'ZACHARY LU'가 45.51%씩 가진 공동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NPX홀딩스를 통해 NPX와 NPX PE를, NPX PE를 통해 수성웹툰과 테라핀, 투믹스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걸린 기간은 3년 안팎이다.
수성샐바시온, 본업과 상관 없는 투믹스 인수…회수 전략?
관건은 자금조달이다. 황 대표는 투믹스 인수에만 2020억원을 들였고 코핀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옵트로와 수성샐바시온을 사들일 때는 투자한 자금까지 합하면 3000억원 넘게 소요됐다.
다만 수성샐바시온이 투믹스 지분 취득에 나선 것을 두고 잡음이 나온다. 2023년 7월 투믹스홀딩스는 수성샐바시온에 투믹스 지분 41%를 내주면서 약 717억원을 회수했고, 지난달 추가로 지분 30%를 480억원에 넘기며 총 1200억원을 회수했다. 수성샐바시온은 투믹스 지분을 인수한 이유를 "신규 사업 진출 및 사업다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성샐바시온을 이용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수성샐바시온은 원래 전동지게차를 만들던 곳이다. 최대주주가 투믹스홀딩스로 변경되고 대표이사에 테라핀의 유 대표가 선임되면서 본업과 상관 없는 투믹스의 지분 취득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황 대표에 대해 "국내 증시에 갑자기 등장한 인물은 아니다"라면서도 "코스닥 상장사를 통한 자금조달 방식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