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영종국제도시의 북단 해안가를 달리다 보면 푸른 바다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이한 풍경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24층 높이까지 웅장하게 솟아올랐지만 외벽도 없이 앙상한 콘크리트 뼈대만 드러낸 채 멈춰버린 거대한 건축물입니다.

이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자료 기준, 부지 조성 사업 전체 비용으로만 약 9,35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미단시티 개발 사업의 핵심지입니다.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복합 단지를 꿈꿨던 이곳은 현재 6년째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는 흉물로 남아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멈춰 선 사정은 복잡합니다. 2017년 야심 차게 착공에 들어갔지만 공정률 약 25% 지점인 24층 높이에서 자금 조달 문제와 공사비 미지급 분쟁이 터지며 2020년 2월 전후로 시계가 멈춰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카지노 허가마저 최종 취소되면서 기존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천경제청을 중심으로 정상화 방안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새로운 재개발 방향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6년째 바다만 바라보던 이 유령 리조트가 과연 아시아급 복합 단지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 사회의 기대감과 가능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비록 메인 리조트 건물은 멈춰 서 있지만 그 주변은 오히려 그 고요함과 광활한 대지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새로운 감성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잘 정비된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덕분에 오롯이 서해 바다의 파도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흉물로 불리기도 하지만 거대한 자본이 휩쓸고 간 뒤의 정적은 복잡한 도심에 지친 이들에게 묘한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자본의 화려함보다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노을은 이곳 미단시티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골든테라시티 주변에는 영종도의 숨은 보석 같은 명소들이 가득합니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인근의 예단포 항입니다. 작은 포구의 정취를 간직한 이곳은 횟집 거리에서 즐기는 해물 칼국수가 별미로 꼽히며,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예단포 둘레길은 탁 트인 강화도 방면 바다 뷰를 감상하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또한 미단시티 근처의 산책로는 인파가 적어 한적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최적이며, 해 질 녘이면 멈춘 건물의 실루엣과 붉은 낙조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종도 여행의 묘미는 이처럼 멈춰버린 시간과 바삐 돌아가는 일상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매력에 있습니다. 공항 주변에서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낮게 날아가는 광경을 보며 이색적인 기분을 만끽하고, 다시 골든테라시티의 고요한 바닷가로 돌아와 차분하게 하루를 정리해보십시오.

조성 사업 전체 비용 9,357억 원의 거대한 흔적이 잠시 멈춘 자리에서 느끼는 서해의 진면목은 그 어떤 화려한 리조트의 시설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24층 흉물이 새로운 해법을 통해 아시아 최대 복합 단지로 부활하기를 꿈꾸며, 이번 주말에는 영종도 미단시티의 호젓한 바닷길을 따라 특별한 드라이브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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