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갈등이 있다면, 바로 세대 간 대립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구는 영포티(젊은 40대)와 MZ세대 간의 논쟁은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갈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끝없는 싸움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1.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세대의 경험 차이
영포티 세대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몸소 체험한 세대다. IMF 외환위기 당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가족의 해체와 경제적 절망을 목격했고, 민주화 과정의 혼란과 독재 정권의 잔재 속에서 성장했다. 이들은 학교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한 반에 50-60명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체벌이 일상이던 학교에서 자랐으며, 최저임금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하던 시절 시간당 1,000원의 알바비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들의 청춘은 불확실성과 절약 정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면 MZ세대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성장기에 태어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성장했다. 이들에게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로운 표현이 당연한 것이며, 청년 지원 정책과 각종 복지 혜택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물론 이들도 청년 실업과 부동산 문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포티 세대가 경험한 사회적 혼란의 깊이와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두 세대가 바라보는 사회와 가치관에서 근본적인 격차를 만들어냈다.

2. 경제적 성취와 기회에 대한 상반된 인식
영포티 세대에게 현재의 경제적 지위는 극도의 어려움을 견뎌낸 결과물이다. IMF 이후 회복기를 맞아 인터넷과 IT 기술 발전의 초기 수혜를 입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주6일 근무를 당연하게 여겨야 했다. 이들의 첫 월급은 100만 원 남짓이었고, 그마저도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절이었다. 연차휴가나 근로자 권리 보장은 상상할 수 없었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충성과 희생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현재의 사회적 위치는 피와 땀으로 얻어낸 정당한 성취다.

하지만 MZ세대 눈에는 영포티 세대가 부동산 상승기와 경제성장기의 혜택을 누린 것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부동산 가격에 집을 구매할 수 있었고, IT 기술 발전과 함께 경력을 쌓으며 현재의 경제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인식한다. MZ세대는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경쟁 심화,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서 같은 노력을 해도 영포티 세대만큼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불신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3. 소통 방식과 가치관의 근본적 충돌
두 세대 간 갈등의 핵심은 서로 다른 소통 방식과 가치관에 있다. 영포티 세대는 위계질서와 집단주의적 문화에서 자랐으며, 고난과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들에게는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믿는다. 따라서 MZ세대의 권리 주장이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버릇없음'이나 '나약함'으로 해석하기 쉽다.
반면 MZ세대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며, 불합리한 관습이나 권위에 순응하기보다는 문제 제기와 개선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들에게는 영포티 세대의 '고생 자랑'이나 '참고 견뎌야 한다'는 논리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더 나은 근로 환경과 합리적 대우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며, 과거의 비합리적 관습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관 충돌은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격렬하게 표출되며, 양측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적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

결국 이 갈등의 해결책은 서로의 경험과 처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영포티 세대의 고난과 희생은 존중받아야 하고, MZ세대의 권리 의식과 개선 노력 또한 가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세대가 각자의 강점을 인정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연대를 통해서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Copyright © bookol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