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한화생명 자회사형 GA ‘절반의 성공’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모회사 의존도 너무 심해

제판분리 전략적 목표 시장경쟁력 제고 반쪽 성공

금융상품 종합판매사 도약 시장 질적성장 선도해야

구조적인 복합요인으로 심각한 성장정체에 직면한 생명보험사가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자회사형 GA(General Agency) 설립이다. 지난 2021년 4월 한화생명이 본사 관리인력을 포함한 소속 전속설계사 조직을 물적분할로 통째로 떼어내 자회사형 GA(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를 만들었다. 한금서는 올해 6월 현재 지점 517개, 설계사 2만4493명를 보유하며 생보사 19개, 손보사 13개사와 판매 제휴를 맺은 가장 큰 보험판매 전문회사로 자리잡았다.

한화생명의 자회사형 GA 설립을 전후해 생보 중심으로 보험사의 제판분리 추세가 확산됐다. 생보사가 제판분리에 나선 것은 보험시장 포화와 인구감소로 신계약 창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계약은 늘지 않는데 매출과 무관한 고정비 지출이 증가하면 수익성이 저하된다. 본사 관리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성장정체로 노후화된 설계사 조직은 노무 리스크만 커져 전속으로 유지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손보사보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뒤처지는 생보사의 전속설계사 이탈이 심하고 조직관리 비용 부담도 커 자회사형 GA 설립에 더 적극적이다.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를 추진할 당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과거 여러 보험사가 동일한 이유로 저능률 전속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추진한 자회사형 GA가 대부분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속조직을 분리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전략은 모회사 입장에서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GA 사업모델은 원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본사 운영비를 제하고 설계사에게 수당 시책으로 지급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2023년(e클린보험서비스) 한금서의 수수료 수입은 1조1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순이익은 688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올 상반기에도 이미 수수료 수입이 1조334억원이고 순이익은 544억원이다. 한금서 역시 영업수익의 100%를 원수사 수수료로 채우고 영업비용의 70% 이상은 수당, 시책비로 설계사에게 지급한다.

매출에 연동된 수수료(변동비)를 제외한 30% 정도의 고정비(본부관리조직 운영비)와 조직확충을 통한 신계약 창출이 한금서 경영관리의 핵심이다. 한금서가 실적창출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설립 당시 모기업에서 넘어온 관리조직을 효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설계사 조직의 양적확충과 전문성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도 신규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 신규 매출은 설계사 수와 판매 전문성에 비례한다. 조직의 양적 확충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판매조직의 전문성을 높여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를 늘려야 한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자체 육성보다 이미 갖춰진 조직을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인수한 영업조직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자금조달과 인수비용만 늘어난다.

2023년 한금서 현금흐름표에는 차입금과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조달해 2541억원을 관계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2023년1월 GA 업계 10위인 피플라이프를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했다. 상품경쟁력이 있고 수당 수수료 수준이 낮지 않으면 유입된 설계사 조직이 유지되고 시장에서 자체적인 조직확충도 그만큼 수월해 선순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상품경쟁력이 없고 인센티브 구조 차별화도 크지 않으면 설계사 유지는 오로지 수당 수수료에 의존하는 고비용 구조로 바뀌고 효율도 떨어진다.

보험상품의 대고객 소구력을 높이려면 여러 보험사의 좋은 신상품 소싱이 가능한 GA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판매인의 수당 수수료보다 고객의 필요에 기반한 신계약 매출이 늘어 설계사의 소득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영업조직이 늘어야 GA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한금서가 GA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올 6월 기준 한금서의 생보 판매수수료 중 한화생명의 비중은 98%로 전속조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손보는 한화손보 비중이 41%로 생보보다 편중도가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생보업 기반의 태생적 영향으로 올 6월 한금서의 판매액 중 생보사 비중이 63%로 손보의 37%보다 높다.

수당, 시책, 영업지원 등 인센티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모회사 한화생명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40%에 육박하는 손보 판매비중은 현장 설계사의 요구와 보험시장의 추세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1사 전속, 1사 교차등록 등 제약이 없어지고 시장에서 비교 판매할 수 있는 GA로 전환돼 점차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올 6월 현재 한금서 판매액 중 한화계열(생명+손보)의 비중이 69%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생보만 떼어내보면 한화생명이 건수·금액 모두 97%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손보는 한화손보 비중이 건수 39%, 금액 20%로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다. 그럼에도 다른 대형 GA에 비해 여전히 높다. 한화계열 보험상품을 고객이 더 선호하고 시장의 추세가 합리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모회사의 단기적 신규 매출을 위해 한금서의 수당, 시책 등 인센티브 시스템이나 관리직 평가제도가 동원된다면 장기적으로 모기업의 상품경쟁력과 자회사의 판매전문성 강화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금서가 당초 목표한 보험상품 판매전문회사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상품 종합판매사로 성장한다는 비전은 고객의 이해와 시장의 흐름에 충실한 경영을 해야 달성할 수 있다. 고객의 편익보다 판매인의 수당 수수료 경쟁에 경도된 GA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GA의 상품판매 보험사별 포트폴리오 분포는 비교적 분산돼 있다.

올 6월(누적) 인카금융, 지에이코리아, 글로벌금융, 케이지에이에셋, 프라임에셋 등 상위 5대 GA의 수수료 수입은 1조8246억원이다. 5대 GA의 업권별 수수료 비중은 생보 34%, 손보 66%로 손보가 크다. 반면 한금서는 생보 91%, 손보 9%로 생보가 월등히 높다. 보험시장이 손보 중심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한금서는 모회사의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다. 또 대부분의 대형 GA는 보험사별로 10%대 이내의 수수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손익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한금서는 한화계열 수수료 비중이 93%로 매우 높다. 편중은 리스크를 유발한다. 모회사 지원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균형은 유지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무거운 영업조직을 분사하며 본사의 비용효율화와 노무 리스크 차단에 나름 성공해 홀가분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자회사형 GA 운영모델로는 당초 제판분리의 전략적 목표를 비켜갈 가능성이 크다. 모회사는 상품경쟁력과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자회사는 판매전문성과 조직확충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분급 제도 도입 추진 등으로 규제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전략이 성공하려면 한금서의 모회사 의존도와 영향력을 낮추고 수익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모회사의 상품경쟁력과 자회사의 판매전문성을 끌어올려 근본적인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