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광장] FTO 분석 과정에서 대상물은 왜 다시 정의되는가

안주현 변리사(리앤목 특허법인) 2026. 5.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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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을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이하, '제품'으로 총칭한다)에 대해 관련 특허 문헌을 검색하고,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 정도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는 제품 등의 분석 대상물이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고, 그 정의는 변하지 않으며, 분석자는 그 대상물과 관련된 특허를 찾아 비교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FTO 분석 실무에서는 분석을 진행할수록 특허 문헌과 비교되는 대상물의 정의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FTO 분석은 단순한 검색이 아니라, 발견된 특허의 청구항 해석을 바탕으로 비교 단위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에서 개발자나 의뢰인이 설명하는 제품은 대개 기능과 구현 중심으로 정의된다. 개발자는 자신이 해결하려는 기술 문제와 구현 구조를 기준으로 제품을 이해하며, 따라서 중요한 특징도 그 관점에서 정리한다. 하지만 특허 문헌을 탐색하는 순간 이 구조는 흔들린다. 예상하지 못했던 특허가 발견되고 청구항의 구성요소가 드러나면, 개발자가 부수적이라고 여겼던 요소가 오히려 침해 포인트가 되고, 반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권리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제품이 '바로 인식되기 어려운 다양한 기술이 내포된 실물'이고, 따라서 개발자가 정의한 제품과 실물로서의 제품 사이에 필연적인 간극이 존재하기 쉽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구현 의도를 중심으로 제품을 인식한다. 그 인식 안에 들어오지 않은 속성들, 즉 재질, 형상, 표면 처리, 내부 구조의 세부 사항, 직접 개발하지 않은 알고리즘 등은 개발자의 시야 밖에 있다. 그러나 실물로서의 제품에는 그 인식 밖의 속성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그 속성들에 대해 이미 유효한 특허권이 존재할 수 있다. 개발자와 특허권자의 시각 차이도 바로 이 간극에서 비롯된다.

개발자는 자기 제품을 설계와 구현의 결과물로 본다. 반면 특허권자는 자기 청구항을 기준으로 타인의 제품 안에 어떤 요소가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본다. 다시 말해 개발자는 "이 제품이 무엇인가"를 묻고, 특허권자는 "내 권리범위에 무엇이 들어오는가"를 묻는다. 같은 제품이라도 이 두 가지 질문에 따라 구조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FTO 분석에서는 대상물이 고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분석 과정에서 발견되는 특허에 대응하여 그 정의가 점점 정교해진다. 처음에는 제품 전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발견된 특허를 검토하면서 위험이 집중되는 기능, 구성, 작동 방식, 인터페이스, 예외 조건 등이 드러나면 비교의 중심이 바뀐다. 어떤 경우에는 제품의 일부 기능만이 문제되고, 어떤 경우에는 제품 설명서에 거의 드러나지 않은 내부 구현이 쟁점이 되기도 한다. 이때 분석 대상은 단순히 같은 제품이 아니라, 특허권자의 시선에서 다시 분해된 기술적 단위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재정의 과정은 FTO 분석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FTO 분석은 단순히 특허 문헌을 많이 찾는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FTO 분석은 발견된 특허의 청구항을 기준으로 제품을 다시 읽고, 제품의 각 부분과 기능의 중요도를 재평가하며, 청구항과 제품을 비교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유사한 특허 문헌을 찾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특허 문헌이 어떤 위험 구조를 드러내는지 해석하는 능력이다. 최근 AI 기반 검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특허 문헌 검색의 효율성과 정확도는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검색 성능의 향상만으로 FTO 분석의 핵심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색은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 쟁점은 발견된 특허의 청구항과 제품 사이의 대응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물론 실제 침해 판단은 문언 침해, 균등론, 실질적 동일성 같은 전통적 법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법리가 작동하려면 먼저 비교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어떤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볼지, 어떤 기능을 핵심으로 볼지, 어느 수준에서 대상물을 분해할지 정리되지 않으면 침해 판단은 출발조차 하기 어렵다.

결국 FTO 분석은 단순히 이미 정해진 제품과 특허를 기계적으로 대조하는 단편적인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발견된 특허 문헌을 통해 제품을 다시 읽고, 특허권자의 관점에서 비교의 기준과 해석의 방향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다시 말해 FTO 분석 과정에서 대상물이 다시 정의되는 이유는, 제품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발견된 특허 문헌을 통해 새로운 법적 의미와 위험 구조 속에서 제품이 다시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주현 변리사(리앤목 특허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