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 ‘취한 배’… 172년 전 오늘 태어난 소년은 왜 스물에 펜을 꺾었나

랭보의 '취한 배(Le Bateau ivre)'는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1871년, 열여섯 살에 쓴 100행짜리 시입니다. 랭보는 1854년 10월 20일 프랑스 북동부 샤를빌에서 태어났고, 오늘이 탄생 172주년입니다. 그는 스무 살 무렵 문학을 완전히 그만두었고, 이후 아프리카에서 상인으로 살다 1891년 서른일곱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를 쓴 기간은 고작 5~6년. 그런데도 랭보는 지금까지 '현대시의 문을 연 소년'으로 불립니다. 1995년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한 그 반항아 시인이기도 합니다. 열여섯 소년이 쓴 시가 왜 지금도 읽히는지, 왜 그는 스물에 펜을 내려놓았는지 따라가 봅니다.

열일곱 살의 아르튀르 랭보(1872년). 사진 에티엔 카르자 ⓒÉtienne Carjat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1854년 10월 20일 출생 · 1871년 「취한 배」 · 1873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스무 살 무렵 절필

① 랭보는 어떤 소년이었나요?

학교에서 라틴어 시로 상을 휩쓸던 모범생이, 열다섯 무렵부터 집을 뛰쳐나가는 반항아가 됐습니다. 고향 샤를빌은 벨기에 국경에 가까운 조용한 지방 도시였습니다. 랭보는 엄격한 어머니와 답답한 시골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차례 파리로 가출했습니다.

그 시절 랭보를 알아본 사람이 수사학 교사 조르주 이장바르였습니다. 이장바르는 소년에게 책을 빌려 주며 시를 쓰도록 북돋웠고, 랭보는 그에게 자신의 시와 생각을 담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편지 가운데 하나가 훗날 프랑스 시의 흐름을 바꾼 '견자(voyant)의 편지'입니다.

✔ 샤를빌은 지금 '샤를빌메지에르'라는 이름으로, 랭보 박물관과 그의 무덤이 있습니다.

랭보의 고향 샤를빌메지에르의 뒤칼 광장 ⓒDietmar Rabic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② 랭보 '취한 배'는 어떤 시인가요?

배 한 척이 '나'가 되어 말하는 시입니다. 배를 끌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배는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폭풍과 바다 짐승, 빛나는 바다를 온몸으로 겪습니다. 4행씩 25연, 모두 100행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를 쓸 때 랭보가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책과 상상만으로 거대한 바다를 그려 낸 것입니다. 시의 끝에서 배는 넓은 바다를 떠돈 뒤 오히려 작은 웅덩이를 그리워합니다.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지쳐 버린 마음, 열여섯 소년의 마음이 그대로 비칩니다.

✔ 1871년 랭보는 이 시를 들고 파리로 가 시인 폴 베를렌을 만났습니다.
✔ 베를렌은 앞서 받은 소년의 편지와 시를 읽고 그를 파리로 불렀습니다.

샤를빌을 흐르는 뫼즈강. 바다를 본 적 없는 소년은 이 강에서 바다를 상상했다 ⓒFlorian Pépelli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나는 타자다(Je est un autre)." - 아르튀르 랭보, 1871년 5월 이장바르·드므니에게 보낸 편지

③ '나는 타자다'는 무슨 뜻인가요?

시를 쓰는 '나'는 평소의 나와 다른 존재라는 뜻입니다. 랭보는 1871년 5월 13일 이장바르에게, 15일 시인 폴 드므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말을 썼습니다. 문법을 일부러 어긴 문장입니다. 프랑스어로 '나는'(Je) 다음에는 suis가 와야 하는데, 3인칭 동사 est를 붙였습니다.

랭보는 같은 편지에서 시인은 모든 감각을 오래, 깊이 흐트러뜨려 '보는 사람(견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익숙한 눈으로 보지 말고, 낯선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라는 주문입니다. 이 생각은 뒷날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드므니에게 보낸 편지는 1912년, 이장바르에게 보낸 편지는 1928년에야 잡지에 실렸습니다.

"나는 타자다(Je est un autre)" 초상: 에티엔 카르자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카드 제작: 문학소년

④ 베를렌과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랭보와 베를렌은 2년 가까이 함께 파리·런던·브뤼셀을 떠돌았고, 그 끝은 총성이었습니다. 1873년 7월 10일 브뤼셀에서 베를렌이 쏜 총에 랭보는 왼쪽 손목을 다쳤습니다. 당시 랭보는 열여덟 살이었고, 베를렌은 이 일로 감옥에 갔습니다.

그해 10월 랭보는 산문시집 『지옥에서 보낸 한 철(Une Saison en enfer)』을 브뤼셀에서 자비로 작은 책자로 냈습니다. 그가 직접 책으로 펴낸 거의 유일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대표작 『일뤼미나시옹(Illuminations)』은 1886년, 랭보가 모르는 사이에 베를렌 등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앙리 팡탱라투르 「테이블 구석」(1872). 앞줄 왼쪽 두 사람이 베를렌과 랭보 ⓒHenri Fantin-Latour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⑤ 시를 버린 뒤 랭보는 어떻게 살았나요?

스무 살 무렵 문학을 그만둔 랭보는 유럽을 떠돌다 아프리카에서 무역상이 됐습니다. 1880년 예멘 아덴의 무역 회사에 들어갔고, 에티오피아 하라르에서 지점을 맡았다가 1884년부터는 직접 장사를 했습니다. 커피와 가죽, 무기까지 사고팔았습니다.

1891년 다리에 병이 나 5월 7일 아덴을 떠나 프랑스로 돌아왔고, 그해 11월 10일 마르세유의 병원에서 서른일곱 살로 숨졌습니다. 그 무렵 파리에서는 그의 시가 이름을 얻고 있었지만, 랭보 자신은 시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에티오피아 하라르 옛 시가지의 랭보 기념관에서 본 풍경 ⓒAdam Jones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오늘 랭보를 처음 읽는다면
✔ 긴 시가 부담스러우면 짧은 시 「감각(Sensation)」부터 읽어 보세요. 열다섯 살 랭보가 여름 저녁 들길을 걷는 장면입니다.
✔ 「취한 배」는 한 번에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마음에 걸리는 한 연만 골라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 번역본은 옮긴이마다 말맛이 다르니, 두 가지 번역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1. 짧은 시 「감각」으로 시작한다
  2. 「취한 배」에서 마음에 남는 한 연을 고른다
  3. 그 연을 소리 내어 두 번 읽는다
  4. '배'가 무엇을 뜻할지 내 말로 적어 본다
  5. 가족과 서로 고른 연을 바꿔 읽어 본다
샤를빌메지에르에 있는 랭보의 무덤. 1891년 이곳에 묻혔다 / Wikimedia Commons (CC BY 2.5)

자주 묻는 질문

Q. 랭보 '취한 배'는 언제 쓴 시인가요?
A. 1871년, 랭보가 열여섯 살 때 쓴 100행(4행 25연)의 시입니다.

Q. 랭보는 왜 시를 그만두었나요?
A. 본인이 이유를 남기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스무 살 무렵 문학을 떠나 아프리카에서 상인으로 살았습니다.

Q. '나는 타자다'는 어디에 나오나요?
A. 1871년 5월 이장바르와 드므니에게 보낸 이른바 '견자의 편지'에 나옵니다.

오늘의 정리
✔ 1854년 10월 20일 프랑스 샤를빌 출생(오늘 172주년)
✔ 1871년 열여섯 살에 「취한 배」, 같은 해 '견자의 편지'
✔ 1873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자비 출간
✔ 스무 살 무렵 절필, 아덴·하라르에서 무역상
✔ 1891년 11월 10일 마르세유에서 37세로 사망

열여섯 소년은 바다를 본 적도 없이 바다를 노래했습니다. 172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아직 가 보지 못한 바다는 어디에 있을까요.

가족과 함께 질문해 볼 내용
✔ 가 본 적 없는 곳을 상상만으로 그려 본 적이 있나요?
✔ 랭보처럼 스무 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길을 간다면, 우리 가족은 어떤 길을 고를까요?
✔ '나는 타자다'라는 말을 우리 가족은 어떻게 풀이할까요?

랭보의 시나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 얽힌 기억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 위키백과 'Arthur Rimbaud'(출생·「취한 배」·브뤼셀 사건·『지옥에서 보낸 한 철』·아덴과 하라르·사망), 「견자의 편지」(1871.5.13 이장바르, 1871.5.15 드므니) 원문 공개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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