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힌 100% 재활용 플라스틱…말로만 ‘정의로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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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이 12명에서 이제 6명밖에 안 남았어요. 친환경 흐름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했는데. 말로만 탄소중립 한다고 하고, 정부 정책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잖아요."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논의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또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 마련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도모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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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생산업체 2만6천여곳…중기·영세업체가 99%
전문가 “노동권 보호·산업전환 적절한 정책 뒷받침돼야”
“종업원이 12명에서 이제 6명밖에 안 남았어요. 친환경 흐름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했는데…. 말로만 탄소중립 한다고 하고, 정부 정책이 안 따라주면 소용이 없잖아요.”
지난 8월 경남 창원시에서 쓰레기봉투 제조업을 하는 이영상 인테크 대표는 속이 타는 듯하다고 한겨레에 호소했다. 인테크는 ‘플라스틱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5년 전부터 폐플라스틱 등 100% 재활용 소재만 써서 쓰레기봉투를 생산해왔으나, 최근 판로가 막혀 물량이 확 줄었다고 했다.
예전엔 연간 4만톤가량의 신재(석유를 추출해 만든 새 플라스틱 폴리머) 플라스틱을 썼으나, 지금은 기업·가정·농촌 등에서 나오는 폐비닐로 쓰레기봉투를 만든다. 신재 생산보다 오히려 튼튼하고 잘 찢어지지도 않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단다. “어차피 한번 쓰고 소각장에서 태울 건데 왜 새걸로 만들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러나 주 고객인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방식대로 만드는 관내 업체들만 선호하기 때문에 도무지 경쟁할 수가 없다고 했다. 만약 정부와 지방정부가 ‘탄소중립’에 가치를 부여해 재활용 소재를 쓰는 업체들과 우선적으로 계약하는 정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이 대표는 안타까워했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려면 일정한 책임과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책임과 부담이 일부 지역과 사람에게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나누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논의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국제 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주로 선진국의 쓰레기를 떠안는 개발도상국 ‘웨이스트 피커’(쓰레기 수거업자)의 처우나 사회적 안전망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하지만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 대국인 우리나라 안으로 눈을 돌리면, 수십만명으로 집계되는 플라스틱 관련 업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산업의 업체 수는 2만6천여곳에 이르고, 그중 99%가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다. 일회용품이나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피브이시(PVC) 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40%에 이른다. 대기업을 제외한 해당 산업계 종사자는 2023년 기준 23만명으로 집계된다.
중소기업 위주의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성격 때문에, 산업 전환 과정에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기존 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는 등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양순정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상무는 “업계도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지만, 일부 영세업체들은 플라스틱 협약이란 게 진행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변화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 마련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도모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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