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 투수가 2군에서도 사라졌다 했더니… 이렇게 황당한 일이,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SPO트랙]

김태우 기자 2025. 9. 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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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은 최근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변칙 투구폼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베테랑 선발 자원인 박종훈(34)은 7월 2일 퓨처스리그(2군) 등판 이후 1·2군 공식 실전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공식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루키팀 연습 경기에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픈 것도 아니었다. 야구를 그만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 SSG 관계자들과 2군 코칭스태프는 “박종훈이 투구폼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중 으레 이뤄지는 미세한 조정이 아니었다. 아예 팔각도를 높이려 한다고 했다. 그것도 꽤 크게 높인다고 말했다. 좀처럼 감이 잘 오지 않는 설명이었다. 그럴 만했다. 2군 관계자들 또한 박종훈의 투구폼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선수의 뜻이었고, 시설 바깥에서 이뤄지는 교정도 있었다.

박종훈은 리그 투수 중 가장 낮은 지점에서 공을 놓는 선수였다. 한창 때는 릴리스포인트가 지면으로부터 40㎝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정통 잠수함의 명맥을 잇는 선수였다. 실제 그 폼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면에서 어뢰처럼 낮게 깔려 들어오는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박히면 타자들은 그 궤적을 따라가는 것도 버거웠다. 낮은 쪽을 보고 있으면 치솟아 오르는 커브가 헛스윙을 이끌었다.

KBO MVP 출신인 에릭 테임즈는 “마치 공을 발로 차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뛰어난 내구성까지 더해 2017년 12승, 2018년 14승, 그리고 2020년 13승을 거두는 등 리그에서도 꽤 알아주는 토종 선발이 됐다. 그렇게 2021년 시즌이 끝나고는 SSG와 5년 총액 65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하기도 했다.

▲ 리그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공을 던지던 박종훈은 스리쿼터형 투구폼을 연마해 실전에서 병행하고 있다 ⓒSSG랜더스

그러나 팔꿈치 수술 이후 내리막이 심했다. 2022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0, 2023년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9, 지난해에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94에 그쳤다. 매 시즌 캠프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아 시즌 초반에 뛰다가 금세 한계를 드러내 2군으로 내려가기 일쑤였다. 사실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체중을 불리기도, 체중을 빼기도 했고 예전의 팔각도를 찾기 위해 노력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실패했다.

막 다른 길에 몰리면 포기할 수도 있었다. 65억 원 계약이라고 하지만, 최근 3년은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 연봉이 사실상 반토막 났다. 고액 연봉자 감액 규정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지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종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팔을 올리기로 했다. 예전에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부터 주위에 간혹 이야기하던 시나리오를, 현실로 옮기려 한 것이다. 말이 쉽지 이건 도박이었다.

그렇다면 거의 두 달 가까이 폼을 바꾼 박종훈의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지금까지는 결과를 떠나 그냥 그 자체가 놀랍다. 복귀전이었던 8월 27일 롯데 2군전까지는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2군 코칭스태프의 이야기였다. 박정권 퓨처스팀(2군) 감독도 “크게 바뀌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일단 본인에게 맡겨두려고 한다”고 했다. 한 경기 예열을 마친 박종훈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두 가지 투구폼을 모두 쓰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박종훈은 때로는 언더핸드로, 때로는 스리쿼터로 공을 던지며 타자들을 상대할 옵션을 더 많이 만든다는 계획이다 ⓒSSG랜더스

우선 기존 폼을 버린 건 아니다. 거의 비슷하게 그대로 쓴다. 그런데 때로는 팔을 올린다. 스리쿼터에 가깝다. 경기 중에, 심지어 타자를 상대하다가도 갑자기 투구 폼이 바뀐다. 데이터를 보면 놀라운 차이가 보인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이자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 집계는 충격적이다. 박종훈은 9월 5일 삼성 2군에서 두 가지 투구폼을 모두 썼는데 릴리스포인트의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기존 투구폼의 릴리스포인트는 대략 지면에서 50㎝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투구폼의 릴리스포인트는 최고 163㎝, 대다수는 160㎝ 안팎에서 찍혔다. 릴리스포인트 차이가 110㎝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예전에도 변칙 투구폼을 구사하는 선수는 있었지만, 잠시 팔을 내려 투구하는 정도였다. 릴리스포인트가 1미터 이상 차이가 나는 투구를 동시에 하는 투수는 기억하기가 힘들다.

이 도전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두 가지 폼을 동시에 완성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것도 경기 중에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투구 폼을 모두 쓰는 것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로 봐야 한다. 차라리 양손 투수가 더 현실성이 있었다. 다만 이 작업이 효과적으로 끝났을 때의 기대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ABS의 도입은 언더핸드 투수의 사형선고라는 말이 있다. 존 낮은 쪽보다는 높은 쪽에 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생존의 마지노선이 스리쿼터나 사이드암이다. 상황에 맞게 기존 폼과 새로운 폼을 섞는다면 효율이 높아진다. 언더핸드 폼은 극단적인 위력을 가지지만, 사실 얼굴에서 멀어지는 폼이라 제구 잡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구속도 떨어진다. 반면 스리쿼터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힘을 쓸 수 있는 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구속을 다투는 선수를 보면 오버핸드보다는 스리쿼터가 더 많다.

실제 5일 경기에서 박종훈의 언더핸드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35㎞ 내외였지만, 스리쿼터에서는 최고 143.7㎞까지 나왔다. 같은 투수의 패스트볼인데 타자로서는 충분히 다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차이다. 폼으로 구속까지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박종훈의 약점이었던 주자 견제도 스리쿼터로 투구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 이는 꼭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위대한 모험을 하는 박종훈이 어떤 모습으로 1군에 다시 나타날 것인지 기대가 모인다. 확실한 것은 박종훈은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 리그 역사상 가장 어려운 도전에 절실하게 나서고 있는 박종훈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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