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복역’ 일본 사형수, 58년 만에 살인자 낙인 지웠다

문지연 기자 2024. 9. 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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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조서·혈흔 묻은 옷 모두 조작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게 된 일본의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 이와오. /A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일본의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88)가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게 됐다.

27일(현지시각)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지방법원은 전날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던 하카마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의 자백 조서와 혈흔 묻은 의류 등 세 가지를 거론하며 “수사기관이 증거를 날조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사건은 1966년 6월 30일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발생했다. 하카마다는 근무하던 된장 공장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체포 9개월 뒤 돌연 하카마다의 혈흔이 다섯 점 묻은 의류가 발견됐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하카마다는 재판이 시작되자 “폭행과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968년 시즈오카 1심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사형을 확정하며, 결국 하카마다에게는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의 결백을 믿은 건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였다. 누나의 요청으로 재심 청구 소송이 시작됐고,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의류의 혈흔이 하카마다의 것과 불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역전됐다.

하카마다 이와오의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가 동생의 젊은 시절 사진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 뒤로도 재심 과정은 신청과 폐기 결정이 거듭됐다. 2차에 걸친 청구 끝에 2014년 재심 결정이 내려졌고 하카마다는 48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의 불복 신청이 있었지만 2020년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이 최종 확정됐으며 작년 3월 개시가 확정됐다. 이어 전날 진행된 재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사건 발생 58년 만이자, 하카마다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44년 만의 일이었다.

긴 세월 옥살이를 한 하카마다는 복역 중이던 2013년 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누명 속에 살아야 했던 그는 비로소 그 낙인을 지우게 됐지만, 복역 후유증과 고령 탓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석방 뒤 자택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이날 재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건이 재심을 거쳐 무죄가 된 사례는 전후로 이번이 5번째다. 앞선 4건 중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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