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 고혈압·당뇨 노인 환자 지원 사업 개편에 전문가 우려

이재원 기자 2026. 9. 2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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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19곳에서 29곳 확대…진료·약제비 지원 52억원은 전액 삭감
45만 노인 지원 중단 지적…“환자 등록·지속치료 연결고리 약화”
전문가들 “새 사업 효과 검증 없이 기존 체계부터 축소해선 안 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을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로 개편하면서 기존 노인 환자의 진료비·약제비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검증된 지역사회 만성질환 관리체계의 핵심 기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로운 일차의료 혁신사업이 통합수가와 다학제팀을 활용해 포괄적 만성질환 관리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의료기관·환자 참여와 취약계층 접근성, 지역사회 연계 등 검증해야 할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이를 기존 지역사회 사업을 축소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의 진료비·약제비 지원을 받는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은 해당 지원이 정기적인 병·의원과 약국 이용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의료진과 약사들도 지원이 사라질 경우 정기 방문과 장기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정부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의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을 통해 고·당 사업의 진료·약제비 지원을 대체한다는 복안이지만, 앱 활용과 건강활동 인증 등이 필요한 만큼 고령·취약계층에서는 기존 진료비·약제비 지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왼쪽부터 이원영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광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 기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남양주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 사진=이재원 기자.

이원영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광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와 기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남양주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혈압·당뇨병 환자 등록 기반(의료비 지원)의 지속가능한 노인 만성질환 관리체계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만성질환 관리체계 개편 방향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만희 위원장과 김남희·유상범·최민희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공동대책협의회와 홍천군·광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가 주관한 가운데 열렸다. 

45만명 지원 끊는다…센터 늘리면서 환자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

정부의 개편 방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혈압·당뇨병 등록환자에게 지급해 온 진료비·약제비 지원이다.

최근 질병관리청 등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와 만성질환 통합관리센터를 기존 19개소에서 29개소로 10곳 확대할 계획이다.

센터 운영예산도 32억8000만원에서 47억1000만원으로 14억3000만원, 43.6% 늘리고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관리·평가 예산 9000만원도 새로 편성한다.

반면 고혈압·당뇨병 등록환자 의료비 지원 등 관련 예산 52억1000만원은 전액 삭감돼 '0원'이 된다. 이에 따라 약 45만명의 기존 노인 등록환자에게 제공되던 진료비·약제비 국고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발표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고당사업은 65세 이상 등록환자에게 진료비 1500원과 약제비 2000원을 지원하고, 참여 의원과 약국에는 환자정보 입력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 지원을 단순한 소액 의료비 보조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당사업에서는 환자가 병·의원에 등록하면 진료 일정에 맞춰 문자·음성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리마인드'와 진료 예정일을 넘긴 환자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리콜'이 이뤄진다. 교육·상담을 비롯해 지역별로 합병증 검사비 지원, 운동교실, 당뇨병 집중관리, 혈압·혈당기 대여, 자조모임 등도 연계된다.

즉 진료비·약제비 지원이 환자를 의료기관과 약국으로 유인하고, 등록된 환자를 다시 교육센터가 추적·관리하는 구조다.

이원영 교수는 소액 진료·약제비 지원을 통해 의료기관·약국 지속 방문을 유도하고, 환자 등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리마인드·리콜을 통한 교육·상담과 지속치료 및 합병증 예방으로 이어지는 체계라고 말했다.

기명 교수 역시 환자지원금 폐지를 두고 "환자 등록으로 가는 핵심 기전의 폐지"라고 평가하며 "공급자를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등록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센터가 의뢰에 기반한 교육기능만 담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93% "진료·약제비 지원, 정기 치료에 도움"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진료비·약제비 지원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응답이 많았다.

15개 등록교육센터의 환자 517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령은 73.6세였으며, 연령 범위는 53~95세였다.

질환별로는 고혈압 179명(36.2%), 당뇨병 153명(30.9%), 고혈압·당뇨병 동반 163명(32.9%)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는 29명(5.6%)이었다.

조사 결과 481명(93.2%)이 현재 진료비·약제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481명(93.1%)은 해당 지원이 정기적으로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에게 센터가 제공하는 경과자 상담 역시 457명(88.5%)이 진료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원이 사라질 경우에는 경과자 상담을 받더라도 병원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이 260명으로 51.1%에 달했다. 지원 중단 이후 의원·약국 방문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도 약 35~36%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장기간 사업에 참여한 환자에게 이미 치료 습관이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결과가 장기적인 영향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지원으로 형성된 습관 때문에 55~56%는 당장 치료를 유지하겠지만 행동경제학적으로 보면 2~3년 내 잔여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속치료율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사 86.7% "정기방문 줄 것"…약사 100% "경제적 부담 호소 증가"

현장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확인됐다.
의사회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사진 제공=이원영 교수.

지역 의사회 관계자 15명을 조사한 결과 진료비·약제비 지원 중단 시 환자의 정기적인 의료기관 방문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86.7%에 달했다.

방문 간격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73.3%, 혈압·혈당 관리가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53.3%, 처방 중단 또는 지연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40.0%였다.

본인부담 증가에 따른 환자 문의나 불만 역시 15명 중 13명이 '매우 증가', 1명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 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지원 중단 후 환자의 경제적 부담 호소가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100%였다.

장기적인 복약순응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응답은 86.7%, 환자가 임의로 복약 간격을 조절할 것이라는 응답과 약 수령이 지연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80.0%였다. 아예 약을 수령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도 73.3%에 달했다.

특히 의료진과 약사들은 저소득 노인과 독거노인, 농촌·교통 취약지역 거주자에게 지원 중단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연구선 사망·심뇌혈관 입원 감소 효과

고당사업은 이미 장기간 시행되면서 임상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축적됐다는 것이 발표자들의 설명이다.

2020년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고당사업 등록 노인과 대조군을 5년간 추적해 사업 효과를 분석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 12만6456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등록군은 대조군보다 사망이 1.9%포인트, 인원으로는 2402명 적었다.

뇌혈관질환 입원은 0.4%포인트(505명), 심장질환 입원은 0.3%포인트(379명), 신장질환 입원은 0.2%포인트(253명) 각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등록사업 개입 전후 의료기관 방문일수와 투약 순응도 증가 연구 결과. 사진 제공=이원영 교수.

2024년 PLoS One에 발표된 경기도 지역 5년 추적 연구에서도 등록관리사업 개입 이후 의료기관 방문일수와 투약순응도가 증가하고 사망 및 합병증 관련 입원 위험이 낮아지는 결과가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고당사업이 상당수 지역 병·의원과 약국을 참여시키고 취약계층 노인까지 등록함으로써 지역 내 '단골 의원'과 '단골 약국'을 형성하는 기능도 수행해 왔다고 평가했다.

혁신사업 방향 맞지만…"성공 가정하고 기존 사업 줄여선 안 돼"

논란의 또 다른 축은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기존 지역사회 사업의 관계다.

혁신 시범사업은 주치의를 중심으로 통합수가를 적용하고 간호사·영양사 등 다학제팀이 환자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행위별수가에서 충분히 보상하지 못했던 예방·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기 교수는 이러한 방향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실제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확인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주치의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가 일차의료 전반으로 확산될지, 일부 적극적인 의료기관의 참여에 머물지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환자의 자발적 등록 규모도 변수다.

보험자 입장에서 재정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공급자의 적정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지, 취약계층이 새로운 수가체계의 본인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의원이 지역사회 서비스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지, 보건소를 비롯한 기존 지역보건 자원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도 과제로 꼽았다.

기 교수는 "일차의료기관 사업의 기존 경험을 고려하면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역시 성공을 가정해 다른 사업을 축소할 정도로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으로 기존 환자지원 대체 어려워"

정부가 건강생활실천지원금 등을 통해 기존 진료비·약제비 지원의 공백을 보완하는 방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당사업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하는 노인 환자의 진료비·약제비를 직접 낮춰 지속적인 치료를 유도하는 구조다.

반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은 건강행동에 따른 포인트 제공 등의 방식을 활용한다.

특히 앱 설치와 본인인증, 걷기 등 활동 인증, 포인트 전환 과정이 필요한 만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은 고령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거나 저소득·독거·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에게는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이 기존 지원을 그대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사업과 지역사업 '대체' 아닌 '연결' 필요

두 교수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 사업과 조세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사업을 대체 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 중심 사업에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과 건강생활실천지원금,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이 있다.

반면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방문건강관리 등은 조세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운영되는 사업이다.

특히 고당사업에는 장기간 축적된 환자 데이터와 의원·약국 참여 네트워크, 지역 거버넌스, 전문인력을 통한 의뢰·연계 체계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를 없애기보다 혁신사업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축적된 지역 데이터를 활용해 미내원자와 약물 중단 위험 환자를 조기에 찾아 리콜하고, 독거노인·저소득층은 방문건강관리와 영양·돌봄·정신건강·사회복지 서비스로 연계하는 식이다.

의원에서 운동교실과 금연·영양 프로그램, 주민건강센터 등으로 환자를 전자 의뢰하고 결과를 다시 회신받는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데이터를 AI·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환자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는 의료적 관리 위주의 현재 수준을 넘어가야 한다"며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보건에는 각각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업도 단독으로 완전하지 않다면 확실한 것은 신중해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성질환의 예방적 성격을 고려하면 건강보험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조세 기반의 사업 역시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 중단 원점 재검토…효과·경제성부터 비교해야"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측은 이에 따라 2027년 약 45만명 노인 등록환자에 대한 진료비·약제비 국고지원 중단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기존 고당등록관리사업과 새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 일차의료 기반 사업의 효과와 경제성, 역할을 객관적으로 비교한 뒤 개편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편 과정에는 환자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약사회, 등록교육센터,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구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정 부담이 문제라면 환자지원 자체를 없애기보다 지원 대상의 연령·소득기준을 조정하거나 지원액을 재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이원영 교수는 "고당등록관리사업은 효과와 경제성에 대한 연구가 축적돼 있는데 핵심 성과기전을 없애면서 구체적인 모형과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로 전환해야 할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 5000개 병·의원과 약국이 큰 인센티브 없이 10년 이상 지역주민 건강을 위해 사업에 참여해 왔다"며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지원을 철회하고 이에 따른 환자 민원을 의료기관과 약국이 감당하도록 하면 향후 정부 사업에 대한 민간기관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원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 환자를 끝까지 치료에 연결하는 국가의 역할에 관한 문제"라며 "고혈압·당뇨병의 지속치료를 통해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인다면 향후 의료·돌봄 비용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의 성과기전을 유지하면서 제도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