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방탄유리야!” 외치다 연출까지? <조명가게>로 감독 데뷔한 김희원 이모저모
배우는 때론 자신의 이름보다 명대사로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김희원에게는 영화 <아저씨>(2010)가 그랬다. 극 중 이름보다도 더 오래도록 더 강렬하게 남아있는 그의 대사. “이거 방탄유리야!”라고 외치는 순간, 관객들의 뇌리에 김희원은 만석 역이 아닌 방탄유리 아저씨였다. 김희원은 이미 <아저씨> 대본을 볼 때부터 "아 이걸로 내 인생이 바뀌겠구나."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아저씨>로 얼굴을 알리고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더해온 지도 어느새 14년, 이제는 익숙해진 김희원에 대한 사실들과 아직도 의외의 모습들을 함께 소개한다.
임창정의 권유로 만난
<1번가의 기적>
‘방탄유리좌’가 되었을 당시, 그의 나이 서른아홉 살이었다. 극단 생활을 하며 오랜 기간 연기 실력을 키워 왔지만 김희원은 긴 시간 동안 빈곤에 시달렸다고 한다. 배우가 된 특별한 계기나 강력한 동기도 없었다. 극단 공고를 보고 심심풀이로 지원한 결과가 합격으로 이어지며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그전까진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긴 무명 시절 이후 임창정의 권유로 첫 영화 <1번가의 기적>에 출연하며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활동을 옮겨왔다. 두 사람은 극단 ‘현대’의 선후배 사이로 한때 같은 하숙집에서 하숙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후 김희원은 <스카우트>, <거북이 달린다> 등에 출연하며 영화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만난 영화가 <아저씨>다.
도피처럼 떠난 호주 유학
1999년에서 2001년, 김희원은 무명 시절이 길어지자 호주로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호주에서 서빙, 막노동, 페인트칠, 굴뚝 청소, 대관 설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한때 호주 올림픽 주경기장의 페인트칠도 맡아 했다고 한다. 2년 정도 연기를 접은 그가 다시 복귀했던 이유는 후배들의 영향이 컸다. 한국에서 함께 연극을 했던 후배들이 공연차 호주에 방문했는데 이를 보고 자극을 받았고, 김희원은 다시 연기에 뜻을 품고 한국으로 향했다. 당시 후배들이 공연했던 공연장의 페인트칠도 김희원이 했다고. 반면, 먹고 사느라 바빠서 공부는 뒷전이었고 영어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한다.
보여지는 것과 상당히 다른 성격
<아저씨>, <미생>, <송곳> 등 김희원이 연기하는 악역 캐릭터들이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악역 못지않게 <별에서 온 그대>, <미씽: 사라진 여자> 등 형사 역할도 많이 소화한 바 있으나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거침없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김희원은 극 I에 가까운 인물로 매우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편이다. 우리가 알던 그 빌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순진하고 조용한 편인데 이런 성격이 예능을 통해 드러나며 오히려 재미를 더한 바 있다. 특히 <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 특집에서는 수줍은 미소로 등장해, 기존 작품 속 모습과는 반전 매력을 뽐내며 ‘못친소’의 원빈으로 등극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
김희원은 아직 미혼이다. 젊었을 때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중년이 된 이후에는 생각이 바뀐 듯하다. 김희원은 과거 한 방송을 통해 "비혼주의까지는 아닌데 결혼해야 하나? 큰 관심은 없다"며 "우리 어머니도 괜히 남의 집 귀한 딸 데려다 고생시키지 말고 혼자 살라고 하셨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김희원에게도 한차례 스캔들이 난 적이 있다. 2020년, 김희원과 박보영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열애설이 불거졌다. 당시 박보영은 "김희원과는 나이를 떠나 좋은 친구, 좋은 선후배 사이"라고 해명했고, 김희원 또한 "아니라고 하고 말았다. 신경도 안 썼다"며 한차례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이제는 감독 김희원!
디즈니+ <조명가게>로 첫 연출
연극으로 시작해 영화, 드라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그가 이번엔 새롭게 연출에 도전했다. <무빙> 이후 강풀 작가가 두 번째 각본을 맡은 <조명가게>를 통해서다. 디즈니+ 최고 화제작인 <무빙>에서 정원고의 담임 선생님 최일환 역으로 강풀 작가의 세계관에 참여한 그가 이번엔 연출자로 나선 것이다. 김희원은 감독으로서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약 2년의 세월을 작품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만큼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등 주요 출연진도 적지 않은데, 이들 중 대부분이 김희원과 가까운 사이다 보니 ‘김희원 카르텔’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희원은 “연기 잘하는 사람을 캐스팅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