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증권 아니다" 못박은 美 SEC… 시장 판 바뀔까?

유진아 2026. 3. 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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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더리움 ‘디지털 상품’ 분류
규제 리스크 완화로 금융권 진입 기대 ↑
[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했다. 주식처럼 발행 주체의 경영 성과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증권성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제도권 금융 편입과 기관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단기 가격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시간) 암호자산 및 관련 거래에 대한 연방증권법 해석 지침안을 발표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솔라나, 도지코인 등 대부분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했다. 이들 자산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SEC는 디지털 상품을 '암호화 시스템의 프로그래밍 운용과 시장 수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자산'으로 정의했다.

이번 판단의 기준은 '타인의 경영 노력에 따른 수익 기대' 여부다. SEC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일반적인 가상자산은 특정 주체의 경영 활동이 아니라 기술 구조와 시장 수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된다고 봤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명확한 용어로 선을 긋는 것이 규제기관의 역할"이라며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는 법원 판결과 당국 입장이 엇갈리며 시장 불확실성의 핵심 요인으로 꼽혀왔다. 전임 행정부 시절에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제재하는 등 강한 규제 기조가 이어졌다. 이번 지침은 자산 성격에 따라 규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분류 체계도 구체화됐다. SEC는 자산을 △디지털 상품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증권으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디지털 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을 비증권으로 명시했다. NFT와 밈코인 등은 '디지털 수집품'으로 분류돼 증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조각투자처럼 수익 배분 구조가 결합된 경우에는 증권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으로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던 법적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은 가상자산을 취급할 경우 '미등록 증권 판매'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되면서 이러한 규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작용해왔다.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엄격한 등록·공시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다양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 출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형식적으로 보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다. 그동안 증권성 판단이 가상자산 산업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었고 금융기관의 투자도 제한돼 왔다"며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알트코인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결정으로 기관 자금 유입을 가로막던 법적 불명확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ETF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시세 조종 방지 등 당국의 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스테이킹(예치 보상) 수익을 ETF 구조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설계 문제도 남아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규제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단기 가격 변동 요인으로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어떤 규제 체계와 과세 체계를 적용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미국이 이를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할 경우 이를 기준으로 따르는 국가들이 일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진아·김지영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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