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고 우려'에 4년 방치…서북도서 출동안한 軍 '하늘의 응급실'
국방환자관리훈령에는 "해상비행 능력 갖춘 뒤"라며 메디온 후순위 배치
군 관계자들, 의무후송항공대가 사고 우려로 서북도서 비행 안 보냈다고 주장
박선원 "최신 장비 갖추고도 '사고만 안 나면 돼' 보신주의로 출동 안 해"
이른바 '하늘의 응급실'이라고도 불리는 육군의 의무후송 전용 헬기 '메디온(KUH-1M)'이 2020년 초 전력화된 이래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고 위험성'을 이유로 서북도서(西北島嶼) 지역에 한 번도 출동을 나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령도·연평도 등이 위치한 서북도서는 북한과의 대치로 긴장감이 높은데 의료시설은 미비해, 해군·해병대에 대한 의무지원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때문에 혈세를 들여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도 '사고 우려'로 현장에 투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실이 국방부와 국군의무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육군 의무후송항공대의 메디온 헬기는 2020년 1월 첫 출동을 한 이래 3년 1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서북도서 지역으로 출동을 나가지 않았다. 서북도서로 출동한 것은 2023년 11월 3일이 처음이었다.
KUH-1M 메디온은 육군의 KUH-1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조한 환자 의무후송 전용 헬기다. 전문 의료장비를 갖췄고 군의관과 응급구조사가 탑승한다. 첨단 항법장비와 전방관측 적외선 장비(FLIR) 등을 적용해 나쁜 날씨 또는 밤에도 비행이 가능하고, 착륙이 힘든 산이나 바다에서도 호이스트를 이용한 구조가 가능하다. 당시 군 당국은 "닥터헬기 성능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의무사령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통계를 보면 메디온 헬기는 2021년에 전방지역 96회·후방지역 2회, 2022년에는 전방지역 86회·후방지역 6회, 2023년에는 전방지역 80회·후방지역 14회를 각각 출동했다. 특히 서북도서 지역에는 2023년 11~12월 두 달 동안 3회 출동했고, 올해도 지난 8월까지 11회 출동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그전까지 서북도서 지역에서 메디온 헬기 출동 요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 대신 119나 해양경찰 헬기 등이 출동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군의 환자 이송은 '국방환자관리훈령'에 따라 진행되는데, 국방부는 2019년 12월 31일 이 훈령을 개정해 서북도서 지역의 항공의무후송 절차를 바꿨다. 그전에는 항공의무후송시 1순위가 119 헬기였지만, 메디온 헬기 도입 후에는 이를 의무후송항공대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군 입장에서는 환자가 발생하면 소방청의 119 헬기를 요청하기보다 육군의 의무후송항공대를 보내는 쪽이 더 원활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2021년 3월 19일 국방부는 이 훈령을 개정하면서, 서북도서 지역은 의무후송항공대 우선 투입을 '작전능력 확보 후'에 한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서북도서의 경우 잦은 안개 등 기상이 나쁜 점을 고려, 헬기 조종사의 원해(遠海, 먼 바다) 비행 경험과 전문성 등 높은 수준의 해상비행 임무수행능력 확보가 필요했다"며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에서 원해비행은 조종사 자격 및 임무수행능력 확보 뒤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해 문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즉, 조종사가 바다에서 메디온 헬기를 몰려면 해상비행자격 획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갖춘 뒤에 추진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3년 10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서북도서로 비행을 전혀 나가지 않은 것은 의문이 크다고 지적한다.
국방환자관리훈령은 2024년 7월 1일 개정되는 과정에서 메디온 헬기와 관련해 '작전능력 확보'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하지만 서북도서로 첫 비행을 나간 것은 2023년 11월 3일로, 관련 내용이 삭제되기 전이다. 때문에 그전에 이미 임무 수행이 가능했는데, 부대가 임무를 방기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항공의무후송 요청시 메디온 헬기를 출동시킬지 여부는 의무후송항공대 지휘부가 결정하게 돼 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들은 의무후송항공대 측에서 사고를 우려해 서북도서 비행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위험하지 않은 항공구조는 애초에 없다. 해군과 해병대에선 메디온을 서북도서로 보내 달라고 여러 차례 간곡히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2023년 10월에 의무후송항공대 지휘부가 바뀌었는데, 그러자 곧바로 서북도서 비행을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메디온 헬기의 서북도서 비행이 처음 시작된 날이 2023년 11월 3일인 사실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더해주는 부분이다.
박 의원은 "최신 장비를 갖춘 메디온은 도입 당시 서북도서와 주변 해역에 근무하던 해군·해병대 장병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헬기였다"며 "그런 장비가 도입 후 4년 가까이 서북도서에 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 있을 때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육군 항작사의 보신주의 때문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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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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