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던 나에게 매년 생일마다 어김없이 화사한 꽃바구니가 배달됐다.
아범이 떠난 후 홀로 어린 조카를 키우며 고생하는 며느리가 보낸 선물이라 생각하며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깊었다.
올해도 생일날 아침 배달된 국화와 장미 꽃바구니를 보며 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려 카드에 적힌 동네 꽃집으로 향했다.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 며느리 이름을 대며 매년 이쁜 꽃을 챙겨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꽃집 주인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뜻밖의 진실을 나에게 나지막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꽃바구니는 며느리가 주문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10년 치를 한꺼번에 결제하고 간 것이라고 했다.

아들은 병상에 눕기 직전 자신이 없더라도 어머니 생일이 외롭지 않게 매년 제일 예쁜 꽃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었다.
꽃집 주인은 아들이 적어두고 간 편지 봉투와 함께 매년 지정된 날짜에 배달을 마친 영수증 목록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며느리는 남편의 그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매년 자신이 직접 보낸 것처럼 침묵하며 아들의 빈자리를 채워왔던 것이다.

가슴이 허물어지는 고통과 함께 세상을 떠나서도 나를 챙기던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거칠어진 내 손 끝에 닿았다.
아들의 깊은 뜻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아무 말 없이 꽃을 들려보냈을 며느리의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가게 앞에서 꽃바구니를 품에 안은 채 한참을 목놓아 울며 떠나간 아들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들이 남긴 꽃바구니 옆에 앉아 멀리서도 나를 살피는 따뜻한 온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홀로 힘겹게 아이를 키우며 아들의 비밀을 지켜준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말없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아들이 세상에 남겨둔 이 귀한 사랑과 며느리의 깊은 배려를 가슴에 품고 나는 앞으로의 날들을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다.